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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5-24 17:48
(브금)난 햇볕이이야, 너희들 모두 이리로 와 봐
 글쓴이 : 삼촌왔따
조회 : 302  









아직 바람이 찬 봄날, 화분을 손보러 빨간 벽돌집 뒤켠 공터로 나오니

다섯살바기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모여앉은 아이들이 자기의 꿈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이

내 어린 시절의 한자락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했다.

그런데 마지막 한 아이가 한참을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야, 너는 뭐가 될래?"

"그래, 빨리 정해라."

친구들이 지친 듯 쪼그리고 앉아 재촉하는데도 그 아이는 망설이기만 했다.

그때 내가 빙긋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빨리 말해라. 친구들이 기다리잖아."

그러자 머쓱해진 그 아이기 뭔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서더니

햇볕이 잘 드는 벽으로 뛰어들어가 기대어 섰다.

"난 햇볕이이야, 너희들 모두 이리로 와 봐."

나는 속으로 '어허, 제법이네' 하며 그 아이를 힐끗 쳐다봤다.

어리둥절해 하던 아이들도 모두 달려가 그 아이 옆에 섰다.

"와, 따뜻하다" 하며 벽에 붙어 서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나는 가끔씩 노는 아이들에게 간식을 제공하곤 했다.

오늘은 색색 플라스틱 포크에 토끼모양으로 깎은 사과를 들고 나오다가

무심결에 햇볕이 되고 싶은 아이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우리 할머니는 시장에서 나물을 파는데

할머니가 앉아 계신 곳에는 햇볕이 잘 들지 않아요."

그 아이는 잠깐 동안만 할머니를 비추고는

금방 다른 데로 옮겨가는 햇볕이 알미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햇볕이 되어

할머니를 하루 종일 따뜻하게 비춰 줄 거라고 했다.

나는 그 아이를 꼭 안아 주었는데 햇살을 가득 품은 것처럼 따뜻했다.










어느 해 가을,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다른 때와는 달리 20년 이상 복역한 수인들은 물론

모범수의 가족까지 초청된 특별행사였습니다.

운동회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운동장 가득 울려퍼졌습니다.

"본인은 아무쪼록 오늘 이 행사가 탈없이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오랫동안 가족과 격리됐던 재소자들에게도,

무덤보다 더 깊은 마음의 감옥에 갇혀 살아온 가족들에게도

그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미 지난 며칠간 예선을 치른 구기종목의 결승전을 시작으로

각 취업장 별 각축전과 열띤 응원전이 벌어졌습니다.

달리기를 할 때도 줄다리기를 할 때도 얼마나 열심인지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를 방불케 했습니다.

여기 저기서 응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잘한다. 내 아들… 이겨라! 이겨라!"

"여보, 힘내요… 힘내!"

뭐니뭐니해도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부모님을 등에 업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효도관광 달리기 대회였습니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하나 둘 출발선상에 모이면서

한껏 고조됐던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수의를 입은 선수들이 그 쓸쓸한 등을 부모님 앞에 내밀었고

마침내 출발신호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달리는 주자를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들의 눈물을 훔쳐 주느라 당신 눈가의 눈물을 닦지 못하는 어머니...

아들의 축 처진 등이 안쓰러워 차마 업히지 못하는 아버지...

교도소 운동장은 이내 울음바다로 변해 버렸습니다.

아니, 서로가 골인지점에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듯한

이상한 경주였습니다.

그것은 결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레이스였습니다.

그들이 원한 건 1등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 함께 있는 시간을

단 1초라도 연장해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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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결국 정의는이기고 언플은 언플로 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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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and티 12-05-24 17:57
   
저도 해가 되고 싶네요 감사^^
플로에 12-05-24 18:06
   
잘 듣고 잘 읽고 갑니다! *^^*
모라고라 12-05-24 18:07
   
확실히 달빛보단 활용도가 높겠네요.. ㅎ
골아포 12-05-24 18:09
   
헤이쥬드~~
     
커피and티 12-05-24 18:12
   
Bgm 쥬드에요??? @,@
게으리 12-05-24 18:12
   
좋다~
81mOP 12-05-24 18:24
   
좋은글 고맙습니다.
커피and티 12-05-24 19:24
   
삼촌님 이거 내리지 마세요. 있다 밤에 폴 오빠 목소리 감상 좀하게
스마폰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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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들으니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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