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십년후에 어떻게 하고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무지 깝깝하대요`
그래서 생각해 봤습니다.`
평생 스트레스 없이 살아온 접니다만
이제 계획이라는 걸 세워보려고요`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요`
며칠전 후배가 이사를 가게 되어` 그의 스튜디오에 놀러 갔더랬죠`
재개발 지구에 한층을 전부 자기 공간으로 쓰고 있죠
원래 태권도장이었고 족구도 할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에서 8년을 보냈답니다.`
100호 120호 150호 십여개를 쫙 깔고도
너끈히 8인용 텐트까지 소화할 수 있는 어마 어마한 곳이었는데...
재개발 덕분에 거져 쓰고 있었죠`
재개발이 확정되어 이사가는 겁니다.`
그런 그가 나름 동네를 기억하기 위해 기획전을 마지막으로
다음달 이사 간다니 섭섭하기도하고`해서
오라고 오라고 닥달에 굴복해 선심쓰 듯
막걸리 사들고 안주거리 장만해서 갔습니다.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4층으로 가뿐 숨을 몰아쉬고 올라 갔습니다.`
역시나 재개발 지구라 그런지
무지 삭막하네요`
형광등은 병들어 부서져 깜박거리고
형이라고 온다니까
있는 거 다 켜 봤다고 그래도 어둡다고`
아휴 이렇게 사냐`...
갈아끼지...
금방 갈텐데 뭐
그래...고생한다.
진짜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는지
드디어 전시회가 잡혔다고 하더군요`
평창동에 있는 곳에...
독일 라인을 잡아 줄 수 있다면서...
미술관 대표가 30분을 칭찬하더랍니다.
아 그래 드디어 뜨는거야`?
돈 많은 것들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형 드디어 쥐구멍에 볕이 드는 건가?
그래 니 그림 좋잖아
응 내가 말이야`.....
그래 알어 알어~
10년을 그렇게 보냇답니다.`
청년작가 5인에 뽑혀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후배 넘
어느날 사부 한분 모시기로 했다고` 겨 들어 가더군요
그게 10년 지났네요
`
형 진짜배기야`
가짜가 아닌 것 같아`
그래 니가 그렇다면 그런가...
열심히 해 봐라`
딱 10년전`
사부는 3년인가 전에 떳다 합니다.`
그지 같은 작업실에서 같이 생활하다가
가평에 50평대 작업실로 갔답니다.`
왜 같이 안가고...
응 이제 헤어져야 할 때가 된 거 같아서...
응?
아니 그냥...
...
에이 박아 버렸어`
더럽게 굴잖아`
10년을 모셨는데...개인전 하고 싶다고 하니깐 안된데...
자기하고 있을땐 그림 팔아서도 가르쳐도 안된데...
개인전 하겠다고 하니깐...
그래...잘했다.
니 그림이 좋잖아 잘한거야
독립하는 후배
6월에 전시회 잡히고 미술관에서 모월간xxx 광고도 해준다고...
그래...
형도 시작해야지...
응? 에이`...해야지
뭐가 에이야...
하고 있었어...
그래 형도 하자...내가 뚫어 놓을테니까 우리 독일가자`
근데 왜...안해
응 하다가 겨울이라 그릴때가 마땅찮잖아` 너무 추워서...
응 형네 창고 춥긴 춥더라`
봄에 시작하자...
물감은 허벌나게 있으니까 걱정하지말고`
응 걱정안해...^^ 할거야`
그러고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했답니다.
돌아 오는 길은 공허함만이...
아 나는 뭐하고 잇었지...
너무 많이 돌아 가는 건가
이 모든 것이 나를 완성하는 밑 거름임을 믿고 있었는데
왜 슬퍼지지...
막연하게 꿈 꿔 왔던 그 시간속의 미래가 현실이라니...
뜻대로 살아 왔다 생각했다.
그런대로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살아왔다 생각했다.
괴팍하지만 유쾌한 사람으로
능력 없지만 베풀면서
살아가려 노력했다고...
이제 나도 삶을 봐야 할 시간인가
후배나 친구들이 부러워서가 아니다.
이제 겨우 나의 10년후를 생각하려한다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