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클럽은 기본적으로 주전경쟁이 심각한 곳이다. 벤제마의 인성질에서 보듯이 실적이 안나오면 바로 뒷방으로 밀리고 책임추궁이 따라오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서도 정치질이 심한 곳이 빅클럽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빅클럽은 자원이 넘치고 그 넘치는 자원으로 실적을 증명해야하는 곳이다. 그에 비해 중소클럽들은 부족한 자원을 조합하여 생존을 모색하는 곳이다. 두 개의 환경은 전혀 다른 것이다.
카가와, 미나미노는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실력은 온전히 개인능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팀이 살려서 쓸려고 마음먹었을 때 극대화되는 능력인 것이 문제일 것이다. 처진 스트라이크라는 것은 결국에는 박스 안에 빈공간에 침투하여 공을 받아 상대에게 타격을 입히는 롤이다. 그 빈 공간은 일반적으로 우리 편의 공격수나 풀백 등의 오버래핑을 통해 상대 수비수들이 딸려 나갔을 때 발생하는 공간이며 그 자리에 세컨 스트라이크가 침투한다고 할지라도 우리편의 볼의 공급이 없으면 무의미해지는 역할인 것이다.
카가와가 도르트문트에 있었을 때 미나미노가 잘츠부르크에 있었을 때 팀의 다른 자원들이 이 롤을 수행하는 두 사람의 존재를 크게 인정했고, 일본 대표팀도 전통적으로 이런 롤들을 잘 사용하는 편이었기에 이 선수들의 침투와 골 결정력은 높게 평가받은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빅클럽으로 오면 모든 상황이 바뀐다. 빅클럽에는 굳이 세컨 스트라이크를 살려쓰지 않아도 그 자체로 결정력 높은 자원들이 넘쳐난다. 그러므로 빅클럽에 오면 팀에 도움이 되는 자신의 롤을 잘 찾아내야한다. 박지성이 그런 면에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PSV에서 챔스리그의 활약으로 맨유에 스카웃 되었을 때 박지성의 롤은 공격적인 면보다 수비적인 공수밸런스의 역할이었고 박지성은 이것을 영리하게 캐치하고 자신의 역할을 재정립하여 감독의 요구에 부합하는 자신의 롤을 찾아내어 맨유의 일원으로 빅클럽에 정착하게 된 것이었다.
그럼 카가와와 미나미노를 보자. 어제 미나미노를 보면서 한숨이 나왔던 것은 자신이 잘 할 수 없는 역할을 할려고 덤빈다는 것이었다. 미나미노는 현재 서브다 그럼 서브로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야하는데 생존에 조급해진 미나미노는 골과 공격포인터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할려고 마음먹은 것 같았다. 오리기, 조타, 미나미노 모두 서브이다 보니까 어제같은 경우에 모두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바쁜 상황이었고 그 상황에서 미나미노는 상대 중앙센터백 사이에서 볼을 잡고 해결을 볼려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그런데 정통 스트라이크도 아닌 선수가 상대 수비수가 딱 붙은 상태에서 그것도 양쪽으로 상대 수비수를 끼고 볼을 잡아서 컨트롤하고 골을 넣겠다(?) 이걸 잘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우습고 그걸 실행해서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는 것 자체가 나는 미련하다고 느꼈다. 단순한 축구기술이 아니라 축구와 팀의 사정을 이해하는 머리와 친화력, 정치력 모든 것이 빅클럽에서는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리버풀에는 골을 넣어줄 사람은 많다. 아무리 서브로 입지에 위협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할 수 없는 역할에 덤비기 보다는 그냥 2선에서 공을 잡아서 침투해 들어가는 선수들에 볼을 공급해주고 상대를 귀찮게 하고 라멜라처럼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찾아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기보다 그들과 경쟁하는 입장에서 할 수 없는 역할을 하겠다고 덤비는 모습을 보면서 빅클럽에서 살아남는 방법 자체를 찾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나미노는 어쨌든 감독이 기회를 주고 있다. 퍼거슨이 박지성에 그랬듯이 그 기회를 영리하게 캐치하고 자신이 이 팀에서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다른 선수들과 다른 비교우위를 보여준다면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않고 자신이 잘하는 것만 하겠다고 미련을 떠는 순간 그는 또 한번 제2의 카가와가 될것이라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