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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0-18 20:31
[펌글] 슈틸리케의 전술에 대해 분석해놓은글(조온마님께)
 글쓴이 : 두리네이터
조회 : 518  

슈틸리케가 감독인 이상 무전술일리는 없는데 그 실체를 모르겠다고 해서 예전에 읽은 글을.올립니다.
4개월쯤전에 씌여진 글입니다.


https://www.soccerline.co.kr/slboard/view.php?uid=1986979962&page=1&code=columnboard&keyfield=subject&key=���리케&period=0|1987508143


(뇌피셜) 슈틸리케의 축구관에 대한 개인적 추측
 필명 Raute 아이디 raute
 조회수 2429 작성일 2016-06-06 01:55:55
 추천수 7 비추천수 0
 IP 182.228.xxx.131 신고하기  

독일 축구계에는 Heldenfussball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우리말로 풀어쓰면 영웅축구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말 그대로 복잡한 전술보다는 선수의 기량을 믿고, 뛰어난 선수들이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밀어주는 전술관입니다. 복잡한 전술과 약속된 플레이는 약팀들이나 준비하는 기책에 불과하며, 불필요한 공식 없이 정석적인 축구가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믿음이기도 하죠. 가령 유로1980에서 데어발이 루메니게에게 수비 가담이고 뭐고 필요없고 하고 싶은대로 축구하라고 냅둔 적이 있는데, 루메니게는 4-3-3의 라이트윙이었지만 실제로는 전방 전역을 누비면서 세컨탑처럼 뛰어 서독을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오늘날 감독 중에서는 세스크가 '우리 보고 공격 알아서 하라던데?'라고 말했던 말년의 벵거 같은 느낌?

물론 독일축구는 전술 선진국이었던 오스트리아-유고슬라비아와 밀접한 관계였기 때문에 트렌드를 만들지는 못해도 수입해서 재해석할 수 있었고, 바이스바일러처럼 공격을 위해 수비는 버린다는 미친 전술덕후도 있었습니다. 베켄바우어를 통해 리베로를 완성시킨 것도 결국 독일이었고, 70년대 가장 공격적이고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한 팀도 독일이었죠. 그럼에도 이러한 영웅축구는 독일축구의 지배적인 사조였습니다.

80년대 들어 축구계의 흐름이 전술과 조직력을 강조하는 쪽으로 흐르자 독일의 유소년 육성 정책도 그에 맞춰 바뀌기 시작합니다. 개인의 천재성보다는 피지컬과 조직적인 움직임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천재들이 사라져가는데, 정작 전술적 발전이 함께 이뤄지지는 못했습니다. 덕분에 독일축구는 전술적으로 도태되기 시작했으며, 예전보다 훨씬 드물게 출현하는 축구영웅들과 그들을 서포팅하는 톱니바퀴들의 축구로 전락합니다. 90년대에 공미들은 후방으로 내려와 리베로가 되었고, 00년대 분데스리가는 4-4-2 다이아몬드가 유행하면서 빅리그 중 유일하게 꼭짓점 플레이메이커가 흥하는 리그였죠. 저런 영웅들을 조직적으로 '보좌'해봤자 조직적으로 '연계'하는 팀들을 이기는 게 쉽진 않았습니다만.

결국 독일계 감독들은 줄줄이 도태되고 맙니다. 90년대 초중반 베르티 포크츠가 이끌었던 독일축구가 성적과 별개로 경기력이 어땠는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클럽축구에서도 대부분의 감독들이 한두번씩은 다 미끄러졌습니다. 아예 은퇴로 이어진 인물들도 있었죠.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뉴페이스들도 포메이션은 좀 다르게 가져갈 지언정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면서 극도로 투박하고 단조로운 축구를 하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슈틸리케는 80년대 말에 감독으로 데뷔했죠.

슈틸리케의 축구를 보면 포지션 스위칭이 그렇게 자주 일어나지 않습니다. 선수들의 역할은 어느 정도 분담되어있습니다만 이건 수비쪽에 한정된 얘기고, 공격쪽에서는 선수들이 알아서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기한 게 수비수들의 공격가담이나 미드필더들의 볼배급은 정말 일관성 있게 패턴화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공격전술은 그런 게 없어요. 아 선수들이 우물쭈물하다가 말아먹는 장면이 많다는 게 하나의 패턴일 수는 있겠네요.

전방으로 공 주면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알아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데 아시아에서 축구천재라고 해봤자 뭐 얼마나 대단하겠습니까. 유럽 빅리그에서 주전만 먹어도 레전드 소리 듣는 게 아시아 수준인데 창의적인 플레이라고 할 것도 없고, 개개인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것도 극히 제한적이죠. 반드시 전술적 움직임으로 균열을 내야합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없어요. 결국 답답한 플레이가 이어지다 마지막에는 뻥축으로 이어집니다. 가장 교과서적인 패턴플레이니까요. 근데 우리나라가 크로스는 제대로 올린답니까 그것도 아니죠. 야구장도 아닌데 홈런이 쏟아집니다. 할 수 있는 플레이의 가짓수는 적은데 그게 유효하지도 않습니다. 결국 경기는 지루해지고, 앞이 안 보이는 늪지대가 이어집니다.

슈틸리케가 지휘봉을 잡는 동안 우리나라가 극적인 경기력 상승을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럴 감독이었으면 진즉 A급 커리어 쌓았겠죠. 환갑 넘은 나이에 레벨업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고요. 대신 슈틸리케의 단순한 축구는 변수가 많지 않은 만큼 우리보다 약한 팀은 확실하게 잡고 들어갑니다. 아시아에서 깡패 노릇하기에는 충분할 거에요. 어쨌든 우리보다 피지컬 좋고, 우리보다 테크닉 좋고, 우리보다 경험 많은 나라는 아시아에 없으니까요. 근데 괜히 욕심 내면서 압박이니 뭐니 하면서 강팀 상대로 현대축구를 한다? 어설픈 일류검법이 잘 연마한 삼류검법보다 못하다는 무협지 클리셰를 보는 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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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레챤
개인적으로 공감하네요.

지금부터라도 신태용코치이외에 전술적으로 짜임새있는 동선이나 약속을 잡아줄 유능한 코치가 필요한거아닐지..
슈틸리케가 개방적으로 받아들일진 모르겠지만요
- rodgers -  [124.58.xxx.165]
06/06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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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퍼
장문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럼 확실히 +알파를 외부에서 기대할수 밖에 없네요
- kshfool -  [119.197.xxx.8]
06/06 02:05

권빵훈
공감합니다. 전 감독들이 아시아에서 약팀에게도 털리던 경향이 있었고 슈틸리케는 선수 많이 보러다니고 열심히 한다는거 이외엔 전술적으로나 전략상 뛰어난 감독은 아닌거 같네요.
- beczzam -  [121.163.xxx.90]
06/06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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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온마 16-10-18 20:42
   
저를 위해 이런글까지 ㅎ 감사드립니다 아주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