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의 인터뷰를 보고 대단히 놀랬는데요...
경기외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듯 보였습니다.
자신이 본프렐레처럼 토사구팽 당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어쨌거나 그 인터뷰는 억울하게 짤린 감독이 떠나는 팀에 대해 저주와 근거 없는 악담을
퍼붓는 수준이었다고 보이네요. 지금으로썬 바로 경질하고 일단 대행 체제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축협도 돈 없다는 뻔한 거짓말은 이제 그만 했으면 합니다.
이란 축협보다도 가난하다는 게 말이 됩니까..
여하튼 케이로스의 이란은 대단히 놀랍네요. 1선에서 3선까지의 컴팩트함은 월드컵 본선에서
당연히 통한다고 봅니다. 최근 도르트문트 전에서 레버쿠젠이 보여줬던
그 엄청난 컴팩트에도 비견될 만 해 보입니다.
이 방식이 현대 축구의 새로운 흐름으로 보이는데요.. 극단적인 컴팩트를 통한 숫적 우위와
패스 통로의 차단.. 압박.. 아시아예선에서 그런 수준을 보게 될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아자디에서 보여주는 전형을 다른 구장에서도 유지할 있다면 수준급팀도 골 넣기 정말 힘들 겁니다.
슈틸리케의 한국은... 물론 케이로스의 전형에 당황하고 가벼운 탈압박도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근본적인 패배의 원인은 우리의 약점을 전혀 보완하지 않았다는 점이죠..
우리는 풀백의 이탈로 인해 정상적인 4백 수비가 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은 모두가 풀백의 뒷공간을 노립니다. 그런데 이를 대응하고 해결하는
한국팀은 고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센터백이 사이드로 압박을 나갈 때에 보란치나 풀백의 수비커버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중앙이 텅 빈다는 것이죠.
카타르전에서는 홍정호가 고전하다가 실점과 퇴장을 당했습니다. 그렇다면 고치고 대안을 만들었어야 했죠..
가장 쉬운 해결 방법은 더불 보란치를 세우는 겁니다. 기성용을 딥라인플레이메이커로 내려 앉아서
플레이하도록 하는 것이죠. 왜냐하면 이게 선수의 기량 문제라기 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숫자를 늘려서 보강해주는게 가장 단순한 해법입니다.
그런데 슈틸리케의 해법은 의외였습니다. 이 구조적인 커버 불능의 원인을 볼란치의 능력 부족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정우영에서 한국영으로 교체 합니다. 풀백 뒷공간의 문제 역시 개인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는지 홍철에서 오재석으로 바꿉니다. 경기 중 기성용이 자꾸만 수비지역으로 내려오거나
구자철과 겹치는 문제도 선수능력의 문제로 봤는지 김보경으로 바꿉니다.
케이로스는 한국의 풀백 뒷공간을 때리면 센터백이 사이드로 압박을 나오고 중앙이 텅텅 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전반에는 곽태휘쪽을 노리다가.. 후반 홍철이 들어오자 홍철을의 뒷공간을
계속 노립니다.
우리 실점 장면은 왜 이게 구조적인지가 드러나는데요.. 오재석이 마크맨을 따라 중앙으로
들어오자 상대는 풀백을 이용해서 텅빈 사이드 뒷공간을 노립니다. 손흥민이 마크해야 했으나 늦었고..
그런 경우는 흔히 발생하므로 김기희가 압박하러 나옵니다. 압박도 느슨했고... 더 큰 문제는
오재석이 중앙으로 들어오고 김기희가 압박을 나갔다면 보란치인 한국영이 센터백자리로
커버를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죠. 헐거운 중앙에서 골을 헌납합니다.
우리의 약점은 명확하기 때문에 두명의 보란치를 뒀다면 기성용이 중앙으로 커버를 들어갔을
테고 김기희가 어정쩡한 압박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이런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 말고
뛰어난 감독이라면 더 좋은 방법을 찾을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죠.
앞으로 상대할 팀들은 케이로스가 확실하게 알려준 이 루트를 집요하게 팔겁니다.
풀백 뒤를 때리면 중앙이 벌어져 텅텅 비게 되니까요..
우리가 케이로스의 압박과 컴팩트에 당황하고 관중의 소리에 얼이 빠져버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슈틸리케의 한국팀은 1선에서 3선까지가 무슨 만주벌판만큼 넓었죠...
때문에 뒷공간을 공략당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진영 안에서 두세명의 선수들로도 휘젓고
다닐 공간이 충분했습니다.
한국팀은 이란팀처럼 되어야 합니다. 컴팩트하게 만들고 공간에서 숫적 우위를 가져가고
우리가 상대할 모든 팀들도 그럴 것이므로 라인을 갖추기 전에 빠른 속공의 루트가 약속되어야 하고
전방압박을 통해서 공을 뺏고 바로 골문을 향해 달려가야죠...
물론 전술적으로 부족하다고 해서 반드시 실패하지는 않습니다..그렇지만 슈틸리케의 최근 모습은
이미 팀정신에서 벗어나 있다고 보여요. 전술적으로 특출나지 못하다면 지금 이 상황에선
바로 짜르는 게 맞습니다. 아니면 팀정신이 훼손되는 최악의 사태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