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서호정 기자 = 이승우는 스타의 기질을 타고 났다는 평을 듣는다. 모두의 눈길을 사로 잡는 화려한 드리블과 기술, 문전에서의 결정력을 두루 갖춘 선수다. 득점 후의 자신만만한 퍼포먼스와 이기려는 강한 집착은 그만의 개성이다. 차세대 스타의 면모를 지녔다.
그런 화려함 때문에 이승우는 때론 반대 급부의 비판을 받는다. 득점에 대한 욕심 때문에 팀 플레이가 부족하다는 게 비판의 주다. 조금이라도 활약이 미진하면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실상은 다르다. 이승우의 화려함은 사실 기본을 가장 잘 수행하는 밑바탕에서 나온다. 11일 열린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은 그의 진가를 다시 확인시켜 준 경기였다. 중앙과 측면을 오간 이승우는 장기인 드리블 대신 반템포 빠른 침투 패스로 최전방의 조영욱을 여러 차례 살렸다.
득점 장면은 왜 이승우가 퀄리티가 다른 선수인지를 보여줬다. 이유현, 이상헌을 거쳐서 온 패스를 감각적인 힐 패스로 연결하며 우루과이 포백 사이를 깼다. 침투한 조영욱이 빠른 동작으로 슛을 했고 상대 골키퍼가 막자 어느새 침투해 있던 이승우가 그대로 몸을 던져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화려하다는 기본 이미지를 충족시킨 장면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힐패스와 다이빙 헤딩 사이의 장면에서 이승우는 기본 중의 기본을 따르고 있었다. 많은 한국 선수들이 지적 받는 것 중 하나가 킬러 패스 후 쉽게 멈춘다는 점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부임했을 때 수 없이 언급했다. 패스 후 공이 없는 상황에서도 계속 움직여야 팀 전체가 효과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데 거기서 멈추다 보니 2차 플레이가 잘 나오지 않았다.
이승우는 교과서적인 움직임을 취했다. 힐패스 후 곧바로 우루과이 수비 뒤로 돌아갔다. 조영욱이 앞서 마무리를 했다면 그 움직임이 돋보이지 않았겠지만 골키퍼가 막아내며 2차 공격을 해야 할 때 이승우의 움직임과 위치는 사실상 골을 만들어 준 상태였다. FC바르셀로나 유스에서 성장하며 체득한 높은 클래스의 축구가 요구하는 오프 더 볼 움직임을 성실히 수행해 나온 골이었다.
공격에서만 자기 몫을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승우는 전방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상대와 경합하고 수비에 가담했다. 이것은 신태용 감독이 적극적으로 요구한 부분이었다. 도전적인 드리블과 공격 시도는 실패를 감수하고 얼마든지 해도 상관 없지만 그 다음 팀 전체 수비까지도 함께 해야 한다는 지시를 잘 수행했다. 이승우의 화려함은 현대 축구의 기본을 충실히 수행한 마지막 결과물이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