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지금 히딩크 감독이 온다고 우리가 16강 이상 성적 거둘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히딩크 감독이 올 수 있다면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지금 한국축구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든 끊고 새 판을 짜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에요.
2002년 월드컵의 약빨은 최대치로 잡아도 사실상 2010년 월드컵에 끝났다고 보구요.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계속 찐따짓의 반복이었습니다.
감독 선임 -> 경기력 개판 -> 자름 -> 또 개판 -> 또 자름 -> 그러다가 최종예선 돌입 -> 월드컵 탈락 위기까지 몰림 -> 급하게 감독 교체 -> 운빨로 간신히 진출은 함 -> 개판 경기력 고칠 생각도 안하고, 문제가 뭔지는 관심도 없고, "앗싸 월드컵 9회 연속 진출 잇힝~" 이 ㅈㄹ 하면서 행복회로 돌리다가 월드컵 나가서 참교육~ -> " 세계 축구의 벽은 높았다 드립으로 자위~" -> 반복
사이클이라는건 기회가 있을때 끊어버리지 않으면 계속 반복되는 성질이 있습니다.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데 저절로 좋아지는 현상은 일어나기 힘들어요.
그리고 그러한 변화를 위한 노력으로 2002년 기억의 주인공인 히딩크 감독은 적임자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생각해서가 아니에요.
히딩크는 한국축구에 있어 영웅으로 남아있기에, 선수들 스스로도, 국민들 또한 알게 모르게 관심을 쏟고 믿음을 보여주며 함께 으쌰 으쌰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고, 그럼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히딩크를 선임하는건 당장 월드컵 16강 이상 보내달라는게 목적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지금 한국축구는 뭔가 커다란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에요.
아예 월드컵을 탈락했다면 그것도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대승적으로 볼 때 그건 뼈를 깎고 살을 취하는 극단적인 방법일 수도 있으니 피하는게 더 현명한 것이었다고 보고요.
생각해보세요.
신태용 감독 분명 나름대로 능력 있는 감독이긴 하지만, 올림픽과 20세 월드컵을 맡았던 경력 및 이번 최종예선 2경기를 보면, 아직 많이 부족한게 사실입니다.
아니, 축구감독으로서의 능력이 부족한건 제외해 놓고 보더라도, 이번 최종예선을 치루며 보여준 박근혜식 화법 및 경솔한 세레머니 등등, 수장으로서의 모습도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기에는 아직 부족해요.
벌써 축구팬들은 월드컵 3패 광탈은 물론, 역대 최악의 대패 걱정을 하고 있을만큼 대표팀과 한국축구에 대한 신뢰 자체가 바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한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만큼 어떤 특별한 계기가 생길거라고 보시나요?
전 또 다시 한국축구의 젊은 감독을 잃게 될거라고 90% 이상 확신합니다.
오히려 홍명보 감독보다도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홍명보는 부임할 당시만 해도 런던월드컵 동메달로 국민들의 믿음과 지지도 어느정도 있었고, 시간도 1년 남짓 있었지만, 신태용은 그 보다 남은 시간도 짧고, 국민들의 믿음은 커녕 불신만 받고 있거든요.
다 떠나서 당장 선수 선발부터 지금이랑 크게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 아닌가요?
'나름대로 열심히 하다 보면 뭔가 되겠지' 라는 생각은 낙관주의자들의 이상론에 불과해요.
현실에서 믿을건 본인들의 노력밖에 없어요.
악순환의 사이클을 끊고 당장은 효과를 보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뭔가 달라지길 원한다면 뭔가 커다란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솔직히 저부터가 한국축구에 대한 회의감만 가득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나라가 아시아 최강이라고 믿어왔던 신념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거나 말거나, 일뽕들이 조롱하거나 말거나 그러려니 싶어요.
아마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축구팬들도 비슷할거라 생각해요.
지금 한국축구는 일단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게 최우선입니다.
작성일 : 17-09-0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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