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3~4경기 정도를 3일 간격으로 계속 뛰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축구선수로서는 지난번 소집 이후 이번에 두 번째로 장거리 비행을 하고 왔는데 많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이강인 아버지 말씀으로는 처음에는 둘 다 아무 생각없이 왔었는데 두 번째 정도되니 이게 만만한 일이 아니라고 얘기하시더군요.
종아리도 퉁퉁 붙고, 건조하고 비행기 좌석도 너무 안쪽이라 화장실 가기가 불편해 물도 안 마시고 왔다고 합니다.
도착하자마자 밤시간에 창원축구센터로 합류했고, 다음날 바로 훈련.
물론 정상적인 훈련에 참가한 건 아니고, 감각 유지하고 슈팅 때리는 정도의 훈련만 소화했습니다.
그래서 부산전도 세 번째 게임에만 참여하기로 한 것 같습니다.
몸을 풀고 중간중간 패스를 주고받는 모습은 영락없는 고등학생 막내둥이었습니다.
괜히 비틀거리고 넘어지는 척하면서 까불기도 하고 그러더군요.
후기에도 남겼지만 선수들이 첫 게임 시작할 때부터 주눅이 들어있는 상태여서 평범한 퍼스트터치와 패스조차 안되고 있었고,
수비만 하면서 부산 선수들을 좇아다니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져 설상가상 수비조직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부산 선수들은 부산 선수들대로 집중력과 투쟁심이 실전과 같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세 번째 게임. 4-4-2 포메이션에서 이강인이 중앙미드필더로 투입.
세 번째 경기에선 그 전 게임과 달리 유독 한 선수의 목소리가 한시도 쉴틈없이 들려왔습니다.
누군가 궁금해서 눈여겨 찾아보니 다름아닌 막내 이강인이었습니다.
중학생 목소리처럼 앳된 느낌이 남아있었고, 목은 애초에 쉬어있는 상태였던 듯 합니다.
그럼에도 그 작은 몸의 선수가 경기시작 휘슬이 울리기가 무섭게 정말 쉬지 않고 소리를 쳤습니다.
수비로 전환하는 상황에서는, "(김)찬형, 내려와! 빨리! 내려와!", "(최)희원형, 올려! 올려!"
하면서 공격수와 수비수를 통솔하며 수비진영을 최대한 빨리 정비하고, 라인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수비진영이 구축되고 나면, "기다려~ 기다려~"
하면서 팀을 통제하고,
다시 압박할 상황이다 싶으면, "세훈형! 가!가!가!가!"하고
오세훈이 압박을 시작하면, 본인도 압박을 나가면서 모두에게 "가자! 가자! 가자! 가자!"
하고 압박을 지휘했습니다.
오세훈이 측면쪽에서 압박을 했으나 몸싸움에서 질 것 같자, "세훈형! 끝까지! 끝까지! 끝까지!"하면서 독려하고,
오세훈이 뚫리자, 측면의 이상준에게 '형! 나가" 하면서, 중앙 파트너인 정호진에게 "(정)호진형! 지키자! 지키자! 하면서
전후방 상황을 살피고 본인도 자세를 낮춰 공격해 들어오는 것에 대비를 하더군요.
적절한 협력압박으로 부산선수들의 볼도 두어 차례 뺏어왔습니다.
물론 아직 몸이 여물지 않기도 했고, 스피드가 장점인 선수가 아니라 중앙에서 몸으로 밀고 들어오는 선수를 혼자서 막아내진 못하지만
그렇더라도 결코 주눅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공격할 때는 본인의 페이스로 볼을 키핑하고, 후방에서는 간결하게, 하프라인부터는 본인의 기술을 발휘했습니다.
파울을 얻어낼지언정 몸싸움을 걸어올려고 해도 볼을 정말 안 뺏기더군요.
처음 중원에서 키핑기술 딱 나왔을 때 저도 모르게 "강인이 잘하네.."라고 읊조리게 되더군요.
옆에서 형들이 볼 달라고 여기저기서 소리쳐도 당황하거나 흔들림없이 자기 느낌대로 플레이 합니다.
이강인이 탈압박하고 전방을 바라보게 될 때쯤이면 자연스레 상대 포백라인에는 공격수 3명이 뒷공간 침투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 졌습니다.
임재혁의 골장면도 포백라인과 골키퍼 사이공간에 정확히, 상대 입장에서는 애매한 공간에 로빙패스를 차놨고,
골키퍼가 달려나오고 볼이 원바운드되는 순간의 타이밍에 임재혁이 살짝 걷어올려 키퍼의 키를 넘기며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30분 동안 정말 쉴틈없이 떠들고, 전반적인 팀의 상황을 계속 신경쓰면서도 자기플레이는 또 자기플레이대로 하더군요.
2번째 게임 정우영이 호랑이들 틈사이에서 혼자서 헤집어 보려는 어린 늑대의 모습이었다면,
3번째 게임 이강인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도 꿋꿋하게 팀을 독려하면서 상대를 하나씩 베어내는 소년장수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지금 불과 3~4개월 사이에 U20 대회에서 성인선수들에 적응했고, 그 여세를 몰아 후베닐A도 이미 평정하는 모양새입니다.
B팀 데뷔는 자연스레 이뤄질 것 같고, 피지컬적 성장을 얼마나 이루느냐에 따라 더 큰 성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조심히 예상해 봅니다.
기술은 직접 보면 더 감탄이 나옵니다. 고종수, 이관우, 김두현도 봤지만 완전 다른 스타일이네요.ㅋㅋㅋ
그리고 그것도 그거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수비할 때 정신적으로 단단하게 버텨주면서 팀의 선수 한 명, 한 명을 지휘하는 리더로서의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정협, 임상협 등이 모두 뛰고 있던 부산을 - 윙어 임상협을 - 압박으로 몰아서 최후방까지 밀어내는 건 경기 중 처음 나왔던 장면이고,
이후 부산선수들이 답답해 상당히 거칠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