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olomoon.ktdom.com/img/solomoon.com-photo16/079.jpg)
세월은 참 빠르게도 지나가네요
눈밭을 함께 걸으며 듣던 새들의 노래도
비오는 수요일에 건네 주던 빨간 장미꽃 한송이도
이젠 추억이려니 하다가도
새록 새록 피어나 애닯은 그리움으로 펼쳐지고,
당신과 함께 듣던 '헤어진 다음날'의 주인공이
우리가 되어 있을 줄은 그땐 미처 몰랐던 거죠
세월은 또다시 빠르게도 지나가네요
부서지는 햇살을 밟으며 앙상한 가지 끝에 서리는 그리움을 보셨나요
행여 그 모습이 낯설지 않고
당신 눈빛에 들어오는 애절한 그리움이 비칠 때
내가 당신께 드리는 향기일 테니 고이 간직해 주세요
신청곡은 헤어진 다음날 엽서에 적고 적어
내 마음 그래도 제일 잘 알아주는 별님에게 전해 달라 해요
싸늘한 비가되어,
눈부신 눈물꽃으로 오시는 당신과 같이 듣고 싶어요
플라타너스 / 장선영
담 밑에 쪼그려앉아 참 오랜만에 실컷 울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할까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슬픈 나머지 전에는 보이지 않던 다른 슬픈일 까지 보이게 된다.
도무지 끝이 없다.
나는 너와 만나기 전의 나날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을 느꼈다.
그 시절에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었고,
무엇에도 상처 받지 않는 행복한 아이였다.
물거품 / 요시모토 바나나
슬프지도 괴롭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뜻도 없는 현기증 같은 나날.
죽을 때 까지 삶의 외각으로만
공기처럼 부유할 거란 생각.
가슴으로 사는 날은 없겠고
머리로만 살 게 될 것 같은 징그러운 막막함.
조용한 비명 / 신경숙
언제까지 이렇게 팍팍한 가슴으로 다른 아침을 기다려야할까
하나 남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시계를 본다
나는 얼마나 걸어왔을까
저 앞만 보고 걸어가는 초침처럼, 초침의 길처럼
같은 자리를 맴맴 돌고 있었던 건 아닐까
희망의 별은 멀리 있고
그곳으로 가는 길에 대해 말하는 이 없는데
나는 날마다 어떤 길 위에 서 있다
내 몸에 흐르는 길을 따라갈 뿐 어느 별에 이를지 나는 모른다
그렇게 걸어왔다
쓰다 만 시처럼, 내 삶은 형편없고 내 마음 어둔 방에 먼지만 내려앉지만
나는 다시 어떤 길 위에 서 있을 것이다
내 몸이 향하는 그 길 위에
백창우 / 새벽두시
세상을 혼자 산다는 것은 너무도 쓸쓸한 일이다
가슴속까지 뻔히 들여다보고 물살처럼 빠져나가는 외로움을
작은 가슴하나로 받아내는 일은 때론 눈물에 겨운 일이다
하염없이 흐드러지며
눈앞을 내뒹구는 햇살 몇줄기에도 그림자 길게 늘어뜨리고
무심코 불어오는 찬 바람에도 몸소리 치게 추운것이기에
어쩌면 세상을 혼자 산다는 것은 무모한 오만인지도 모른다.
그리워할수 있을 때 그리워 해야 한다
사랑할수 있을 때 사랑해야 한다
다하지 못한 말 언저리 깊게 배어내어
주절주절 뱉어도 내어야 한다
가슴시리도록 허전해 오면 목놓아 이름도 불러보고
못견디게 보고픈 사람은 찾아도 보아야 한다
가끔은 무작정 달려가 부등켜 안아도 보고
그렇게 함께 할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느껴도 보아야 한다
이준호 / 문득 그리운 사람이 있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