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사견임을 밝힘니다.
슈틸리케가 와서 놀고먹지는 않았습니다.
그 역시, 뿌리깊은 외국인 감독에 대한 텃새 탓에 선수 발굴을 하려면 2부 리그를 중점적으로 뒤적거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정우영, 권창훈, 김진현, 조영철, 이용재, 김승재, 이재성, 이정협 등을 찾아냈고 실제로 이들은 아시안컵 준우승과 동아시안컵 우승,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전까지 활약을 했는데 바로 이들이 ‘슈틸리케의 아이들’이라 불렸습니다. 차두리가 은퇴를 하면서 대표팀의 전력이 약화되긴 했지만 공간침투 능력이나 일대일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으니 무실점으로 최종예선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최종예선에 들어서면서 이 선수들이 하나 둘 씩 자취를 감췄고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이 복귀해 오늘에 이른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홍명보의 아이들’을 뽑아서는 안된다는게 아니지만 소속팀에서 후보로 전전긍긍하고 대표팀에서도 기량이 떨어진 게 눈에 선한데다가 중국에서 열린 2군으로 뛰었다는 동아시안컵에서 중국을 2-0으로 제압했을 때의 선수들 보다 못한데도 '철밥통 차출'이니 문제인 것이지요.
결국, 국내 멤버들이 예선을 치러 주고 최종예선과 본선에는 유럽 2군이나 중국파로 구성된 이들이 참가하는 수순으로 정해져 있던 것이라고 봐야할텐데, 슈틸리케 감독이 사임한 뒤 최종예선이 끝나고 본선을 대비한 평가전을 치르도록, 종전 선수 차출과 차이가 없는 것을 보면 확실해 지는게 있습니다. 사실상 최종예선에 출전한 멤버들은 학연지연의 혜택을 누려온 이들이다 보니 슈틸리케의 권한과 거리가 멀 수 밖에 없던 것입니다. 학연지연 역시,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여태까지의 대표팀 성적을 지켜내면 될 텐데 그렇지 못하니까 문제인 것이지요.
신 감독은 심사숙고해야 할 겁니다.
세계까지 들먹일 것 없습니다. 한국 팀이 B조에 있었다면 본선에 못 갔을 겁니다. 본선 행에 성공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3패, 그것도 2게임은 대패가 유력한데 일본이 16강이라는 성적을 내기라도 하면 아마도 신 감독은 축구계를 떠나야 될지 모릅니다.
이미 4년 전 선례가 있듯, 월드컵은 축구 변방의 줄 세워 뽑혔을 법한 선수들과 초보 감독이 가봐야 망신만 당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