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님께서 요즘 R&B는 블루스랑 다른것 같다는 말씀을 하셔서 댓글 달다가 너무 길어져서.. 그냥 따로 발제 합니다.ㅋㅋ
최대한 함축 하려고 노력 했지만, 그래도 엄청 기니까(애초에 두꺼운 책 한권 분량이니까..;;), 긴 글 안좋아하는 분들은 미리 스킵 하시고, 관심있는 분들은 심호흡 하시고 읽어 보시길..
1. 그래서 블루스가 뭔데?
사전적 정의를 먼저 얘기해야 할것 같은데요.
북미쪽으로 끌려가 노예생활을 하던 아프리칸들이 삶의 고단함을 위로하기 위해 고향에서 부터 부르던 노래가 서구 클래식 음악어법과 결합해 구체화된 12마디 시퀀스의 음악을 블루스라고 합니다.
참 간단하쥬?
여기에 중요한것 하나 더 추가 하자면..
초기 블루스는 다섯개의 음이 중심이 됐다는거..
이 다섯음으로 구성된 음계를 펜타토닉(다섯을 라틴어로 펜타라고 하죠. 뒤에 붙는 토닉을 설명 하려면 화성학과 산수가 나와야 하니까 패스 ㅋㅋ)이라고 하고, 거기서 좀더 발전한 블루스 스케일이라는걸 실제 연주에서는 혼용 합니다.
우리가 블루스를 들으면서 느끼는 특이한 뉘앙스는 이 펜타토닉과 블루스 스케일에 기인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 블루스 스케일은 나중에 더 발전해서 블루노트라는 스케일이 만들어 지는데요. 흔히 우리가 재즈라고 말하는 장르에서 빈번하게 사용돼요.
뭐.. 사실 현대 대중음악에서 이 세가지 스케일 빼면 설명이 안되기는 하지만...
ex)전형적인 블루스 스탠다드인 Tracy Chapman의 Give me one reason
에릭 클랩튼과의 협연입니다.
전형적인 12마디 시퀀스에 펜타토닉의 조합 = 가장 스탠다드한 블루스
https://youtu.be/YIXh0JNvuHs
장황하게 적었는데, 블루스의 핵심은 12마디 시퀀스, 펜타토닉과 블루스 스케일을 이용한 화성과 선율 이거 두가지 입니다.
그럼 12마디 시퀀스가 아니거나 펜타토닉 혹은 블루스 스케일을 사용하지 않으면 블루스가 아니냐?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사실 12마디 시퀀스는 서구 클래식어법상 흔한게 아니예요. 보통 서구 클래식은 8마디를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8마디, 16마디, 32마디.. 보통 이렇다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블루스의 탄생에는 서구 클래식도 지대한 영향를 끼쳤기 때문에 16마디 시퀀스로도 블루스 연주가 가능 합니다.
사실 현대 대중음악이 대부분 이 구성이고요.
단, 빼놓을 수 없는건 펜타토닉이나 블루스 스케일, 블루노트는 반드시 사용 된다는거..
그렇게 따지면, 우리가 블루지 하다라고 느끼는건 이 스케일 때문이라고 봐야겠네요.
ex)이승철님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
12마디 시퀀스는 개나 줘버린 전형적인 가요구성 입니다만, 블루노트 하나 썼다고 블루지한 느낌 충만하죠.
https://youtu.be/FTEOujpa3Pw
2.블루스는 흑인음악이다?
뭐.. 어쨌든 시작이 아프리칸으로 부터 시작됐으니 그렇게 말할 수도 있는데요. 이게 또 애매한게..
엄밀히 말하면 블루스라는 음악이 구체화된건 19세기 크리올(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로 부터 태어난 혼혈)들이 미시시피주와 루이지애나주 인근에서 백인들을 위해 서비스 하던 음악 부터거든요.
여기서 재미있는건.. 당시 크리올들이 주로 연주하던 장르는 서구 클래식과 집시음악이었다는거..;;;;;
그래서 미국내에서도 블루스와 재즈는 흑인음악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사실 블루스와 재즈가 흑인음악이다라고 정립된 시기는 1963년 워싱턴 대행진 부터였다는게 정설이예요.
즉, 60년대 흑인인권운동 시기 자신들의 정체성 찾기 운동을 하면서 블루스와 재즈가 흑인음악으로 대두 된거라는..-ㅅ-
그 이전까지는 훅인 백인 할것없이 그냥 미국에서 발현된 로컬뮤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실제 뮤지션들 중에도 백인들 수두룩 했다는거..
오히려 요즘은 백인 블루스 기타리스트들의 전성시대죠.
ex)거의 아이돌급 인기를 구가하는 John Mayer의 Slow dancing in a burning room
https://youtu.be/ncijv1WCnVk
여튼 크리올들이 연주하던 음악에 아프리칸 가스펠이 접목되면서 블루스의 형태가 급속히 갖춰졌기 때문에 흑인음악이다라는 말이 정설처럼 돌아 다닙니다만, 반대로 아프리칸 음악이 클래식어법을 통해 구체화된게 아니라 서구 클래식 음악에 아프리칸 음악어법이 첨가된거다라는 의견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건, 12마디 구성과 펜타토닉은 아프리칸만의 음악요소가 아니고요. 지구상 어디든 존재했던 가장 기초적이고 원시적인 음악요소입니다.
당장 우리만 하더라도 12마디 구성의 국악 및 민요가 존재하고, 궁상각치우라는 5음계가 존재하죠.
실제 펜타토닉과 궁상각치우는 음계가 똑같습니다. 심지어 음계 사용법도 완전히 똑같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전세계에 걸쳐 5음계는 어디든 존재 합니다만, 음계 사용법은 조금씩 다른데요.
일례로 한때 트롯트에도 차용되던 일본의 요나누키 음계도 5음음계입니다만, 우리 국악이나 민요와 느낌이 다르죠?
ex)일본의 엔카와 국악 비교
링크 올린 엔카는 곡명도 모르겠고 가수도 모르겠고.. 그냥 참고만 하시고요.
국악 올린 링크는 국악밴드 그림과 이자람이 협연한 길이라는 곡입니다. 정선 아리랑의 현대적 해석
같은 5음단음계라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요.
https://youtu.be/1iUqEpFuqZg
https://youtu.be/JoqyCyw_SOA
그런데 음계 사용에 있어 우리와 아프리카가 완전히 똑같다는..... 아시아로 한정하면 거의 유일한 케이스 입니다.
때문에 제가 미국유학 당시 국악음반을 몇개 가져 갔었는데, 아프리카 아메리칸 출신들은 다른 아시아 음악에 비해 아주 쉽게 국악을 받아 들였어요. 지금 생각해도 엄청 신기해요.ㅋ
당장 우리의 아리랑과 올드 랭 사인 분위기 떠올려 보시길.. 같은 5음 장음계라도 일본이나 중국은 이런 분위기 절대 안나요.
괜히 초기 애국가가 올드 랭 사인에 가사 붙인게 아닙니다. 우리에게 익숙하게 받아 들여졌기 때문이죠.
반대로 국악이 재즈와 크로스오버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다른 아시아 음악을 재즈나 블루스로 크로스오버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뭐.. 이건 단순히 멜로디 때문에 그런건 아니고.. 3박자 계열의 리듬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 아시아 기준 한국밖에 없기에..
ex) 색소포니스트 이정식선생님께서 미국 올로케이션 레코딩 한 앨범입니다. 세션들은 론 카터를 비롯한 미국내 초초일류 뮤지션들..
뱃노래를 바리에이션 한 곡입니다.
미국인들이 한국의 3박자를 어떻게 해석 하는지.. 한국의 3박자가 재즈의 스윙에 어떻게 녹아 드는지가 체크포인트
마지막 부분 색소폰으로 태평소와 피리의 주법을 차용해서 연주하는 부분이 킬링포인트
https://youtu.be/tHgQpUtA2Z8
여튼 그래서 혹자는 이렇게 말 합니다.
블루스가 흑인음악인 이유는 북미에 흑인들이 노예로 끌려왔기 때문이라고.. 만약 그 당시 흑인이 아니라 다른 인종이 왔더라도 블루스는 만들어 졌을꺼라고요.
왜냐하면 5음음계는 흑인들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 Amazing Grace.. 스코트랜드 구전곡이 아니라는 설이 대두되고 있지만 어쨌든...ㅋ
스코트랜드 하면 생각나는 곡이 이 곡이죠. 5음장음계로만 구성된 곡입니다.
5음계는 전세계 어디든 존재 합니다.
https://youtu.be/P-KoqAWnsLM
3. 그럼 블루스와 R&B는 왜이렇게 다름?
사실 R&B도 블루스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름 부터가 아얘 리듬 앤 블루스잖아요.ㅎㅎ
정적인 블루스에 좀더 댄서블한 리듬을 붙여 댄스음악으로 진화한게 바로 R&B입니다.
60년대 까지만 해도 R&B는 그냥 블루스의 일종으로 여겼어요.
그러던게 70년대 퀸시 존스라는 불세출의 프로듀서겸 작곡가에 의해 어덜트 컨템포러리 장르로 점점 변형되기 시작해서 90년대 또다른 불세출의 프로듀서인 베이비페이스에 의해 이지리스닝 장르로 상당히 노선이 변하게 되죠.
보이즈투맨으로 대표되는 그런 분위기..?
ex)퀸시 존스릐 대표곡중 하나인 Just ones... 제임스 잉그램이 불러서 대히트 쳤죠.
이것도 블루스적 어프로치를 이용한 R&B곡이죠.
https://youtu.be/BceqQyMq6fU
ex)베이비페이스의 대표곡이자 브이즈투맨의 대표곡인 End of the road
어덜트 이지리스닝을 대표하는 전형적인 곡이죠.
https://youtu.be/zDKO6XYXioc
때문에 현재는 딱히 블루스적인 뉘앙스가 많이 희석 됐습니다. 심지어 흑인이 부르는데 흑인적인 요소를 확 빼고 인종, 성별 상관없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장르로 탈바꿈 한거죠.
대표적인 아티스트가 바로 마이클 잭슨이죠.
잭슨5 시절의 마이클 잭슨을 제외하고 성인이 된 이후의 마이클 잭슨 음악을 흑인음악이라고 부르는 음악 평론가는 1도 없습니다.
음악만 놓고보면 마이클 잭슨의 음악은 완전히 백인음악이예요.
반대로 백인이면서도 전형적인 흑인음악 한 뮤지션이 있죠.
마이클 잭슨과 동시대에 경쟁한 조지 마이클..
때문에 80년대 이 둘을 놓고 정말 많은 말들이 오갔습니다.
그리고 같은 흑인이면서 마이클 잭슨과 비교됐던 프린스가 각광받는 이유... 그 냥반은 진짜 흑인음악을 했고, 흑인음악의 스펙트럼을 몇단계 확장 시켰기 때문이죠.
ex)마이클 잭슨의 히트작 Dirty Diana, 조지 마이클의 히트작 Star People..
리듬, 코드, 멜로디 어느쪽이 더 흑인음악에 가까운지 판단 해보시길..
https://youtu.be/yUi_S6YWjZw
https://youtu.be/ixsKAEalya8
사실 블루스라는 장르의 강점은 어느 음악에든 녹아들 수 있다는 점 입니다.
애초에 전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기초적이고도 원시적인 구성의 음악이기에 어떤 장르에도 녹아들 수 있고, 어떤 형태로든 변형 및 확장이 가능 합니다.
블루스+부기우기 리듬=락의 시초
ex)레드 제펠린의 Rock n’ Roll
https://youtu.be/oxHoLtrGNCA
블루스+아프리칸 리듬=랙타임=재즈의 시작
ex)Jelly Roll Morton의 랙타임
https://youtu.be/73YjMg8Y15A
블루스+재즈에서 쓰이던 스윙리듬=R&B
ex)스티비 원더의 Superstition
https://youtu.be/ekkkD8HU944
R&B에서 리듬의 확장=펑키
ex)Tower of Power의 Only so much oil in the ground
https://youtu.be/UrxRJ9HlfZk
펑키+빠른 업비트=디스코
ex)Donna Summer의 Hot Stuff 소싯적 나이트좀 들락거린 분들은 모두 아실만한 곡이죠.ㅋㅋ
https://youtu.be/AqS4aNi0HQY
이렇게만 따져도 현대 대중음악에 걸쳐 블루스의 영향을 안받은 장르는 1도 없어요.
다만, 스타일의 변화는 계속 진행돼 왔기 때문에, 이게 과연 블루스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느냐는 조금 공부를 해봐야 합니다.
실제 이 바닥에서도 불루스가 너무 변형괴고 진화하다 보니, 기존에 우리가 알고있는 블루스는 트래디셔널 블루스라고 부르고 있어요.
그리고 트래디셔널 블루스도 지역특성에 따라 택사스 블루스, 가장 고전적인 델타 블루스(미시시피강 삼각주에서 유래된), 시카고 블루스, 유로피언 블루스 등등으로 특정짓고 있죠.
쓸데없이 글이 길어졌는데.. 그냥 참고만 하시고 앞으로 블루스나 대중음악 들으실 때 조금 신경써서 들으시면 뭔가 길이 보이실껍니다.
사실.. 이딴거 모른다고 음악 듣는데 하등 문제될것 없습니다.ㅋㅋㅋㅋ
길게 굴 쓰고나서 결론이 이러니 좀 허무 하네요..-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