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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14 22:18
[펌글] 손흥민, '오프 더 볼'에 흥미를 갖다.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868  


17/18 프리미어리그 23R, 토트넘 v 에버튼 손흥민 리뷰
시즌 11호 골, 홈 5경기 연속골을 성공시킨 손흥민

2015년 8월, 손흥민이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나는 그가 출전한 거의 모든 경기를 시청했다. 특히 지난 시즌부터 토트넘의 경기를 해설하면서 포체티노 감독이 젊은 선수들과 함께 팀을 발전시키는 스토리를 흥미롭게 관찰했다.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뛴 경기 중 유독 기억에 남는 경기가 몇 개 있다. 데뷔 시즌 리그 첫 골을 기록한 크리스탈 팰리스 전과 가깝게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도르트문트 전처럼 강한 흔적을 남긴 경기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당분간은 오늘 에버턴 전이 우선 순위가 될 것 같다. 1골 1도움으로 팀의 4-0 승리에 힘을 보태며 경기 공식 MOM에 선정된 것이 말해주듯이, 손흥민은 최근 자신의 폼을 증명하며 90분 내내 자신의 강한 영향력을 유지했다. 공을 잡을 때 상대 선수를 움츠리게 하고, 관중들에게 기대감을 주는 선수를 '판타지스타'라고 한다. 오늘 손흥민의 경기력은 내가 본 그의 경기 중 가장 완성도가 높았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늘 웸블리에서 가장 빛나는 판타지스타는 손흥민이다.

토트넘의 에버튼 전 패스맵. 손흥민은 공격 유닛 중 가장 많은 영향력을 선보였다.


# 1,000억의 가치

최근 FIFA 산하 국제 스포츠 연구센터에서 흥미로운 자료를 발표했다. 유럽 5대리그 선수들의 이적 가치를 평가했는데 손흥민은 7260만 유로(929억원)로 전체 56위, 아시아 선수 중에는 가장 순위가 높았다. 2억 1300만 유로(2726억)를 기록한 네이마르가 1위를 차지한 것을 고려하면, 손흥민의 현재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토트넘 데뷔 시즌에 8골, 지난 시즌 21골, 이번 시즌 현재까지 11골. 손흥민은 토트넘과 함께 해마다 발전하고 있다. 토트넘 입단 초기에는 공을 받기 위한 사전 움직임 즉, 오프더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현재는 개선되었고, 지난 시즌 중반 포체티노 감독이 백스리 포메이션을 선택하며 포지션의 애매함에 대한 문제도 있었지만 팀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극복했다. 다소 어려운 시기에 골이 터지는 흐름적 행운이 함께한 것도 사실이나 토트넘에서 손흥민은 분명 성장했다. 

에버튼 전 공식 MOM (맨오브더 매치)

# 테크닉과 스킬의 차이

빠른 주력, 순간적인 폭발력, 양발 슈팅. 우리가 '손흥민'하면 떠오르는 그의 장점이다.

"빠르고 슈팅 좋은 선수는 컨디션이 안 좋아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축구를 했던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고 있을 것이다. 빠르고 슈팅 좋은 선수는 아무리 못하더라도 경기 중 언제나 '한 방'을 날릴수 있다. 게다가 양발을 사용한다면 그 위력은 배가 된다. 손흥민이 바로 그런 유형의 선수였고 그 장점이 그를 지금의 프리미어리거로 만들었다. 

손흥민은 유소년 시절 독특한 훈련을 통해 성장했다. '나와 공'의 관계인 테크닉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나와 공과 상대'가 있는 스킬 훈련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볼 리프팅을 하거나, 마커를 세우고 드리블 하는것, 볼 필링(Ball Feeling) 등 선수가 공을 활용하여 상대 없이 반복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테크닉 훈련이다. 동작이 숙련될 때까지 반복해야 하기에 다소 지루하고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반면 스킬 훈련은 '나와 공'의 관계에 '상대'가 추가된다. 테크닉 훈련은 반복된 동작에 의해 익숙해진 공식으로 공을 다룬다면, 스킬 훈련은 상대가 있기에 공과 함께 상황을 응용해야 한다. 1대1, 3대3, 또는 스몰사이드 게임 나아가 11대11 정식 경기까지 모두 그의 연장선이다. 보통 모든 훈련에서 상대가 추가되면 경쟁이라는 요소가 추가되기에 재미 또한 커진다.

통상적으로 유소년 단계에서는 테크닉 훈련과 스킬 훈련을 병행한다. 쉽게 말해 반복적인 기본기 훈련도 하고, 동시에 경기도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유소년 시절 스킬보다 테크닉 훈련에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손흥민이 양발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공을 다루는 감각과 슈팅 기술이 뛰어난 이유이다. 하지만 유소년 시절 경기 또는경기와 비슷한 스몰사이드 게임을 자주 하지 않다보니 공과 함께 상대를 대하는 법, 동료를 활용하는 법에 대해 어색함이 있었을 것이다. 패스를 받기 위한 사전 움직임, 몸을 돌려서 각도를 만들어 주는 것 등 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 즉 '오프 더 볼' 에 관련된 상황은 테크닉 훈련으로 습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거 손흥민의 '오프 더 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의 유소년 시절 훈련 방법에서 연관성을 찾아보기도 했다. 

나는 어느정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 의견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지금은 바뀌었겠지만 내가 유소년 시절 파리에서 활동할 때 나를 지도했던 한 코치는 볼 리프팅을 딱 50개 까지만 차게 했다.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몇 시간 동안 수천번 차는 것은 기량 발전에 도움이 안되며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볼 리프팅을 50개 이상 차지 못한다.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면 당시 프랑스 코치의 말은 정답이자 동시에 오답이다. 세상에 나쁜 훈련, 좋은 훈련은 없다. 모든 트레이닝은 누구에게, 누가, 언제,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효과를 만들어낸다. 누구에게 아주 좋은 훈련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좋지 않은 훈련이 될 수 있다.

손흥민은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7번의 드리블을 시도했고 그 중 5번 성공했다. (후스코어드닷컴)
총 53회의 볼 터치 중 공을 잃은 것은 단 3번. 2선 공격을 함께 이끄는 델레 알리는 총 10차례 공을 잃었다. (후스코어드닷컴)

# 손흥민 & 오프더볼

그런데 생각해보면 언젠가부터 손흥민의 '오프 더 볼'에 대한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오히려 공격 상황에서 좋은 곳에 위치하여 공을 받는 장면이 더 많이 떠오른다. 활동량도 많고 공을 받기 위해 활발하게 서포트 움직임을 갖는다. 신체적인 능력은 물론 후천적 노력에 의해 나아질 수 있지만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지구력은 상당 부분 발전할 수 있으나 폭발력, 주력 등은 얘기가 다르다. 100미터를 13초에 주파하는 선수가 아무리 노력해도 11초가 되기는 거의 불가능한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몸이 아닌 머리를 사용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 지난 시즌부터 손흥민의 플레이에 점점 여유가 느껴진다. 중앙 지역에서 공을 잡으면 가급적 간결하게 동료에게 연결하고 자신은 다시 움직인다. 반면 측면에서 공을 잡으면 가급적 전방을 향한 볼 터치를 통해 공격적인 돌파를 시도한다. 일대일 상황에 자신감과 재미를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간결한 연결'과 '드리블 돌파'는 공격 시 선수가 선택할 수 있는 정 반대의 상황이다. 패스해야 할 때와 드리블 해야 할 때 만 정확히 구분해도 좋은 선수로 평가 받는다. 그런데 그것을 구분하려면 상황 인식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그 상황 인식 능력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는 '헤드업' 동작에서 시작된다. 공을 받기 전 고개를 들어 주변 상황을 파악하면 자연스럽게 플레이의 선택지가 많아진다. 공만 보는 것이 아닌 주변 동료와 상대의 위치, 나아가 몸의 방향까지 확인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상황 인식 능력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비는 한 경기에서 무려 850번의 헤드업 동작을 한다고 한다. 이는 라리가에서 활약하는 다른 미드필더의 1.5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런데 그 헤드업을 손흥민도 자주,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다. 헤드업을 통한 상황 인식은 뇌를 훈련시킨다. 마치 앞에서 언급한 기본기 훈련처럼, 상황 인식 역시 반복적으로 행하고 시도하면 분명 나아진다. 공이 없을 때, 혹은 공을 받기 직전 손흥민은 과거보다 활발하게 헤드업 동작을 시도한다. 신체적 장점이 가장 큰 무기였던 손흥민이 추가 옵션을 장착한 느낌이다.

공을 편하게 받기 위한 사전 움직임. 나가는 척하다가 내려서 받고, 내려서 받는 척하다가 침투하는 장면이 많았다.
토트넘의 4번째 골.(에릭센) 공을 받기 전 손흥민의 헤드업을 통한 상황인식

# 진화

보통 상황 인식이 잘 되면 상대와 접촉할 일이 적어진다. 상대 수비의 범위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공을 간결하게 처리하여 벗어나기 때문이다. 상대와 경합이 적어지기에 체력이 비축되고 심리적인 여유도 생긴다. 이렇게되면 경기 중 상대 수비를 데리고 노는(?) 기분도 느낄수 있다. 주로 왼쪽 측면에 위치하는 손흥민이 공격적으로 공을 받으려면 첫 터치를 공격 방향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공을 받기 직전 상대 수비의 범위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늘 에버턴 전에서 그 방법을 손흥민이 몇 차례 보여줬다. 풀백 벤 데이비스나 3선 미드필더 다이어, 뎀벨레에게 공을 받기 직전 상대 수비를 현혹시키는 좋은 사전 동작이 있었다. 앞으로 출발하는 척 하다가 내려와서 공을 받고, 반대로 내려오는 척 하다가 갑자기 스피드 변화를 주어 전방 침투하는 동작으로 에버턴 수비를 흔들었다. 

무엇보다 이제는 토트넘을 상대하는 모든 팀들이 손흥민을 의식한다. 손흥민의 장점을 알고 있기에 결코 쉽게 생각하지 못한다. 수비는 특정 공격수를 의식하는 순간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면서 상대 공격수의 작은 몸짓에 필요 이상으로 크게 반응하며 공격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벼운 수비'를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번 시즌들어 측면에서 손흥민과 일대일 상황에 놓인 수비수들은 카일 워커를 제외하곤 대부분 위축된 수비 자세를 취했다. 공격은 언제나 능동적, 수비는 수동적이기에 손흥민은 측면 일대일에서 늘 어드밴티지가 있다.

토트넘에서의 세번째 시즌, 팀내 입지와 가치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1992년생, 아직 만 25살 손흥민은 자신의 신체적 장점을 앞세워 플레이 할 수 있다. 하지만 페르난도 토레스가 그랬듯이 폭발력과 주력은 영원하지 않다. 이런 유형의 선수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진화가 필요하다.

재미있는 것은  손흥민이 빠르게 치고 , 돌파하고, 때리는 것 외에 축구의 또다른 흥미요소를 확인한 것 같다는 점이다. 손흥민이 무섭게 진화하고 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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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mms 18-01-1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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