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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6-24 12:47
[펌글] 축구 전술사에 지단이 갖는 의의
 글쓴이 : 승우빠어어
조회 : 1,109  

앞부분 생략

음... 사실 지단 이야기 꺼내려고 지금까지 이렇게 서두를 길게 뺀 거라고 보시면 될텐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지단이 플레이메이커 시대의 막을 내렸다"라는 표현에 대해 굉장한 반감을 가지고 있어서 말입니다. 굳이 플레이메이커란 표현의 기원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저는 되려 지단이 플레이메이커 시대의 막을 열었던 선수라고 말하는 게 적절치 않을까 싶습니다. 아, 물론 여기에서의 플레이메이커란 어디까지나 빌드업 리더로서 하는 말이죠. 빌드업 리더는 그 전에도 있지 않았냐구요? 그렇습니다. 당장 위에도 크루이프 써놓지 않았냐구요? 제가 써놓은 건데 설마 깜빡하겠습니까. 그런데 뭔 소리냐구요?

클래식 경기 보면 요즘과 너무 다르다고들 하지만 공세시 볼이 이동하는 루트나 선수들의 포메이션, 역할 등을 보면 80년대 초반즈음엔 지금과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당대에도 4선 진용이 있었고 세레조, 페르난데스, 수네스 등처럼 중원에서 축을 잡아 미들 라인이나 2선까지 전달해주는 중앙/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있었으며 82 월드컵의 이탈리아, 서독, 프랑스, 브라질을 비롯, 80년대 초중반 유벤투스로 대변되는 세리에 유수의 클럽들과 유럽을 찜쩌먹던 리버풀은 근래와 같이 분업에 기반한 협업 과정을 수행하는 세분화된 미들 라인을 구축하고 있었습니다*8. 단, 수세시의 라인 단위 압박과 정교한 후방 빌드업을 빼면 말이죠.

당시 팀들은 지금처럼 라인을 오밀조밀하게 가져가지 않았고 중원은 지금만큼 타이트하지 않았습니다. 수비 라인을 pa 부근으로 물러 서 있었고 1선 라인에서의 압박은 점 단위로 이루어지거나 그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그리고 아리고 사키의 콤팩트 풋볼이 등장합니다. 포워드 라인부터 이루어지는, 종적, 횡적으로 오밀조밀 짜맞춰진 타이트한 압박이 일세를 풍미하고, 너도 나도 따라하니 이에 대한 대처법도 강구할 수밖에요. 그 대처법으로 등장한 첫번째가 보다 절실한 필요성 하에서 대두된 보다 정교한 빌드업 과정이며, 두번째가 그 유명한 백패스 금지 규정입니다*9.

두 대처법은 모두 궁극적으로 빌드업의 발전을 추동하는데요. 전자야 스킵하고... 후자는 거의 전세계 모든 팀들로 하여금 후방 빌드업이란 걸 요구했지요. 상대 압박에 밀릴시 키퍼에게 안정적으로 패스할 루트가 사라지니 수비수들은 자신의 앞선에 위치한 미드필더에게 볼을 넘겨줄 수밖에 없고, 이 선수들은 다시 상대의 전방압박을 이겨내고 하프라인 위 미들 라인까지 자신이 보유한 볼을 끌고 올라가야 했습니다. 수비수들 앞선에 위치한 미드필더가 수비형 미드필더인만큼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전혀 다른 성격의, 그러나 정말 본질적인 성격의 롤이 부여되기 시작한 거죠*10. 이런 새로운 롤을 부여받아 이후 이름을 날린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바로 90년대 원맨앵커 시대를 수놓게 됩니다*11. 마테우스, 레이카르트, 과르디올라, 에펜베르크, 알베르티니, 마우로 실바, 레돈도, 로이 킨, 데샹 등이요*12.

다시 지단으로 돌아옵니다. 전방 빌드업 보다 정교해지며 이제 등장한 후방 빌드업이 자리 잡아가는 시점에 말이죠. 굳이 지단을 언급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닙니다. 멀게는 서독의 공미 3대장*13부터 바케로, 리트마넨과 주닝요 파울리스타, 루이코스타, 베론, 자우밍야, 셰도르프를 거쳐 토티, 발레론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넘나드는 톱 아래 공격형 미드필더들 중 지단은 분명 차별화되는 능력이 있었으니까요. 해결사 기질......따위는 당연히 아니구요. 바로 전후방 빌드업의 축을 포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좀 거창하게 표현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지단이 갖는 전술사적인 의의겠죠

요약하자면

빌드업이 중시된 시대가 왔고 그 빌드업에서 전후방을 전부 포괄하는 플레이를 하는 (빌드업의 중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선수의 등장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출처: 세리에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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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꾸물 19-06-24 12:50
   
머머리 헤딩은 더 강력해보인다는 의의..

머머리 제자리 헤더에 마테라찌 날아감.

물론, 지단이 머머리까진 아니었지만;;
     
승우빠어어 19-06-24 12:52
   
ㅋㅋㅋ  막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처음 라이브로본 월드컵 경기가 2006  결승전인데 지단 박치기에 식겁했던 기억이 ㅋㅋㅋ
          
꾸물꾸물 19-06-24 12:58
   
그때 지단이 "느금마"라는 말을 알고만 있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