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a_match&ctg=news&mod=read&office_id=469&article_id=0000071190
“헤드라인을 작성하려면 ‘기적’ ‘재앙’과 같은 단어를 쓸 수도 있지, 까칠하게 왜 그러세요?” 라고 반문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괜찮은, 좋은 결과를 ‘기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들이 한국 축구의 위상과 이미지를 깎아 내리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저러한 사고는 한국 축구가 근본적으로 유럽-남미보다 약하며 승리를 만들어낼 역량이 없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기에 문제다. 하지만 세계 속의 한국 축구는 결코 그 정도 위치에 있지 않다. 부상으로 주전들이 빠진 중국리그 우승팀을 K리그 팀이 홈에서 이긴 것을 ‘기적’이라고 표현한다면 이는 슬픈 일이다.
세계 18위 팀이 컨디션이 안 좋은 14위 팀을 꺾는 것을 기적적인 승리라고 묘사한다면 여자 축구 최강국들인 미국-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역전 우승했을 때는 어떠한 표현을 써야 할까?
예상을 넘어선 멋진 승리를 저러한 과장된 언어로 표현하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적절한 형용사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진정한 기적이 나타났을 때 그 기적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바라는 기적은 (블랙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제외하고!) 한국 언론이 멋진-뜻밖의 승리에 ‘기적’이라는 단어를 남발하지 않는 세상을 보는 것이다. 그러한 모든 승리가 기적으로 여겨질 만큼 한국 축구가 약하지도, 수준 낮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