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의 시도는 신선했다. 그는 자신의 첫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득점력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기존의 감독들은 항상 전형적인 스트라이커 한명을 포함하는 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그 틀을 깼다. 그가 추구한 것은 볼 소유 시간을 늘리고 전방에서 수적 우세를 만들어 빠른 속도, 그리고 개인 전술로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많은 팀들이 추구했던 방식이다. 신장이 크지 않아도 박스 안으로 3~4명의 선수가 순식간에 침투하면 속도감을 붙었을 때 대응하기 쉽지 않다. 그 뒤에 정확한 터치, 컨트롤, 슛으로 끝내는 것이다. 전반에 공격에 포진된 4명의 선수는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하나 같이 “감독님이 4명이서 포지션에 구애 받지 않고 유기적으로 움직일 것을 주문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과 유로2012의 스페인을 연상하며 플레이 하라고 했다”는 말을 했다. 실제로 전반에 나왔던 찬스는 대부분 그런 시도에서 나왔다.
“스페인 축구를 연상하라” 슈틸리케 감독의 주문
효과적인 공격으로 이어진 패턴은 비슷했다. 침투 패스를 통해 뒷공간을 붕괴시키고 낮고 빠른 크로스로 쇄도하는 선수를 노리는 형태였다. 하지만 같은 패턴, 같은 루트여도 효과가 달랐다. 선수들의 포지션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선제골로 이어진 전반 27분, 이청용이 상대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고 측면을 돌파했고 빠른 타이밍에 올린 낮은 크로스를 남태희가 경합하면서 뒤로 흘렸다. 뒤에서 기다리던 김민우가 잡아서 마무리를 했다. 추가골이 된 전반 32분의 플레이도 그와 닮았다. 이번에도 이청용이 측면에서 여유 있는 운영을 한 뒤 이용에서 패스를 넣어줬다. 이용 역시 타이밍을 흔들며 크로스를 올렸고 이번에는 남태희가 중간에서 끊어 들어가며 득점을 했다.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전반 28분에는 포스트 가까이에 김민우가 있었고 중앙에는 남태희가 서서 조영철의 크로스를 헤딩 슛으로 연결하려 했다. 이청용이 찬스 메이킹을 할 때 세 선수의 포지션은 매번 달랐고 침투->측면->크로스지만 다른 효과를 내며 파라과이를 위협했다.
남태희는 마리오 괴체를 연상시키는 플레이로 전반에 가장 큰 눈길을 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