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이 잡음과 스캔들로 얼룩지고 있다. 지난해 엠블럼 표절과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공식 엠블럼과 주경기장 설계가 백지화된 데 이어 이번엔 일본이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측에 돈을 줬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AFP는 “올림픽 준비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 “일본이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한 IOC 위원에게 거액을 송금한 사실이 포착돼 프랑스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도쿄올림픽유치위원회는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 선정 직전인 2013년 9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마케팅 컨설턴트였던 파파 마사타 디악에게 130만유로(약 17억원)를 보냈다. 그는 라민 디악 당시 IOC 위원 겸 IAAF 회장의 아들이었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 IOC 위원을 지낸 라민 디악은 러시아 육상 선수들의 도핑 양성 반응 결과를 은폐해주고 뇌물을 받은 혐의가 불거지면서 작년부터 프랑스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송금 사실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돈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일본 최대 광고 회사인 덴쓰(電通)가 연관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덴쓰는 IAAF와 후원 계약을 맺고 있는데,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덴쓰 스포츠 부문 지사 고문이 마사타 디악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일본의 2020년 올림픽 개최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IOC에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 뇌물 스캔들 이후 가장 당혹스러운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가디언에 “유치 과정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면서 “도쿄는 가장 우수한 조건을 제시해 개최지로 선정됐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번 올림픽은 전후(戰後) 일본 부흥을 알렸던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56년 만에 열리는 국가적 행사다. 아베 총리는 경제 회복, 헌법 개정 등 자신의 정치적 목표 최종 완성 시점을 2020년에 맞춰 놓을 정도로 도쿄올림픽에 강한 애정을 보여 왔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림픽의 얼굴’인 공식 엠블럼이 표절 시비 끝에 작년 9월 폐기됐다. 역대 올림픽 엠블럼이 표절을 이유로 폐기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 엠블럼은 일본 디자이너 사노 겐지로가 디자인했지만 선정 발표가 나온 지 사흘 만에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벨기에 디자이너 올리비에 도비가 “내가 2년 전 발표한 극장 디자인과 흡사하다”며 자신의 작품을 인터넷에 공개한 것이다.
조직위가 2012년 유명 건축가 자하 하디드에게 의뢰해 결정한 주경기장 설계안도 작년 7월 백지화했다. 건축비가 단일 경기장 사상 최고인 2조5000억원까지 불어나 일본 내 반발 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었다. 작년 12월 재공모를 거쳐 일본인 디자이너의 설계안이 채택됐지만, 이번에는 애초 경기장을 설계한 자하 하디드가 “경기장 외관은 다르지만 구조, 좌석 배치 등이 놀랄 만큼 비슷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3월에는 새 경기장에 성화대 설계가 빠져 있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후 “설계를 바꿔 내부에 성화대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과 “설계를 바꿀 수 없으니 성화대를 경기장 바깥에 세우자”는 주장이 엇갈려 아직 확정되지 않고 있다. 설계부터 모든 과정을 다시 진행하게 되면서 2019년 5월로 예정된 완공 기한도 올림픽 개막 7개월 전인 2020년 1월로 늦춰졌는데 이마저도 지키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최원석 기자 ws-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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