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추적자'라는 드라마를 정말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근데 악역으로 나오는 강동윤(김상중)의 독도 발언이 이목을 끌고 있는 듯 합니다. 저는 이 장면이 강동윤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단적으로 잘 보여준 장면이 아니가 생각합니다.
"독도가 누구 땅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본이 자기 땅이라고 생각한다면 힘으로 점령하면 된다.
100년전에도 그렇게 한반도를 점령했는데 왜 지금은 못하느냐? 그것은 대한민국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 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강동윤이라는 캐릭터가 일본인 기자에게 말한 대략적인 인터뷰 내용입니다. 상당 부분 수긍이 가는 부분도 많고 일리있는 말입니다만, 저는 본질이 빠진, 상당히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도가 누구 땅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힘있는 자가 차지하면 그뿐이다." 힘의 역학 관계가 지배하는 국제 사회의 외교 관계에서 보자면 절대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지만, 과연 저 말을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 있는 말인지 의구심이 생깁니다. 결국 이 말은 강동윤이라는 캐릭터의 본질처럼 모든 것은 강한 자, 힘이 있는 자가 차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며, 약자는 결국 그 강자의 자비로움을 바라는 수 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대한민국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유는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부당한 영토 점령에 대한 항거이며, 부당함에 저항하여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본이 독도 망언을 할 때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바로 권선징악(勸善懲惡 : 선을 권하고, 악을 응징한다.)의 마음이 겉으로 표출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드라마 '추적자'에 나오는 강동윤의 대사는 그 어떤 정의도 찾아볼 수 없으며, 그저 힘만이 모든 것의 지배 원리라는 패권주의로 가득 찬 말일 뿐입니다. 힘에 의한 지배는 상황이 달라지면 언제든지 바뀌게 마련입니다. 과거 일제 강점기 시절 친일파들의 친일 행적도 결국은 힘의 논리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대세가 이러니 어쩔 수 없다." 그들은 이렇게 변명같지 않은 변명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합리화 합니다. 그 속에는 그 어떤 정의도 없으며, 그저 힘에 굴복하고 빌붙어서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저속함만이 있습니다.
과연 그 당시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했다면 대한민국이 광복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합니다. 힘이 없는 정의는 공허한 외침에 지나지 않으며, 그저 무기력할 뿐입니다. 하지만 정의가 없는 힘 또한 그저 사람들을 해치는 폭력일 뿐입니다. 정의라는 알맹이를 힘이라는 껍질로 지키려고 하는 것이 우리들이 가다듬어야 할 가장 올바른 마음가짐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힘의 논리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면 선을 권하고, 악을 응징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인 권선징악이 권력징약(勸力懲弱), 힘을 권하고 약함을 응징한다. 라는 의미로 변질되지나 않을까 염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