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훈련장엔 정몽규 회장이 직접 참석해 선수단에 힘을 불어넣었다. 정 회장은 앞서 개막식 때 참석한 후 다른 일정 등을 이유로 귀국했다가 클린스만호가 16강 토너먼트에 올라가자 재차 방문했다.
“토트넘 회장하고 직접 통화하는데 손흥민도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정 회장은 4일 카타르 현지 아시안컵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소속 클럽 대선배이자 레전드 출신인 만큼 주장 손흥민도 그의 지도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말이다.
풍부한 국제 대회 경험, 이를 바탕으로 한 클린스만 감독의 선수들과의 심리적인 밀고 당기기 기술도 정 회장을 매료시킨 클린스만 감독의 장점이다. 정 회장은 “의무진에게 선수가 언제쯤 낫는지 말하지 말라고 했다더라. 그러면 딱 그 시점부터 선수들 몸이 낫기 시작한다고 하더라”며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다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뛰는 것 아니겠나. 경험이 많아서인지 선수들의 투지를 끌어올릴 줄 안다”며 웃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할 때부터 전술적인 능력이 떨어지며, 선수들의 동기 부여에 초점을 관리자형 지도자라는 지적을 받았다. 협회는 투명하지 못한 절차를 거쳐 감독을 선임하면서 스타 플레이어를 좋아하는 정 회장이 사실상 낙점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후에도 전술 부재 지적을 받아왔지만,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팬도 미디어도 비판을 자제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 원동력에 정 회장이 말한 선수단 장악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경기를 지켜보면서 바로 눈으로 확인되는 대표팀의 선전 요인은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 유연성이다. 그는 뮌헨 감독 시절부터 4-4-2 전형에 대한 고집으로 비판받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자신의 커리어 전체를 놓고 봐도 자주 쓰지 않았던 백스리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꺼내 드는가 하면, 호주전에서는 윙어 양현준(셀틱)을 윙백 자리에 배치하는 파격으로 승리를 거뒀다. 클린스만 감독이 전술·전략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보란 듯이 비웃으며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