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감독이 뭐냐?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자세한 글은 나중에 쓰겠습니다.
지금은 딱 한 장면만 써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상대팀 골대]----------------------------
C지점
9번선수
8번선수
B지점
A지점
왼쪽풀백(노장선수) 오른쪽풀백(현재 공 갖고 있음)
왼쪽센터백 오른쪽센터백
자, 현재 오른쪽풀백이 공을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른쪽풀백이 오른쪽센터백에게 패스를 했습니다. 공이 3분의 2정도 굴러갔을 때
제대로 된 감독이 만든 팀은 세 명의 선수가 약속된 지점으로 뛰어갑니다.
첫째, 8번선수는 A지점으로 뛰어나옵니다. 왜냐면 오른쪽센터백이 패스를 받았을 때 곧바로 8번선수에게 패스할 수 있도록 8번선수가 A지점으로 뛰어나오는 것이죠.
당연히 8번선수를 따라다니는 상대팀 선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약속된 플레이로 8번선수가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가면, 순간적으로 상대팀선수가 8번 선수보다 늦게 출발해서 8번선수가 오른쪽센터백으로 부터 패스를 받아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감독이 제대로 된 감독이 아니면, 8번선수가 앞으로 튀어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면 오른쪽센터백이 패스를 받았을 때 8번선수에게 패스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둘째, 역시 공이 3분의 2정도 굴러갔을 때 이미, 왼쪽풀백이 B지점으로 오버래핑해 뛰어올라갑니다. 왜냐면, 오른쪽센터백이 공을 받았을 때 8번선에게 패스할 수도 있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그냥 단번에 전방으로 뛰어 올라가는 왼쪽풀백에게 길게 패스하는 것이 스피드 있고 크게 방향전환이 되어 상대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좋은 패스이기 때문입니다.
8번선수에게 패스하는 것 보다 왼쪽풀백에게 패스하는 것이 성공만 할 수 있으면 더 좋은 선택이죠.
셋째, 역시 오른쪽풀백이 오른쪽센터백에게 패스한 공이 3분의2 정도 굴러갔을 때 9번선수가 C지점으로 뛰어들어갑니다. 9번선수가 상대팀최후방 수비라인을 순간적으로 뚫고 들어가 라인브레이킹을 시도하는 것이죠.
만약 오른쪽센터백이 공을 받자마자 그대로 최전방 스트라이커 9번 선수에게 단번에 롱패스로 연결하고 이게 성공하면 단번에 득점 찬스가 됩니다.
자, 이렇게 제대로 된 감독이 한국국가대표감독을 맡으면,
오른쪽풀백이 오른쪽센터백에게 패스하는 순간 8번선수, 왼쪽풀백, 9번선수가 동시에 뜁니다. 훈련시간에 약속된 플레이를 반복훈련시켜야 이런 움직임이 나오는 것이죠.
그런데, 감독이 제대로 된 감독이 아니면, 이렇게 세 명이 동시에 뛰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오른쪽 풀백이 오른쪽 센터백에게 패스를 하면, 오른쪽 센터백은 공을 줄 곳이 없어서 왼쪽 센터백에게 패스합니다.
자,
왼쪽풀백인 선수가 노장이라면, 안뛰는 이유가 늙어서일까요?
아닙니다. 감독이 훈련시간에 위와 같은 약속된 플레이를 훈련시켜 놓지 않기 때문에 안 뛰는 겁니다.
선수들끼리 약속이 안 되어 있으면 왼쪽풀백이 뛰어 올라가는 타이밍에 패스가 오지 않고 왼쪽풀백은 그냥 허무한 뜀박질로 체력만 낭비할 뿐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8번선수도 안 뛰고 9번 선수도 안 뛰고 왼쪽풀백도 안 뛰는 것이죠.
선수들이 게을러서 안 뛰는 것도 아니고 늙어서 안뛰는 것도 아닙니다. 감독이 훈련시간에 약속된 플레이로 조련을 안 해서 안 뛰는 것이죠.
케이리그의 광주가 왜 선수들이 90분 내내 많이 뛰는가?
선수들이 젊어서 많이 뛰는 게 아닙니다.
이정효 감독이 선수들 한명 한명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에게 90분동안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전술적지시를 내려놨기 때문에 광주선수들은 모두가 자신이 뛰는 뜀박질이 의미없는 뜀박질이 아니고 반드시 뛰어야 하는 뜀박질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광주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겁니다.
케이리그 감독 중 김기동과 이정효가 칭찬받는 이유가
바로, 선수들이 위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감독이 케이리그 감독 중 김기동과 이정효 둘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을 무전술 감독이라고 욕하는 이유도 바로 위와 같은 약속된 플레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고
황선홍 감독이 국대감독이 되기에 부족한 감독이라고 하는 이유도 같은 이유입니다.
벤투가 칭찬받았던 이유도 월드컵16강진출 성적보다, 벤투가 만들어 놓은 팀이 위와 같은 약속된 플레이가 전방, 미들, 후방에서 매우 잘 구축되어 있는 팀이었기 때문입니다.
감독을 평가할 때
이강인을 주전으로 안 쓰니 안 좋은 감독이다.
주민규를 주전으로 쓰니 좋은 감독이다.
이승우를 뽑았으니 좋은 감독이다.
이런 식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그 감독이 만들어 놓은 팀이 경기 중에 선수들이 약속된 플레이로 뛰고 있는가? 이것으로 평가를 하는 축구팬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선수 기용법이나, 부분전술이 아닌 큰그림으로서의 전술, 얼마나 유럽의 최신 트렌드를 잘 도입하고 있나. 등등, 자세히 쓰려면 글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지금은 이정도로 글을 줄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