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은 포항전을 앞두고 기영옥 단장에게 사임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 단장은 만류했다. 팀이 강등됐지만 힘든 상황에도 용기를 내 광주 지휘봉을 잡아준 김 감독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김 감독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광주의 클래식 재승격을 위해서라도 김 감독의 지도력은 꼭 필요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정중히 고사했다. 어쨌든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책임감이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이게 순리인 것 같습니다." 김 감독이 남긴 말이었다. 김 감독은 "어떻게든 팀을 강등에서 구해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광주를 지켜봐주신,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를 조아려 사죄드린다"며 "이제 광주는 새로운 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 내 사임은 그 새판짜기의 일환이다. 광주가 다시 일어설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광주 강등에도 지역 사회의 목소리는 온정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단의 노고를 치하하는 분위기가 컸다. 때문에 김 감독 체제로 더 유지되길 바라는 지지층이 더 많았다. 강등을 둘러싼 '책임공방'도 없었다. 김 감독을 중심으로 단단히 뭉친 광주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실패는 결국 실패일 뿐이라는 것. 광주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선 실패한 자신보단 더 뛰어난 지도자가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