지금 우루과이전을 다시 보고 있는데,
전반 10분만 봤는데도 벤투호의 빌드업 비결을 알겠군요.
U자형 빌드업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ㅂ자형 빌드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무슨 얘기냐면, 빌드업 방향이 중앙을 향하는 것이 아니고 주로 터치라인을 따라 된다는 뜻입니다.
1.오른쪽 터치라인을 따라 측면을 통해 빠르게 전진하다가 상대가 컷 하면, 공이 터치라인 아웃이 되어 다시 우리 공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2.오른쪽 측면을 통해 전진하다가 막히면 뒤로 백패스 하고 이어서 횡패스하여 방향전환을 시도해서 이번엔 왼쪽 측면을 통해 터치라인을 따라 전진을 시도합니다. 이 방향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면 상대 선수들이 오른쪽에 몰려 있다가 채 왼쪽으로 따라오기 전에 왼쪽 측면을 돌파해 올라가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측면을 뚫은 뒤 2:1패스나 삼각패스로 중앙으로 공을 집어 넣어 슈팅찬스를 만들거나 낮고 빠른 크로스로 공격합니다.
즉 요약하면, 좌우 측면을 공략하는데, 한쪽이 막힐 경우 반대쪽으로 빠르게 방향전환해서 반대쪽으로 뚫습니다. 그래서 그 모양이 U자형이 되는 것이죠.
이것이 한국축구와 매우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 한국선수 중엔 발빠르고 기술 좋은 측면윙어가 많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빌드업은 좌우 방향전환의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교한 롱킥으로 한번에 방향전환을 시킬 수 있는 기성용이 매우 중요합니다. ㅂ자 빌드업으로 보면 ㅂ의 중간 선이 바로 기성용인 것이죠.
후방에서 이렇게 U자형으로 빌드업을 하다가 상대 선수들의 압박에 공을 잃을 위기에 처하면, 그제서야 뻥 전방을 향해 멀리 차 냅니다. 위기상황이 아니면 계속 빌드업을 시도합니다.
뭔가 벤투의 빌드업 요령이 현재 한국 축구 선수 자원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생각에 이 U자형 빌드업은 우리보다 강한 팀을 상대로 U자형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고(중앙은 빌드업해 올라가기에 압박이 너무 심하니까), 우르과이 보다는 좀 약한 팀을 만나면 다른 형태의 빌드업(좀 더 중앙을 이용한 빌드업)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음 달 호주와 우즈벡 상대로는 어떤 빌드업을 할지 흥미진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