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긴 글을 쓰네요. 주말이니까!
위 장면을 보며 쾰른성당 꼭대기를 오르던 내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후배와 다투고 혼자 쾰른성당까지 전철을 타고 가서 꽤 비싼 티켓을 끊어 올라간 쾰른성당의 종탑
옥타고나 종탑으로 입성하는 미연언니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숨을 몰아쉬었다.
폐소공포증과 고소공포증을 동시에 갖고 있는 내가 왜 왜 왜..... 그 비싼 티껫을 끊은 것일까?
후회할 틈도 없이 발이 오르던 쾰른종탑! 으윽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몇 년을 티비를 제대로 보지 않던 나를 다시 티비 앞으로 불러드린 원흉(?)이 있었으니 바로 꽃보다 누나다.
여타 여행프로그램은 여행의 시작과 끝은 대부분 생략되고 유명여행지의 앞얼굴만 보여주기 때문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럼에도 여행이라는 매력적인 단어 때문에 여행 프로그램을 보게되는 나에게 꽃보다 누나는 너무나 싱싱하고 행복한 선물이다.
일반 사람들이 배낭여행을 하며 겪었을 시행착오와 약간의 두려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오묘한 즐거움을
이 프로그램은 여과없이 보여주고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여행하고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에피소드는 여행에 지친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모습이 진짜 여행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여행이 장기화될수록 지치고 힘들어지던 지난 날들의 나를 연상케 해주고 그 과정들을 풀어가는 모습 속에서
다시금 내 여행경험들을 떠오르게 하고 나와 상관 없는 세계에 살던 그들이 겪는 고뇌를 보며 그들과
내가 다르지 않다는 왠지모를 유대감을 느끼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런 부분이 꽃보다 누나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하는 것 같다.
남자 시청자들은 여자들의 여행이 좀 쫓기는것 같다 하고 감동의 메세지를 주던 이전 할배들의 여행에 비해 재미가 없다고
하지만 여자 입장에선 감정이입이 되서인지 이 여행이 나는 나름 감동적이다.
짐에서 자신의 몫을 해나가는 단단한 남자로 변해가는 승기군을 보는것도 무척 감동적이다.
푸푸를 못봤다고, 반지를 잃어버렸다고, 고대기가 고장났다고 트러블메이커로 변신하는 왕고언니의 찌질함도
어디서나 자기만의 감정에 빠져 눈물도 흘리고 춤도 추는 나이와 상관없이 소녀시대 공주언니도
여배우지만 5일동안 같은 옷을 입고 편리왕의 모습을 보여주는 약간은 앞서 가서 보조를 못맞추는 막내언니도
배려하느라 정작 자신의 마음은 어둠어둠해가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다시금 배려왕으로 돌아오는 예쁜언니도....
왠지 낯설지 않은 풍경이라 보고 있노라면 나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한다.
세월이 느껴지는 골목을 서로를 위로하며 두손 꼬옥 잡고 걷기, 여염집에 핀 꽃들을 보며 함께 감탄하고,
길에서 만나는 작은 먹거리를 나누며 자신의 마음을 나누던 꽃언니들의 여행이 바로 여자들의 여행이기 때문이다.
장시간 쇼핑에 빠진 자옥공주님을 기다리는 승기군에게 여친도 이렇게 기다려 줄 수 있는지 나피디가 물었다. 승기군이 말한다.
여자는 기다려주는게 아니라 이해해 주는 거에요.
남자는 교과서를 보듯 여행지의 역사와 사실에 주목하는 반면
여자들은 그 곳의 사람들,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다는 것을 더욱 느끼게 된 이번 회이다.
힘든 마음을 추스리던 희애언니의 마음을 달래주던 기타소리에 발길을 멈추었고
노래를 듣기 위해 조용히 기다렸는데 갑자기 후뚫송같은 가사가... ㅋㅋㅋㅋ 진짜 빵터졌어요.
저해상으로 보다 캡쳐를 해서 해상도가 구리구리 하네요 ^^;
창으로 햇살이 진짜 화사하게 들어오네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여기 밑엔 제가 찍은 쾰른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