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캄캄한 방구석에 희미하게 비치는 모니터 빛 사이로 젊은 남자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인다.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멍한 눈과, 며칠을 면도하지 않아 까칠하게 자란 수염이 거칠게 여기저기 나 있다. 모니터 안에서는 게임 캐릭이 춤을 추듯 현란하게 움직이고, 그 춤사위에 맞춰 키보드와 마우스는 악기마냥 딸칵거리며 열심히 비트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모니터 속 세상에 비해 남자의 표정은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얼핏 세상을 등지고 깨우침을 얻으려는 고행자의 그것과도 약간은 닮아있다는 착각이 들만큼의 집중력을 보이고있다. 죄식형 책상 앞에 양반다리를 하고 있는 남자의 옆으로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배를 천장으로 보인채 편안하게 자고 있다. 지금의 이 모습은 아주 오랜 시간을 반복한 탓인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인다.
게임에 몰두한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늘 자신의 옆에 누워있던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
왼쪽에는 큰 전면창이 있고 그 창 높이와 같은 높이의 작은 캣 타워가 있다. 자신의 오른쪽에 고양이가 없자 남자는 당연히 왼쪽 창문가로 고개를 돌려 캣 타워위 고양이를 찾는다.
창 밖으로 비춰오는 엷은 네온 빛 사이로 고양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창 밖에 무엇이 그리 신기한지 밖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모습에 남자는 굳을만큼 움직이지 않던 몸을 일으켜 세워 고양이쪽으로 향한다.
“호순아~ 머ㅜ 신기한거라도 있냐??”
캣 타워로 향하는데 뭔가 심상치 않다. 호순이라고 불린 고양이가 바라보는 곳은 창 밖 아래 거리가 아니라 5층 높이의 정면이었다.
[뭐지?? 맞은편 건물에 뭐가 있나?]
그런데 가까이 다가 가다말고 남자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
고양이의 눈 높이 그대로 짧은 단발머리의 두 눈엔 너무 진하게 스모키 화장을 한거같은 모습의 여자가 전혀 미동도 없이 호순이와 눈빛을 마주하고 있다.
여기는 5층인데 말이다.
남자가 순간 멈칫하는 순간 여자몸이나 눈은 그대로 있으면서 작지만 얼어붙을듯한 차가운 눈동자만 오른쪽으로 크게 움직이며 남자를 향한다.
[헉! 모..못본척하자.. 그..그럼 될거야.]
불쌍한 이 남자는 아무것도 못본척 눈물나는 연기를 하기 시작한다.
기지개를 똬악 펴는가 싶더니. 하품을 쩌억 하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런 태연한 남자의 행동과는 달리 심장은 곧 터지기라도 할 듯이 쉴새없이 쿵쾅거리고 있다.
게임이 머리에 들어 올 리가 없다. 하지만 남자는 현실도피 중이다.
그러던 남자가 무슨 결심이라도 했는지 머리를 왼쪽으로 돌렸다.
하지만 창밖엔 아무것도 없다.
“호.. 호순아~”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고양이를 부르자 고양이는 이내 고개를 돌리곤 대답하듯 운다.
‘야~옹~’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고양이가 함께하기 때문일까??
남자는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벌떡 일어나 창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곤 창밖을 보니 아무것도 안 보였다. 좀더 시선을 멀리두고 맞은편 건물을 쳐다보니 그 건물 중간쯤 높이로 공중에 떠 있는 단발머리의 소녀가 보인다. 그 소녀는 쭗어져라 남자를 쳐다보고 있다.
남자는 순간 놀랐지만, 그 소녀에게서 어떤 적의심도 느껴지진 않는다.
또 자세히 보니 중학생 나이또래로 어려보이기도 한다. 남자는 엉뚱하게도 그 소녀를 향해 이리 오라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귀신인가? 뭐.. 귀신이라도 친구 될 수 있지 않을까?? 요즘 되는것도 하나도 없는데 혹시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그 짧은 순간에 겁도많은 남자가 정말 많은걸 생각했다. 박수라도 쳐줘야 하는게 아닌가 모르겠다. 그 남자의 바램처럼 그 소녀는 천천히 남자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한다.
소녀은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고 머리도 칠흑같이 검은색의 단발이다. 눈 주위가 팬더처럼 까맣다는게 특징이다. 물론 하늘을 떠 다니는건 빼고 말이다.
여기서 깼습니다..
친해질 수 있었는데~ ㅡ.ㅡ;;
요즘 이런 재미있는 꿈을 많이 꿈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