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브라질 월드컵에 홍명보감독의 "좋은 경험"이라는 발언을 두고 이영표 해설위원이 했던 "월드컵은 경험하는 곳이 아니라 증명하는 곳이다"라는 발언이 홍명보감독을 탐탁하게 생각치 않던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에게 참 통쾌하게 들린 기억이 있다.
목표인 '16강'을 실패했고, 경기 내용도 좋치 않은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기에 이영표의 그 발언은 지금도 회자되며 마치 축구계의 넘을수 없는 명언이나 큰 명제처럼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 문구는 그 이후에도 경력이 일천하거나, 좀 더 솔직히 표현해서 마음에 내키지 않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승선할때도 종종 쓰이게 되는걸 보게된다.
선수나 감독의 입장에선 자신의 실력을 16강에 올라감으로서 증명하고 싶었을테고, 목표한 결과를 얻지 못했으니 실패라는건 동의하지만, 경험까지 실패라 몰아부치는건 동의 할수없다.
오히려 지금 생각해보면 홍명보감독의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홍명보의 아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스쿼드가 아니라, 당시에 최고의 선수들이 경험할수있는 큰무대는 거의 다 섭렵했던 박지성선수의 은퇴번복을 끌어내지 못한데 있지는 않을까?
"증명"을 하기 위해선 큰 무대를 경험해본 "경험치"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하는게 너무도 당연하니 말이다.
2002년전에 단한차례의 승리도 없던 월드컵무대에서 그나마 1승씩이라도 하던게 2002년 멤버들의 완전한 은퇴후에 벌어진 브라질 월드컵에서 무너진걸 보더라도, '고기도 먹어본놈이 먹는다.'는 경험치의 무서움또한 그리 만만히 볼게 아니라는게다.
어쩔수없이 한국 축구의 실력이란게 한번도 16강이상을 낙관하며 봤던 대회도 없었을뿐더러, 인터넷과 실시간 중계로 높아질 만큼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만큼의 경기력은 쉽지않을터이다.
이번 멤버도 찬찬히 훓어보면 4년후 다음 월드컵을 장담하기 힘든 선수들이 몇몇 보인다. 그럼 최소한 월드컵 16강에 실패할지 모른다는 "목표"에 매몰되서, 월드컵이라는 세계적인 대회가 주는 압박감과 긴장감의 경험치를 이어가야할 현실적인 요구또한 무시되면 안된다는 점이다.
차세대 유망주를 기어이 월드컵 멤버로 뽑아서 교체로 라도 경험 시키는 나라들이 월드컵이 '증명'하는 자리라는걸 몰라서 그러겠는가?
8~90년대 우리나라 축구선수들 중에 몇몇은 지금 대표팀에 가져다놔도 경쟁력있고 오히려 지금 선수들 보다 나은 선수도 꽤나 뽑을수있지만, 그들이 월드컵 무대에 번번히 실패했던 이유는 단순히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유럽이나 남미의 제대로 된 팀과 경기를 해본 경험부족과 월드컵 같이 긴장되는 큰무대에 서본 경험부족도 분명 한몫했을것이다.
증명과 경험이 전혀 다른 개념으로 양립될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