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2연패를 기록했다.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새벽 첼시에 진 뒤 사실상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인정했다. 3위 토트넘(60점)은 선두 리버풀과 승점 9점 차다. 올 시즌 남은 경기는 팀 당 10경기다.
손흥민도 2경기 연속 득점에 실패했다. 그 전 4경기 연속골을 넣었던 터라 최근 득점 불발이 더 많은 말들을 낳고 있다.
일각에선 부상에서 복귀한 케인 때문에 손흥민이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케인이 돌아온 최근 2경기에서 손흥민의 플레이가 위축된 것과 맞물린 시선이다. 케인 복귀 뒤 토트넘의 공격이 케인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손흥민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적은 과연 일리가 있는 것일까?
① 손흥민의 줄어든 스프린트
손흥민
케인 복귀 뒤 손흥민의 눈에 띄는 변화는 짧은 거리를 전력 질주하는 스프린트가 줄었다는 것이다. 케인 복귀 직전 프리미어리그 경기였던 레스터전의 손흥민 스프린트 횟수는 32회였다.
하지만 케인 복귀 뒤 치른 2경기에서 손흥민은 11회씩(번리전, 첼시전)의 스프린트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손흥민의 강점은 빠른 발을 활용해 슈팅 공간을 만들어 낸 뒤 오른발, 왼발 가리지 않고 마무리하는 슈팅력이다.
그런데 최근 2경기에서 손흥민의 스프린트 횟수가 반 토막 수준으로 줄면서 이와 같은 강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스프린트를 폭발시키지 못한 손흥민의 최근 2경기 슈팅은 모두 합쳐 2번뿐이었다. 손흥민이 레스터전에만 4번의 슈팅을 때린 것과 크게 비교되는 수치다.
② 케인과 손흥민은 안 맞는다?
토트넘의 DESK라인
그렇다면 최근 경기에서 손흥민의 스프린트 횟수가 줄 것을 케인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는지 진단해야 한다. 케인이 나서면서 손흥민이 뛰어 들어갈 공간이 줄어들었는지, 케인과의 동선이 겹쳐 손흥민이 침투할 타이밍을 놓쳤는지 등의 분석이다.
케인이 나설 경우 토트넘 공격이 케인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강해 상대적으로 손흥민을 활용하는 공격이 줄면서 손흥민의 스프린트가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분석이 유효하려면 케인이 나설 때는 매번 손흥민이 고전하거나 막혀야 했다. 과연 그랬나. 당연히 아니다. DESK라인이란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오히려 잘 나갔던 조합이다. DESK라인은 델리 알리의 D, 에릭센의 E, 손흥민의 S, 케인의 K를 따서 만든 표현이다.
③ 치명적 알리의 부상 공백
부상 당한 델리 알리. 3월 초 복귀 예정이다
케인과 손흥민 조합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보다 완전체의 DESK라인이 구성되고 있지 못한 게 진짜 문제다.
D가 빠지면서 ESK라인만 돌아가고 있는 토트넘인데 알리가 해주었던 공격 2선에서 공격과 압박 싸움에 계속해서 가담해주고, 에릭센에게서 시작해 케인,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공격 전개에 접착제와 같은 알리의 연계 플레이가 사라지면서 ESK라인이 따로따로 돌아가고 있는 게 문제다. ESK라인이 제각기 움직이는 흐름이 강해졌다.
알리에 케인까지 빠졌을 때는 아예 포체티노 감독이 또 다른 공격 조합을 구성하면서 대체 플랜을 가동, 효과를 보았지만 케인 복귀 후 어정쩡한 ESK라인이 돌아가면서 공격력에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
④ 에릭센의 모호한 위치
에릭센
알리가 없을 때 연계와 전개 등의 역할이 크게 커지는 건 에릭센이다. 뛰어난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지니고 있는 에릭센이 좀 더 높게 올라서 알리의 역할까지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에릭센을 보면 시즌 피로가 누적된 탓도 있지만, 상대의 강력한 압박에 밀려나면서 위치가 자꾸만 자기 진영으로 후퇴하고 있다. 이건 토트넘 공격 전개에 큰 문제다.
에릭센은 중거리 전환 패스 능력을 갖춘 선수지만, 전진된 위치에서 전방 공격수에게 짧고 날카로운 스루 패스를 연결할 때 더더욱 위협적인 선수다. 더욱이 알리가 부재할 때는 더 요구되는 에릭센의 능력이다.
그러나 요즘의 에릭센은 자꾸만 후퇴해 플레이하는 일이 잦아졌다. 첼시전만 하더라도 처음엔 4-2-3-1의 세컨드 공격 위치에 포진했다가 강력한 첼시의 전방 압박에 밀려 4-3-1-2의 중앙 미드필더, 혹은 다이아몬드 4-4-2의 인사이드 하프 위치까지 밀려났다. 내려앉은 에릭센은 긴 패스 비중이 늘 수밖에 없었고 패스 성공률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실제 에릭센의 첼시전 상대 진영 패스 성공률은 65.1%로 토트넘 선발 선수 중 최악이었다.
알리도 없고 에릭센의 패스 성공률도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2선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최근 토트넘 공격의 가장 큰 문제였다. 케인이냐, 손흥민이냐 혹은 두 선수의 조합 문제냐 보다 훨씬 실질적이고 중요한 문제다.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공격라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토트넘은 첼시전에서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때리지 못했다. 케인이 문제였네, 손흥민이 문제였네가 아니라 토트넘 공격 전개의 시스템에 탈이 난 게 문제였던 것이다.
⑤ 탈이 나버린 풀백들
첼시전에서 자책골을 내준 트리피어
근래 토트넘 경기를 보면 약한 고리가 확연히 눈에 띄는 데 바로 측면 수비, 풀백들이다. 왼쪽 풀백의 로즈나 데이비스, 오른쪽 풀백의 트리피어나 오리에 모두 파괴력과 안정감이 떨어지는 걸 알 수 있다. 부상의 여파도 있었지만 시즌이 후반기로 달려갈수록 체력 부담을 크게 느끼면서 흔들리고 있다.
이건 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손흥민에게도 결코 반가운 상황이 아니다. 풀백들이 올라와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고 해야 손흥민과 같은 측면 공격수들이 보다 넓은 공간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데 그 날카로움이 떨어지다 보니 동반 위축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따지면 로즈가 나왔던 지난 번리전에서는 로즈와 손흥민의 동선이 겹친 것이, 데이비스가 선발로 출전했던 첼시전에서는 데이비스가 좀처럼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지 못했던 것이 손흥민의 발목을 잡았다.
포체티노 감독은 베르통언을 왼쪽 윙백으로 기용하는 방식 등으로 대체 플랜을 짜기도 했지만 첼시전에선 베르통언마저 부상으로 빠지며 풀백 운용에 더 애를 먹었다.
⑥ 이 선수층으로 이 순위를 유지하는 게 대단한 거다
극한직업 체험이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포체티노 감독
시즌 후반기에 토트넘의 고비가 올 것이라는 전망은 많았다. 토트넘 구단 측이 지난해 여름과 올 겨울 선수 영입을 한 명도 하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토트넘은 올 시즌 영입은커녕 무사 뎀벨레, 은쿠두, 오노마, 카터 비커스 등을 이적과 임대 보내며 오히려 선수단 규모를 줄였다.
지난 새벽 첼시처럼 토트넘의 전술을 예상해 상대가 나설 때는 플랜B 등으로 변화를 주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현재의 토트넘 스쿼드 두께로는 이렇다 할 변화를 줄 게 별로 없다.
새로운 홈 경기장 건설비용에 따른 긴축 경영 영향이 있지만, 토트넘 레비 회장의 소극적 경영 철학이 부른 결과기도 하다. 적게 투자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특유의 레비 회장의 구단 운영 방식이 최근의 토트넘의 어려움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토트넘이 중위권 정도의 포지션을 유지할 때는 재능 있는 어린 선수를 영입해 키워 빅 클럽에 이적 시켜 돈을 버는 방식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토트넘은 이제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넘어 리그 우승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구단으로 성장했다. 팀은 커졌는데 구단 운영 방식은 이전과 같으니 영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과 같다.
이젠 더 과감하게 투자해 더 높은 곳을 지향해도 되는 토트넘이다. 기존 선수들에게도 더 투자해 동기부여를 더 끌어올리고 선수층도 더 두껍게 만들어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모두에서 제대로 싸우는 클럽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다른 구단에 비해 적은 주급 등 재계약 이슈가 물린 토트넘 선수들이 집중력이 떨어져 보이는 건 결코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토트넘이 이 선수층으로 이 순위를 유지하는 게 대단하단 이야기가 많다. 포체티노 감독을 향해선 극한직업 체험이란 웃지 못 할 이야기마저 나온다.
손흥민과 케인만 보지 말고 전체를 봐야 토트넘의 현 시점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 너무 케인에게만 뭐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천동설처럼, 지나친 손흥민 중심적 해석은 좋을 게 없다.
이게 포체티노도 문제인게 케인이 없을때는 다양한 전술과 선수 구성으로 효율높은 경기를 해놓고 케인이 들어오니 다시 옛날의 답답한 한가지 전술인 케인 몰빵 전술만 가지고 가냐는거임.. 케인이 폼이 정상이 아닌데 그렇다면 과감하게 빼고 교체할수도 있는건데 지난 세경기 말아먹는거 보니까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거 같아서 더 답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