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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11-02 02:20
[잡담] [소신발언] 축구 외교를 등한시하는 한국
 글쓴이 : conanmoon
조회 : 1,015  

아시안컵 일정이 나왔는데

우리나라가 조 1위로 올라갈 경우 다시 이란과 붙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있네요.

가장 우리가 만나기 꺼려하고, 우리를 가장 괴롭혀 왔던 존재들이죠.

차라리 호주나 사우디를 만나면 조금 더 신선할텐데, 지난 아시안 컵에서 카타르에 져서 탈락한게 너무 아쉽게 느껴집니다. 카타르만 이겼다면 결승까지 탄탄대로 였을 것이고 그랬다면, 결승에서 우리와 상성이 좋지 않은 일본이 카타르에 3:1로 진 것마냥 우리가 이겼을 수 있을텐데, 우리는 굉장히 오래만에 돌아온 그 복을 차버렸죠.

그리고 아시안컵 일정이 우리에게 좋지 않고, 심판 판정 등의 불이익이 있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축구 외교를 너무 등한시했기 때문은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것이 우리 축구계에 가장 안 좋은 행태라고 생각해요. 

물론 실력 있는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그래서 이기면 정말 정의로운 세상이겠지만, 현실이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게 문제입니다. 어디 강대국들이 정말 완벽하게 윤리적으로만 행동하나요?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내로남불도 시전을 마다하지 않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미국은 반도체 이익을 공유하라며, 또 자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압박하면서 국내에 생길 일자리를 뺏어가려고하고, 중국은 그냥 자국에 진출한 회사에 압력을 가해서 망하게 하기도하죠(롯데), 일본은 어떤가요? 아직까지 과거사를 제대로 사과하지도 않을 뿐아니라, 오히려 그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잘못된 역사관을 가르치죠. 러시아는 부동항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땅을 빼앗아 버리고 아무 죄도 없는 그 지역 사람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처럼 세상은 그렇게 정의롭게만 흘러가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나마 유럽을 비롯한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그래도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기브앤 테이크 형식으로라도 상대국을 달래려하지만, 동양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런 모습이 많이 부족하죠. 아무래도 집단주의 문화때문에 의도가 불순해도 본인들의 이익에만 부합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동아시아에서는 훨씬 더 많이 보입니다. 중국과 일본이 우리나라 및 주변국들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죠. 

이런 현실에서는 "실력"만큼 중요한 것이 "외교력"입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주변국의 노여움을 받으면 더 많은 부당한 견제를 당하는 현실에 갖히게 됩니다. 우리의 실력이 뛰어난 것을 보여주더라도, 상대를 업신여기지 않고, 상대에게 당근을 줄 수 있는 것이 이 외교력입니다. 정당한 경쟁의 장에서 실력으로 이기더라도, 그와 동시에 주변국들과 사이를 원만하게 하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 말은 중국이나 일본한테 기어들어가라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중국과 일본이 지금 AFC에 스폰도 하면서 기여를 하고 있는데, 우리 축구계는 그런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정몽준때는 조금 더 나았던 것 같은데, 지금의 회장은 그 정도의 외교력도 발휘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AFC에서 가장 많은 돈을 대는 존재는 중동입니다. 카타르, 사우디, UAE등 기름부자국들이요. 이 나라들이 지금 유럽의 스타들을 데려오기 위해서 특히 사우디가 천문학적인 돈을 붓는다는 사실은 아마 대부분 아실겁니다.

현실적으로 중국과 일본 축구계와 잘 지내는게 쉽지 않다면, 적어도 이런 중동의 나라들과는 더 좋은 관계를 갖기위해서 AFC에 무언가 기여하려고하고, 스폰도 하면서 우리의 존재감을 쌓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걸 등한시하고, 그냥 대회에서 실력으로 이기면 장땡이다라는 태도는 점점 더 그들로 하여금 우리에게 더 높은 벽을 쌓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현대가 회장이면 어느 정도 스폰도 하면서 AFC에 기여할 수 있는 자금력이나 능력이 충분히 될텐데도 불구하고, 한국 축구계의 AFC내 존재감을 위해서 도대체 어떠한 외교적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현실은 실력으로 모든 것이 통할만큼 아름답지도, 정의롭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실력으로 아챔이나 아시안게임,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도, 그 상황이 너무 많이 반복되면 인간으로써 시기심이 들게 마련입니다.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강탈당한 김연아를 보면서, 우리 스포츠계가 정말 국제적으로 위상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너무 안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실력으로 이기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받게될 시기심을 최대한 무마하려면, 그와 동시에 그들과 최대한 원만하게 지낼 수 있는 외교력을 동시에 발휘해야했습니다. 

초한지에서 유방이 항우를 넘어 천하를 평정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병사들을 이끌고 성을 쳐서 땅을 빼앗은 후에도, 항복한 사람에게 그 땅의 지배권을 인정해 주는 관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상대방을 이기더라도, 상대방의 품의를 유지해주기 위한 외교력을 발휘한 것이죠. 우리가 계속해서 아시아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부당한 처사를 당하지 않으려면, AFC에 힘을 가진 국가들과 잘 지내고 그 안에서 기여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필수불가결하다고생각합니다. 

손흥민이나 김민재 같은 선수들이 더 이상 아시아내에서 활약하지 않는다고 아시아 최우수 선수 후보에 오르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고, 지난 U-23 아시안 컵 결승전에서 일본에게 매우 편파적인 판정을 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건 우리나라가 AFC에서 존재감을 가질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매우 크게듭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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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gkamp 23-11-02 02:31
   
저도 본문내용에 매우 공감은 합니다만.. 현실은 말이죠 우리나라 기업들 스포츠 투자도 줄이는 추세인데 FIFA도 아니고 AFC에 스폰을 하려는 기업이 과연 있을까여?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런일엔 워낙 인색한지라.. 이럴땐 차라리 정부에서 윽박질러서라도 강행할만한 큰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여
민주주의 국가의 단점이란게 아무리 좋은일이라도 정부가 윽박질러서 강행할수 없다는거니 말이죠
Covmffls21 23-11-02 02:52
   
가장 큰 문제는 협회장이 축구와 관련된인물이 아니라는게 크다고 봅니다.
대부분 나라의 협회장이 축구와 관련된 인물이라는걸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외교자체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축구인과 기업가가 만나서 무슨얘기를 할수 있을까요?
차범근이나 박지성같은 레전드 들이 있는 나라인데
기업가가 협회장을 맡고 있다는건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까요?
     
똑바러사라 23-11-02 05:32
   
그건 큰 문제가 되지않습니다. 오히려 기업가라면 더 유연한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분명 많을텐데 지금 회장은 전혀 그렇지 않은게 또 예외인거죠. 우리나라 스포츠 협회장들 보면 대부분 기업인들이 하고 있습니다. 분명 거기엔 이유가 있겠죠.
똑바러사라 23-11-02 03:36
   
잘 모르시는게 있는데 우리가 왜 아시아 축구에 투자 안하는지는 과거 정몽준 회장 낙마 사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정몽준이 과거 블래터의전횡에 반기를들고 블래터 회장을 축출하려고 했습니다. 그 때 정몽준 전 부회장이 아시아쪽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바로 배신하고 블래터쪽에 붙었습니다. 결국 쿠데타는 실패하고 정몽준을 비롯한 반대파가 축출되었죠. 이 일에 화가난 정몽준은 그 동안 아시아 축구 연맹에 지원했던 스폰서 등을 모두 중단하고 축구계를 떠났습니다. 우리가 너무 아시아를 등한시하는게 있긴하지만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 쯤은 알아두셨으면합니다.
     
낙의축구 23-11-02 03:56
   
역시 배신의 아이콘 아시아
월컵첫우승 23-11-02 14:48
   
ㅋㄷㅋ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