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여왕이었던 메리 스튜어트 하면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에 배운 기억으로는 잉글랜드의 위대한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사촌이자 정치적 라이벌로서 엘리자베스 여왕 사후 잉글랜드의 왕이 되는 아들(제임스 1세)에게 버림받고 엘리자베스 여왕의 명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비운의 여왕이라고 알고 있을 겁니다. 이렇게 압축된 생애의 기록만 봐도 심상치 않은 삶을 살았구나 하고 짐작이 가능한 인물이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의 눈부신 업적과 영광의 그늘에 가리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는 여인이기도 하지요. 많은 분들이 종종 엘리자베스 여왕의 언니인 '피의 메리'와 헷갈려하기도 하더군요.
메리 스튜어트의 삶을 세계사 시간에 배운 것 보다 조금 더 상세히 소개하자면, 태어난 지 6일 만에 스코틀랜드의 여왕이 되었으나 불과 5살 때 정략결혼의 희생양으로 프랑스의 왕비가 되었고, 세 번의 결혼 끝에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신하들에 의해 강제 폐위되고,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엘리자베스 여왕에 의해 20년 가까이 감금되어 지내다 결국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비극의 여왕으로서, 카톨릭과 개신교가 암투를 벌이고 권모술수가 넘쳐나던 16세기 유럽의 궁정을 무대로 재색과 군주로서의 품위까지 갖추었지만 사랑의 열정 앞에 한없이 연약했던 여인이기도 했습니다.
저자인 슈테판 츠바이크는 이렇듯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메리 스튜어트의 일대기를 소설적 기법과 다큐멘터리적 서술, 그리고 역사적 기술 등 다양한 서술방법을 넘나드는 필법과 유려하고 낭만적인 필체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왜 역사를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는지, 어릴 적의 경험과 기억이 한 인간의 인격과 장래를 어떻게 결정짓는지 등도 가슴깊이 깨우칠 수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 시기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역사, 그리고 유럽의 역사가 궁금하신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로 중국어로 번역된 독일 문학작품 중 가장 많이 읽힌 책 중 하나가 바로 이 작품이라고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