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생이 유저 여러분, 그 동안 여러모로 바빠서 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뭐든 꾸준하게 한다는 게 역시 쉽지가 않네요ㅎ
저는 일본인으로써 한국 대학에 유학하는 "한국어학도"이다 보니 주된 관심사가 "일본어와 한국어의 비교" 쪽에 흥미가 많은 편입니다. 오늘도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한국인의 문맹률이 세계 최저라는 것쯤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입니다. 이것이 "한글" 이라는 한국인들이 세계에 자랑하고 싶어하는 독창적 창제 문자의 공이라는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겠죠?
이것을 근거로 "한글"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노력이 한국에서 많이 있었고 실제로 많은 부분이 국제학계에서 인정된 것은 객관적 사실이니 한국인들이 자국의 문자인 한글에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만한 충분히 훌륭한 문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 내 일부에서는 일본어를 폄하하는 기류가 감지됩니다. 히라가나, 가타가나, 한문을 혼용하고 한문을 읽는 방법도 음독과 훈독이 나뉘어져 있는 복잡한 체계를 가진 일본어는 한글이라는 독창적이면서도 단일한 문자체계를 가진 한국인들에게는 "뒤떨어진 문자체계"로 보여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거의 모든 한국인들이 말 조심을 할 뿐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한글의 우수성"과는 별개로 "문자체계"의 우수성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생각하고 그렇게 본다면 오히려 일본의 문자체계 쪽이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면 너무 길어지므로 추후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다들 "난독증" 이라는 질환이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시죠? 미국에서는 10%가 이 질환을 앓고 있는데 미국 뿐 아니라 영어권 국가에서는 언제나 많은 문제가 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흥미롭게도 철자 그대로 발음하는 이탈리아, 독일어 사용자에게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으면서 영어권이나 중국어 사용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중화권의 유명 영화배우 "성룡"은 난독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다들 잘 아시다시피 성룡은 난독증 외에 다른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대사도 잘 외우는 등 매우 똑똑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난독증은 전체적 두뇌의 능력과 관계가 없이 문자를 읽는 것을 담당하는 뇌의 특정 부분만 문제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한국의 문자인 "한글"은 그 자체가 발음기호가 되는데다가 로마글자보다 훨씬 뛰어난 완벽에 가까운 음운 구조를 가지고 있어 정상 수준의 두뇌를 미달하는 "저능아" 가 아니고서는 한글을 읽지 못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은 "문맹률" 뿐 아니라 "난독증" 까지 적은... 아니, 아예 없는 것입니다.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 된 이유로 IT기술력 외에 저는 이러한 이유도 크게 작용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인들 스스로는 이로 인한 이점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지만 이것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자산인지는 오히려 제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더욱 크게 체감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많은 나라들이 이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에너지를 쏟아붓는지... 또 그런 투자를 아무리 해도 문자 자체의 불완전성 때문에 좀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특별한 사회적 비용은 커녕 오히려 한국어와 한글을 천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문맹률과 난독증 인구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한글의 가치를 더욱 크게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간혹 인터넷 기사나 다른 사람의 덧글을 보고서도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글을 쓰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책을 전혀 읽지 않았거나 이해력이 달려 문맥을 파악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낮은 경우일 뿐이지 실제 "난독증"과는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난독증은 왜 영어권이나 중국어처럼 문자를 소리나는대로 읽지 않는 구조를 가진 언어 사용자에게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일까?
발음기호인 히라가나와 가타가나, 그리고 한문의 음독과 훈독을 동시에 사용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복잡하면서도 특수한 문자체계의 일본의 사정은 문맹률과 난독증에 있어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다음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