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 이강인의 경기를 보다보니 18살 손흥민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그 당시 손흥민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았습니다. 힘이 넘치고 속도가 빠르지만
직선적이고 어디로 튈지 몰랐죠. 한 눈에도 경기 경험이 매우 부족한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건 경기장에서 자신이 있어야할 곳을 잘 찾지 못했다는 걸 뜻합니다.
자꾸 이상한 곳으로 들어가서 다른 선수들과 겹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하지만
속도를 이용한 드리블과 강력한 한 방이 있었죠. 반면에 이강인은 어린 나이임에도
노련함이 느껴집니다. 자기가 있어야할 곳과 무엇을 해야할지를 잘 아는 것 같더군요.
소위 말하는 오프더볼이 이강인은 능숙하지만 손흥민은 상당히 떨어졌었습니다.
축구 경기 경험이 부족하면 팀 훈련으로서 약속된 플레이로 메워야하는데 그것조차
손흥민은 잘 안되었죠. 반면에 이강인은 상당히 부드럽게 경기를 풀어나가더군요.
이강인은 벌써부터 완성형에 가까워 보입니다. 피지컬만 좀 올라오면 로테 이상
가능할 것 같습니다. 어제 슛에서도 보면 파워는 손흥민 보다 약하지만 정확도가
높았죠. 그렇다고 소녀슛은 절대 아니고요. 이건 앞으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메꿔질
부분입니다. 최소한의 성공이 보장된 수준이죠.
손흥민도 경기 치루다 보면 저절로 심각한 오프더볼이 좋아질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손흥민이 경기 중에 번뜩이는 모습을 종종 보여줬거든요. 머리가 좋은 것 같았죠.
경험만 쌓이면 꽤 좋은 선수가 되겠구나 했지만 지금처럼 월클을 논하는 수준이 될 줄은
몰랐네요. 토트넘에 처음 왔을 때 오프더볼이 18살 때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발전 했는데도
토트넘에 거의 처음 손흥민을 보는 축구팬들은 오프더볼 지적을 많이 했죠.
그동안 이만큼이나 오프더볼이 발전했으니 앞으로도 더 많이 발전할거라는 건 뻔한 건데도
오프더볼은 축구지능 부분이라 발전하기 어렵다느니 하면서 손흥민의 한계를 토트넘 처음
왔을 때의 수준으로 지어놓더군요. 물론 지금처럼 축구 도사 수준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겠죠.
그런데 이강인의 오프더볼은 손흥민이 토트넘 처음 왔을 때보다도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유소년 시절부터 오랜동안 발렌시아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서 그런지 2선 중앙에서
움직이면서 3선 선수와 이대일 패스로 풀어나가는 게 매우 자연스럽더군요.
이강인 경기를 보면 축구 지능이 높다는 게 느껴지죠.
체력과 부드럽게 유연한 피지컬을 중심으로 단련한다면 빅리그 주전은 어렵지 않게
확보하지 않을까 싶네요.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부상입니다. 급격히 몸을 반전하는
동작이 많아서 몸의 부드러움을 갈고 닦지 않으면 부상을 입기가 쉬운 스타일입니다.
다행히도 경기를 보면 동작이 부드럽죠. 어릴 적부터 단련해왔으니 당연하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더 끊임없이 발전시켜야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발이 느리다고 하는데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중앙에서 자리 잡는다면 지금 수준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이강인은 이제 18살입니다. 손흥민도 25살쯤 되어서야 제대로 포텐이 폭발했습니다.
포텐이 폭발한다면 이강인은 손흥민 보다 빠르겠지만 노력을 늦추면 폭발하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이강인의 포텐은 충분하니 결국 자신에게 달린 문제입니다.
같은 나이 때의 손흥민 보다 이강인이 쌓아 놓는 게 더 많으니 더 쉽긴 할 겁니다.
손흥민의 발전을 보면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죠.
이강인도 대표팀에서 보고 배우면서 비슷한 노력을 한다면 월클도 가능할 거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