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두리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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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석학과의 인터뷰 (3)] '사커노믹스' 지만스키 교수가 보는 한국, 중국 축구

[스포츠서울=이성모 객원기자] 앞서 두 편의 인터뷰(‘이적시장 폐지론’, ‘돈과 축구의 관계’)를 통해 소개한 스테판 지만스키 교수는 세계적인 ‘스포츠 경제학자’다. 영국 출신답게 축구를 중심으로, 야구 등 다양한 스포츠에 대해 경제학자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서 풀이하는 것이 그의 전문분야다.

그렇다면 과연 영국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약중인 스포츠 경제학자의 눈에 비친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축구의 상황은 어떨까? 그가 주로 연구하는 분야가 아시아 축구는 아니기 때문에 그의 의견이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족할지 모르나, 큰 맥락에서 비아시아인 전문가가 아시아 축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참고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성모(이하 이) : 교수님의 대표적인 저서 ‘사커노믹스’에 보면 2002년 월드컵이나 아시아 축구에 대한 언급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2002년 월드컵에 대해 ‘축구의 관점에서는 변방의 국가들이 중심무대로 들어온 계기가 된 대회(한국, 일본, 터키, 미국 등)’라고 평가하고 있고, ‘비유럽, 비남미 국가 중 처음으로 월드컵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국가들이 아프리카 국가가 아니라 중국, 일본 등일 수도 있다’라고 평가하고 있는데요.

지만스키 교수(지만스키) : (웃음) 그 부분에 대해서 미리 하나 확실히 밝히자면, 그건 사이먼의 의견입니다. (사커노믹스의 공동저자 사이먼 쿠퍼) 저는 그 책에서 좀 더 데이터적인, 통계적인 부분을 맡았습니다.

이 : 그건 잘 알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교수님께서는 2002년 월드컵을 어떻게 보시는지 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지만스키 : 사이먼이 말한 그대로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세계 축구계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된 대회였고, 일본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그 외에도 미국 등 기대이상의 성적을 낸 팀들도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축구가 그 후로 약간은 정체를 겪고 있지 않느냐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점에는 아주 명확한 답은 찾기 힘들죠.

우선, 축구라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경쟁을 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계속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죠. 최근 상황을 보면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자국 리그를 발전시키고 축구계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을 감안해서 볼 때 한국의 경우는 우선 결정적으로 리그를 성공적으로 발전시킬만한 돈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의 현재 상황을 봅시다.

지금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투자하는 엄청난 돈이 과연 선수들의 막대한 연봉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중국 리그 경기엔 관중도 그리 많지 않아요. 티켓값이 높은 것도 아니고 방송계약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습니다. 지금 중국 축구에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중국 정치 최고권력자의 주문을 받고, 또는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돈을 쓰는 기업인들입니다.

그럼 삼성을 비롯한 한번 한국의 기업들을 생각해봅시다. 그 기업들의 입장에서 축구팀에 또는 축구팀의 선수 영입에 몇억을 투자하는 것은 사실 별로 큰 일도 아닙니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인데 안 하는 거죠. 한국 축구 리그의 상황은 누군가가 이 리그의 상황을 크게 개선하겠다고 과감한 투자를 하기 전에는 정체하거나, 현재보다 악화될 거라고 보입니다.

또 하나 한국과 중국 축구에 관해 흥미롭게 지켜볼만한 점은 과연 중국 축구의 급격한 부상이 한국 축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일본에게도 마찬가지죠. 일본의 경우도 사실, 2002년 월드컵 이후로 큰 발전을 이뤘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작년에 제가 아시아 지역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참가해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 때 저는 제가 늘 주장하는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축구계에서도 돈을 많이 쓸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으며 성공적인 리그를 만들기 위해서는 돈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기업이건, 돈이 많은 개인이건 누군가 수익을 바라지 않고 투자할 투자자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 이번 방한 때 K리그 경기도 직접 보셨다고 들었습니다. 경기는 어떠셨나요?

지만스키 : 인천 유나이티드 경기를 봤습니다. 경기력 자체는 괜찮다고 보였습니다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관중이 너무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축구계에 있어서 관중이 없다는 것은 가장 끔찍한 것이죠. 관중이 없는 축구라면 TV에서라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한국 축구가 좀 더 퇴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 교수님의 경험 혹은 지식을 통해 한국 축구 발전에 필요한 조언을 주신다면요?

지만스키 : 투자가 필요합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수익을 바라지 않는 투자를 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개인이든, 기업이든요.

이 : 중국 축구에 대해서도 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만, 현재 세계적으로 중국 축구의 부상이 관심사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 축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일부 전문가 중에는 중국 축구가 과거 1970~80년대 부상했다가 몰락한 미국 축구(NASL)처럼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지만스키 : 당시 미국 축구와 현재 중국 축구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과거 미국 축구 몰락의 가장 큰 이유는 방송중계권의 문제였습니다. 그 시대에는 축구가 제대로 방송되기도 힘든 상황이었죠. 물론 현대 중국 축구는 그렇지 않구요. 그러므로 그 두 리그를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 : 그렇다면 교수님께서는 중국 축구가 미래에 현재보다 더 힘이 있는 리그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지만스키 : 저는 미래에 중국 슈퍼리그가 세계 축구의 중심무대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슈퍼리그가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보다 큰 리그가 되지 말라는 법은 절대 없습니다. 만약 중국이 부정부패에 관한 이슈 없이 투명하고 깨끗하게 리그를 운영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죠. 지금 세계 최고의 리그는 물론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입니다. 그러나, 25년 전에 세계최고의 리그도 과연 프리미어리그였을까요? 아닙니다. 세리에A였죠. 그렇다면,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중국이 리그에 충분한 투자를 한다면, 지금 이미 그러고 있죠, 미래에 그들이 최고의 리그가 될 확률은 충분히 있습니다.

그것의 가장 좋은 예는 크리켓의 예입니다. 인디안 프리미어리그는 설립된지 10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세계 최고의 리그로 자리잡았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세계 모든 리그보다 돈이 많았기 때문이죠. 세계 각지에서 스타 선수들을 끌어모았고, 이제는 스타 선수들이 인도에서 뛰기 위해 경쟁을 하는 지경입니다.

중국은 현재 무섭게 경제성장을 하는 중이고, 세계 최고의 인구를 갖고 있죠. 중국이 미래에 세계 최고의 리그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 잘 들었습니다. 교수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 감사합니다.

지만스키 :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