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셀렉션님의 질문에 답변으로 단 글인데,
그냥 이 기회에 이 문제에 대해 하고 싶은 말 있으신 분들 댓글달아주시면 제가 답변드리려고 주제글로 올립니다.(어짜피 밤새며 일해야 할 거 같아서요.. 새벽 4시 정도까지는 답변 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전, 벤투호가 일본과 1군으로 붙었으면 이겼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1.이강인 문제.
한일전 때 이강인은 잠재력은 큰 선수였지만, 아직 단점이 많은 선수였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수비하는 법을 몰랐고 오프더볼이 안 좋다는 것 두 가지였죠.
일본전 때 벤투가 이강인을 원톱으로 쓴 것에 대해 비판이 많은데, 당시 이강인은 수비력이 안 좋아서 수비블록에 포함시킬 수 없었습니다. 마요르카에서 아기레 감독도, 저번시즌에 처음부터 이강인을 수비블록에 포함시킨 게 아니고, 처음엔 투톱의 한자리로 올려서 수비부담을 주지 않다가 이강인이 포텐 터져서 수비도 잘하게 되자 이강인을 2선으로 내려서 수비블록에 포함시켰죠. 벤투가 이강인을 수비블록에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와 아기레가 이강인은 작년 초반엔 수비블록에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가 같습니다.
그래서 벤투가 한일전 때 이강인을 최전방으로 올려서 수비부담을 최대한 줄여준 것이고요. 원톱 포지션에서 프리롤로 공수에 기여해 보라고 시도한 것 같은데, 이강인이 경험치가 적어서 프리롤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손흥민과 비교해 보면 명확해지는데, 벤투가 손흥민도 왼쪽 윙포워드가 아니고 투톱 자리로 올려썼습니다. 그런데 손흥민은 노련해서 최전방에서 골을 노려야 할 때와 후방으로 내려와서 공격작업을 도와줘야 할 때를 잘 구분해서 대활약을 했죠. 벤투가 이강인에게 손흥민 같은 역할을 기대했던 거 같은데, 당시 이강인은 경험치가 적어서 활약을 거의 못했습니다.
2.한일전 때 해외파 주전 출전 문제,
한일전 당시 한국도 해외파가 안나왔고 일본도 해외파가 안 나왔습니다.
그래서 마치 같은 조건으로 맞붙은 것 같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한국과 일본은 큰 차이가 있었죠.
일본은 1군이나 2군이나 계속 지금까지 해 오던 축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2군이 나오면 1군 보다는 전력이 떨어져도 한국 만큼은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성인팀이 아니고 연령별대표팀이 나와도 일본은 1군, 2군, 연령별 대표 모두 같은 축구, 지금까지 계속 해 오던 익숙한 축구를 하기 때문에 조직력에 문제가 없죠.
그런 반면,
한국은 벤투 때 지금까지 한국이 해 오던 축구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축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벤투가 국대선수로 뽑아서 소집훈련 때 조련한 선수들 외에는 벤투의 축구를 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당시 한일전 때 한국팀에는 벤투가 평소 훈련시켰던 선수가 권창훈 김영권 둘 밖에 없었기 때문에, 한국팀은 조직력이 엉망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일본은 2군이라도 오랫동안 해오던 일본축구를 그냥 하면 되기 때문에 조직력이 좋았죠. 그 결과 일본이 이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만약 벤투 때 한국 1군과 일본 1군이 맞붙었으면 60% 이상의 확률로 한국이 이겼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왜 1군끼리 붙었으면 한국이 이겼을 거라고 생각하는지도 자세히 쓸 수 있습니다만... 글이 너무 길어지니까 여러분이 답글 달아주시면 그에 대한 답변으로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