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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8-06 23:34
개가 죽었습니다. 청승 좀 떨고자 친게에 적습니다.
 글쓴이 : Mahou
조회 : 2,034  

5_cutevenjamin.jpg

생전에 자는 모습. 제리인형을 가장 좋아했죠.
 
88888.jpg
 
사후에 잠든 모습...역시 좋아했던 제리인형을 두었습니다.
 

 친게활동은 1년 전쯤에 잠시 했던 것 같은데, 그때도 주로 울집개에 관한 글들을 적었던 것 같습니다.
주로 잡게에서 서식하지만, 이런 내용은 아무래도 친게가 나을 것 같아서요.
 
 15년이란 시간이 짧지가 않습니다.
생각하고, 돌이킬 수록 떠오르는 기억이 너무 많습니다. 그 많은 하나하나가 고통으로 옴니다.
저의 청년기?는 모조리 그와 함께였고, 내가 기쁠 때는 물론, 좌절할 때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때조차 그는 항상 나의 곁에 있어주었습니다.
내가 나쁜 사람이 되어도, 그가 날 바라보는 시선은 온전했습니다. 내가 나쁘지 않은 것처럼...
그러기에, 그는 나에게 구원과도 같은 존재가 아니였나 합니다.
 혹자에겐 이해받지 못할 감성이겠고, 혹자에겐 공유받지 못할 감정일 수도 있겠지만, 나의 인생에서 그보다 더 가깝게, 살갑게 날 대해준 존재가 또 있었겠습니까?
내가 지켜주고 있지만, 어쩌면 그가 날 쓰레기가 되지 않게, 지켜주고 있었는지도 모르죠.
다른이도 가족같이 키운다...이 말을 듣기 싫어할만큼, 나에겐 정말로 가족이였습니다.
이런 감정을 감히 니들이 쉽게 말하는 것과 같다고? 하며 불쾌할만큼, 나에겐 정말로 가족이였습니다.
 
 하여, 안락사 선고를 받은 녀석을,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어요.
의사를 집으로 모시고, 입에 억지로 음식물을 주사기로 주입하고, 마약성 진통제에 쩔게 하고....
이것이 그를 위한 길이 아니란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겠지만, 도무지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니가 고통에 겨워도, 제발 날 두고 가지 말아달라란 마음뿐이였죠.
 돈과 정성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요는 너만 살면 되는 것이였습니다.
금액도 많이 들었지만, 이럴 때를 위한 돈이고, 시간도 들었지만, 이럴 때를 위한 정성일테니까요.
하지만, 그는 위태롭단 말을 듣고 달려온, 나와 누나의 얼굴을 한번씩 보고, 잠들었습니다.
마치, 마지막으로 인사라도 하고싶었던냥, 일 때려치고 달려온 날 보기 전까지 죽음마저 견뎌냈죠.
 날 두고 간 것이, 믿기지않아, 그의 시체를 데리고 병원에 갔습니다.
의사에게 확인을 받고서야, 무언가 무너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많이 울었습니다.
따뜻해야할 그의 몸이 차가웠고, 그 차가움은 나를 궁지로 몰았었던 것 같네요.
다 큰 남자가, 그것도 눈물이 없던 남자가 울면 어떻게 우는지 아시나요?
추하디 추한 외마디가 입사이로 번져나가고, 일그러진 얼굴에선 눈물이 갈라져 흐르죠.
병원에서 나와, 길거리에서 오열을 참는데, 사람들의 시선마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난 우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우는 방법을 알지 못했었습니다. 울 일이 없던 남자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말이죠.
그를 화장하고, 겨우 일주일이 지났는데, 그토록 사랑한다고 나대던 저는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최초엔 그가 좋아하던 음식만, 그와 산책하던 길만 보아도,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그게 날 너무나 분노케 합니다. 내가 편히 있는 것이 너무나 화가 남니다.
있어야 할 곳에 너가 없는데, 나는 너가 없어도 이토록 잘 지낸다는 것이 화가 남니다.
그러기에, 내가 참으로 사랑했단 사실만은, 무뎌지지 않길 걱정하여, 궁상을 떰니다.
내가 기억하는만큼, 가치가 크다고 생각하니까요.
 
내가 그의 견주로서 죽어서도 나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가 행복했던 것이 진실인만큼, 그에게도 나의 존재가 행복이였길 바람니다.
 
PS - 친게 굉장히 조용하군요!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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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현 15-08-07 00:22
   
이렇게나 생각해주는 동반자를 견공이라 해서 어찌 사랑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견공이었어도 주인으로서 동반자로서 기꺼이 섬겼을 겁니다. 제가 이름을 못찾은 것인지... 성명이 어찌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사랑 듬뿍받은 이 견공, 분명 기쁜 마음으로 떠났을 것이라 믿습니다.
반려동물을 포함해 요즈음 제 주위에 부고를 알리는 소식들이 유난히 많이 들려 옵니다. 저는 누군가를 이렇게 허망히 떠나보낸 적이 없어 그 마음을 상세히 알 길이 도무지 없지만 부디 유가족들이 그 슬픔을 훨훨 털어버리셨으면 합니다.
     
Mahou 15-08-07 12:44
   
유가족이란 표현에 감사드림니다. 감성적 시야를 내려놓고 보자면 사실 거북한 표현일 수 있겠습니다만, 저로서는 더이상 존중받을 수 없는 최고의 표현입니다. 감사합니다.
푸른빛소주 15-08-07 00:29
   
어유.. 이정도면 청승이라 할수도 없지요..

고등학교땐 옆반 담임이 상복을 입고 온적도 있었는데요..(..)

15년 세월이 결코 가볍지 않으니
글로나마 위로를 드립니다.
     
Mahou 15-08-07 12:46
   
상복이라...전 그가 죽고, 당일 화장터에 갔는데, 상복까진 아니고, 정장은 입고 갔죠.
여하튼, 죽은 존재에겐 좀 청승 떨어도 되는 것이겠지요.
오글오글 닭살 이런 것들 들어줄 당사자가 없으니까요.
하늘나비야 15-08-07 00:31
   
마음이 아프시겠습니다  함께한 세월이 긴 만큼 마음주셨을텐데 .. 그래도 너무 오래 마음 아파 하시면  떠나는 강아지도 힘들거에요 .. 그러니 너무 오래 아파 하지마시고  떠나 보내 주세요  그래야 그 애도 발길 떨어지지요 ...에휴
     
Mahou 15-08-07 12:48
   
발길 안떨어지게 하면 안돼겠습니까. 못감니다. 기여이 붙잡고 말 것입니다.
미쳐 15-08-07 00:55
   
울집 녀석도 14살인데 남의일 같지가 않네요
쇼파도 혼자 못올라 오는 모습을 보면서 그날이 언젠가 오겠지 담담히 준비하고 있지만
많이 슬플거 같네요
     
Mahou 15-08-07 12:53
   
치아관리 미리미리 신경쓰시고, 마지막이 다가오면 식욕감퇴가 먼저 옴니다.
개들 입장에선 함께 놀아주고, 간식을 주고, 안아주고, 산책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후엔 먹지 못하고, 걷지 못하게 되어, 할 수 있는게 안아주는 것뿐이 없게되요.
후회는 뭘 어떻게해도 남을 것입니다.
귀찮아도 한번 더 무언가 그를 위해 해준다면, 그 한번 더가 이후에 스스로에게 조금의 위로는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보낸 사람으로서 꼭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길라잡이 15-08-07 01:19
   
아고... 위로를 저도 남일 같지 않네요.. 
그런 순간이 언젠가는 오겠지만, 지금은 그냥 물고 물리면서 친구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Mahou 15-08-07 12:57
   
길라님의 일상이 나에겐 부러움이겠네요.
예그리나 15-08-07 07:31
   
하~~
     
Mahou 15-08-07 12:58
   
뭔가 저의 부정의 기운이 전염된 듯한...하아....
뿡뿡이 15-08-07 14:38
   
반려동물을 키우면 언젠가 겪어야할 일이죠.  그 추억들 마음속에 간직하세요.  넘 슬퍼말구요.
     
Mahou 15-08-08 01:19
   
2년쯤 전부터 대비하고 있었고, 녀석이 한달전부터 저에게 사인을 주었는데도, 막상 닥치니 참 안돼더군요. 감사합니다.
참치 15-08-07 14:56
   
제가 키우는 고양이 2년이 약간 넘었습니다. 얼떨결에 키우게 된 거라서, 저도 많이 힘들어서 새끼때 부터 고생을 하며 컸죠. 지금은 그런 기억도 미안하게 느껴지네요.

알게 모르게 같이 살은 2년의 인생에 우리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반려묘, 반려견 이란 말이 무엇인지 알겠더군요.
     
Mahou 15-08-08 01:21
   
애정의 척도가 시간은 아니겠지만, 시간이 쌓인만큼 깊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녀석을 잃기 전에, 고양이를 먼저 잃었던 경험이 있는데, 당시 해주지 못했던 후회를 녀석에게 대신해주다보니, 더 많이 정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많이 이뻐해주세요.
민트민 15-08-07 15:21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이라 글이 참 많이 공감이가네요...
     
Mahou 15-08-08 01:24
   
감사합니다.
abcd2014 15-08-07 21:37
   
저도 그 아픔 알아요...그래서인지 애완견은 더이상 안키우려고 합니다
똥침발사 15-08-07 23:06
   
저도 재작년 11월에 아이를 떠나보냈어요.
어릴 때부터 심장이 좋지 않았던 아이였는데, 그래서인지 딱 열 살이 되던 해에 훌쩍 떠나더군요.
지금도 그립고 많이 보고 싶네요..
지금 아프실 마음 공감이 가고, 정말 힘껏 힘내고 계실 거 너무나 잘 느껴져서, 함부로 힘내란 말씀도 건네기가 힘드네요. Mahou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아이니까, 틀림없이 무지개다리 건너에서도 행복할 겁니다..
^^..토닥토닥..
     
Mahou 15-08-08 01:29
   
저도 나름의 애정을 녀석에게 주었다는 사실에 대해선 자신은 있지만, 후회는 한도 끝도 없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 모조리 미련이 되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멍삼이 15-08-08 01:44
   
먼저, 마호우님 친게에 오랜만에 글을 쓰셨네요! 무지 반가워요~!^^ 멍멍!!

하지만...
매우 슬픈 소식이네요...ㅠㅠ;;;
마호우님이 개를 키운다는 거는 전부터 나도 알고 있었고...
더군다나 함께 한 15년이면, 그 존재의 의미는 당연 남다르겠지요.

음... 글쎄요... 인간이 시간 속에 갇힌 존재라...
앞으로 마호우님은 이와 비슷한 일들을 더 많이 격게 될 거예요!
다만, 아직 안 왔을 뿐이죠...

자기가 괴롭거나 슬프면,
남이 위로와 격려를 해준다 해도... 아니, 그 마음을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사실은 어디까지나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찰적 감정일 수 밖에 없어요.
슬픔은 오로지 당사자가 짊어져야 할 몫인 거죠...ㅠㅠ;;;

사람이든, 동물이든...
존재의 유무로 인한 상실감에서 오는 그 허무함은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달랠까요?

우리는 가급적 좋은 것(기억)만 생각하는 게...
어찌 보면 더 현명한 거지요...

저는 감정을 억제하는 건 되도록 자제하는 편이에요.
슬플 때는 엉엉 울고,
기쁠 때는 푸~하하핫 웃어요.
또 화가 날 때는 화를 토해내기도 한답니다.
즉, 그때 그때 감정에 충실하고 싶어져요...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감정을 억지로 억제해서 쌓아 두면,
그것이 앙금이 되어 결국. 스트레스로 작용해, 그것이 나를 괴롭히는 또 하나의 관념으로
자리 잡게 되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우리 마음 먹은대로 좋은 감정은 남겨두고,
슬픈 감정은 괴로우니까 쓰레기통에 넣어서 해결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마인드 컨트롤이
그리 쉬운 게 아니라는 거죠...

망각수는 없어요!
마음이 공허해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마호우님이
일부로라도 다른 걸 집중해 마음을 추수리는 수 밖에...
힘내세요...! 멍멍!!**(^ㅅ^)**
     
Mahou 15-08-09 12:07
   
감정의 공유라는 것이 결국 자신외엔 없다고 저도 생각은 합니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현실적인 타파보단, 위로를 받는 것이 때론 더 감사히 여겨지는 것 같아요.
전 걍 공허함을 가진 체로 살려고요. 좋았던 기억이 마치 나쁜 기억처럼 아프게는 하고, 더 아프지 않을 것을, 굳이 아프게 스스로 파는 느낌도 있지만, 그 아픈게 녀석이란 사실이 나쁘지 않달까요? 뭔가 변태스럽지만, 여하튼 그래요;;
어차피 전 잘 지내고 있거든요. 근래엔 휴가도 다녀왔어요. 그래서, 매정한 놈이 아닌 척할려면, 그렇게라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성운지암 15-08-08 17:36
   
15년~ ~~ ~  그 세월동안 행복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Mahou 15-08-09 12:08
   
감사합니다.
마스터훈 15-08-12 14:05
   
정말 반려견이라고 할 수 있네요..
함께한 시간이 길어.. 더욱더 맘이 아프겠어요..
훌훌 털고..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 생각하세요.
     
Mahou 15-08-13 01:24
   
엊그제 지인이 반려견은 죽으면, 무지개 다리 뒤에서 주인을 기달린다고 하더군요.
전 종교도 없지만, 그 말에 위로가 되었습니다. 뭔가 다시 볼 수 있을꺼란 헛된 기대라도요.
훌훌 털 생각은 없지만, 좋은 곳에서 날 기달려주면 좋겠습니다.
지해 15-08-25 20:42
   
네마리중 한마리를 보냈고 앞으로 세마리를 더 보내야 하는데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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