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버지는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자신이 일몰에 돌아오는 이유를 설명해 준 적이 있었다.
그때의 아버지의 말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해질 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돼. 그러다 하늘이 저켠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가슴만 아픈게 아냐.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는지 몰라. 안진진. 환한 낮이 가고 어둔 밤이 오는 그 중간 시간에 하늘을 떠도는 쌉싸름한 냄새를 혹시 맡아본 적 있니?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그 시간, 주위는 푸른 어둠이 물들고, 쌉싸름한 집 냄새는 어디선가 풍겨 오고, 그러면 그만 견딜수 없을만큼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거기가 어디든 달리고 달려서 마구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나는 끝내 지고 마는거야......." ( 양귀자 '모순' 중에서 P94~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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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글이라는 것의 목적은 읽는 것이 아니라, 읽혀지는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잘 쓰려진 글이라는건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으로는 텍스트를 읽지만 머리속에서는 그림처럼 상상의 나래가 펼쳐져야하죠
요즘 제 기분이 위와 같은 그림과 글처럼 그러하네요
어딜가든, 다시 어디론가 가고싶은...연말이고, 다시 삶의 무게에서 1살이라는 나이를 추가해야하기 때문일까요? 이래저래 싱숭생숭한 연말입니다.
다시 새해가 오면 이러한 기분은 지나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