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세계에 영원한 것은 없다.
하지만 지키고 싶은 '추억'이 있다. 성남FC가 그랬다. 전대미문의 두 차례 리그 3연패(1993~1995년·2001~2004년)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2010년), 시도민구단 첫 FA컵 우승(2014년) 등 걷는 길이 곧 한국 프로축구의 역사였다. 1989년 일화 천마 축구단으로 창단한 이래 희미해졌을 지언정 꺼지지 않던 불씨였다. 두 달 전까지 ACL 출전을 노리다 승강 플레이오프(이하 승강PO)까지 굴러 떨어진 성남을 향한 우려와 응원의 목소리에 아군-적군이 따로 없었던 이유다.
기적은 없었다. 11월20일. '전통의 명문팀' 성남에는 치욕의 하루였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챌린지(2부 리그) 강등의 수모를 겪었다. 성남은 이날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강원과의 승강PO 2차전에서 1대1로 비겼지만, 1차전 원정의 0대0을 묶어 원정골 규정(원정팀 다득점 우선)에 발목이 잡혔다. 검푸른 유니폼을 수놓은 까치 위에 달린 7개의 별을 2017년엔 클래식 무대에서 볼 수 없게 됐다.
▶대책없는 쇄신이 화 불렀다
석달 전의 파열음이 경고였다. 김학범 전 감독 체제에서 중위권 다툼을 하던 성남은 부상자가 늘어나며 부진의 늪을 헤멨다. 이 와중에 7위까지 순위가 떨어지자 일부 강경팬들이 김 감독과 면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구단은 기다렸다는 듯 '분위기 쇄신 및 스플릿 그룹A 진입'을 이유로 김 감독을 경질했다. '무리수'라는 의견이 대다수였지만 감독 선임은 구단의 고유 권한이라는 목소리에 묻혔다. '플랜B'는 없었다. 유스팀인 풍생고를 지휘하던 구상범 감독을 급히 1군팀에 불러 감독대행 자리에 앉혔다. 성남은 구 감독대행 체제서 단 1승만 거두며 그룹B로 추락했고 수습은 커녕 벼랑 끝으로 몰렸다.
선수들은 동요했다. 하루 아침에 시즌을 함께 준비했던 코칭스태프 전원이 교체된 마당에 성적까지 따라주지 않으니 운명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군입대 뿐만 아니라 주축 선수들의 이적설이 끊이지 않았다. 프로축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감독 경질 사태 뒤부터 일부 선수들은 이미 팀에 마음이 떠나 있었다"며 "구단 프런트나 새 코칭스태프들이 선수들의 마음을 잘 추스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12년 성남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A대표팀까지 선발됐던 황의조(24)는 어깨 탈구를 안고도 출전을 강행했지만 결국 팀의 운명을 막을 수 없었다.
▶성남을 지치게 한 무관심과 헛발질
무엇보다 성남을 힘들게 했던 것은 '무관심'이었다.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 시장의 드라마틱한 반전이다. 시즌 막판 이 시장의 트위터 계정에 '성남FC'는 단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았다. 2년 전 성남이 똑같은 상황에 내몰렸을 때 보여줬던 적극적인 관심과 딴판이었다. 성남이 잔류 또는 승강PO의 운명을 걸고 싸운 포항전을 전후한 순간에도 부산-경남 지역 초청강연에 나섰다. 성남 구단 측은 "구단주가 승강PO를 앞두고 고성 전지훈련에 출발하기에 앞서 선수들과 식사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승강PO가 펼쳐진 17일과 20일 이 시장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이 시장이 유명인사가 된 지 오랜데 굳이 경기장에 찾아와 얼굴을 알릴 필요가 있겠느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구단 역시 구단주의 치적을 쌓는 도구에 불과했다. 승강PO 1차전이 열리던 날 성남 구단이 내놓은 보도자료는 '성남FC 이재명 구단주 성남형 축구공정 동아프리카로 확대'였다. 탄자니아 유소년 대표팀 선수단 30여명을 성남시청으로 불렀다. 이석훈 성남 대표이사는 지난 9월 탄자니아로 날아가 현지 축구협회와 상호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수선수 수급 및 단계적 협력, 성남시와 동아프리카 국가간 글로벌 문화 교류 사업 확대를 논의하기 위함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를 상대로 진행하는 협력사업과 '성적과 발전'이라는 구단의 목표가 과연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 부호는 끊이지 않았다. '협력'이라는 좋은 취지 속에 포장된 '퍼주기'라는 시각이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지난 2011년 '지자체 차원의 남북교류'라는 거창한 취지 속에 구단 운영자금 5억원을 투입해 중국 단둥에 건립했다가 빚더미에 앉은 축구화 공장을 떠올릴 만했다. 결국 성남을 병들게 한 것은 무관심과 헛발질이었다.
성남=박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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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처럼 유력한 스폰서 회유해 다른 용도로 기부받아 사용해서
구단 말아 먹었다는 의혹을 안받는게 어디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