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선선한 날씨에 살 맛 나네요
오늘은 피에몬테 2편에 이어 글을 계속 써보겠습니다
대학 다니실때 한번쯤 기본교양서로 읽어보신 책들 중에,
아마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도 한권쯤은 포함되어 있었을 겁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움베르토 에코는
피에몬테주의 알렉산드리아 라는 중간규모의 도시에서 태어났고
그의 작품배경이나 주요인물들은 피에몬테주를 배경으로 많이 삼고 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가 피에몬테를 표현한 글 중 일부 입니다
이 두 도시 사이에 두개의 강, 타나로와 보르미다가 흐르고 있습니다
두 강 사이에는 평야가 하나 있고요
이곳은 돌 위에서 계란을 익힐 정도로 덥지 않은 날에는 안개가 낀답니다
안개가 없는 날은 눈이 내리고 눈이 내리지 않으면 얼음이 얼지요
그리고 얼음이 얼지 않은 날은 얼음이 얼 때와 똑같이 춥답니다
그곳의 프라스케타 마린카나라는 황무지에서 내가 태어났어요
두 강 사이에는 아름다운 습지도 하나 있습니다
프로폰디스 해변과 똑같지는 않지만요.....
내 고향에서 당신이 안개 자욱한 숲을 거닐게 된다면
당신은 아직도 당신 어머니의 배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거에요
어떤 두려움도 없을 것이고 자유로움이 느껴질겁니다
그리고 안개가 끼지 않을때는,
만약 당신이 길을 가다가 갈증을 느낀다면 나무의 고드름을 따면 됩니다
그리고 동상으로 가득한 손 끝을 입김으로 녹여야 할거에요.
움베르토 에코 [Baudolino 중]
에코의 소설에서 보시듯
높은 알프스 산과 강에 둘러싸인 피에몬테는 늘상 안개가 끼며
추운 겨울에는 높은 습도로 인해 뼈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를 느낄수 있는 지역 입니다
이런 안개가 낀 신비한 숲속이 많은 피에몬테 지역에서는 버섯들이 많이 나오는데
여러버섯들 중 최강이라 불리우는 송로버섯이 바로 오늘 소개할 요리재료 입니다
제가 무식하게 요리의 재료라 소개했지만,
어떤 음식에 보조로 곁들여 나와도 항상 메인이 될수 밖에 없는게 송로버섯 입니다
가격이 비싸고 먹을수 있는 시기가 1년에 몇개월로 한정되어져 있는 요리 재료이지만
피에몬테와 주변의 고급 특산품이고
전 세계 미식가들 사이에선 아주 소중한 재료로 여겨지기 때문에
한번쯤은 경험해봐도 좋을, 어떤 요리든 빛내주는 메인재료 입니다
알프스산맥 아래 있는 피에몬테는 추운 겨울이 오기 전
중요한 연례행사가 있습니다
9월~10월 까지 이탈리아 전국의 버섯채집가들이 피에몬테로 몰려들어 산속을 뒤지고 다니는데
이유는 바로 요놈인 송로버섯 내에서도 끝판왕인 흰송로버섯 때문이죠
Tuber magnatum, 뚜베르 마냐툼 으로 불리며 흰송로버섯의 명칭으로 불려집니다
피에몬테의 요리가 다른 지역보다 더 고급스럽다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이 흰송로버섯을 이용한 계절요리가 다양하기 때문 입니다
고급으로 불려질수 밖에 없는 이유는,
매해 낙찰가격은 차이가 있지만 평균 흰송로 버섯 몸 값이 kg당 10,000 euro ~15,000 euro 정도이며
이보다 떨어지는 검은송로버섯은 kg 당 5,000 euro 선에서 낙찰되어 집니다
매해 나오는 수량이나 품질 그리고 낙찰가를 보면 이 요리재료가 고급이 아니라 할수 없을겁니다
여태까지 전 세계에서 채집되었던 가장 큰 흰송로버섯은
1954년에 피에몬테 근처에서 채집되어진 540g 짜리 입니다
요넘은 경매에 나가지 않고
마샬플랜 기간동안 이탈리아를 도와준 미국 대통령 (트루먼) 에게 감사선물로 보내졌었습니다
흰송로버섯은 여름에도 채집 되어질수 있긴 하지만
kg당 80~100 euro 정도의 가격이 형성될정도로 가격이 떨어지고
보통 가공품으로 만들어지거나 소스에 향을 내는데 사용되어 집니다 (명칭-Scorzone : 스코르초네)
그런데 여름송로를 이용한 이런 가공품들 참 괜찮습니다
이탈리아 오시게 되면 꼭 한병 사가시길 바랍니다
요놈을 이용하면
이탈리아 음식 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들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려 주며
심지어 라면도 강한 송로의 향으로 인해 고급음식으로 바껴집니다
보통 송로가 잘 자라는 나무는 참나무로 알려져 있고
이 밖에도 버드나무와 호도나무 뿌리에서도 종종 발견되어 진다 합니다
피에몬테의 전설에 따르면
"송로는 살을 에는 겨울밤, 습하고 차가운 땅의 나무뿌리에까지 스며드는 달빛 아래 숨어있다"
전해집니다
이런 송로를 찾는 방법은 개나 돼지의 후각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탈리아 에선 주로 개를 이용해 송로를 찾습니다
보통 이런 개들은 2만유로 이상 하는 특별한 훈련을 받은 개들로 이루어져 있죠
하지만 송로의 향은 탐지하는 후각은 돼지가 더 좋다하는데,
이탈리아에서 이런 돼지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돼지가 발견 즉시 먹어버려서라 합니다
매년 9월과 10월은 버섯사냥꾼과 차 한대값의 개들이 모여 산속을 뒤지고 다니는데
채집한 버섯 도난, 개도둑, 한탕 한 사냥꾼에게 들러붙기 위한 전국 각지의 거지분들로 인해
피에몬테의 아주 조용했던 시골마을들은 북적북적 하게 되어지며,
각종 범죄와 버섯채집사례로 조용했던 마을들이 공중파 뉴스도 타게 됩니다
이렇듯, 매년 깊은 가을밤 피에몬테에 있는 산들속에선
황금을 찾아 엘도라도 로 향하는 기사들의 설레임과 개들의 짖음으로 수놓아 지게 됩니다
그럼 이 귀한 흰송로버섯을 먹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몸 값에 비해 먹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보통 일반음식 위에 살짝 데친 버섯을 얇게 썰어 올려주는 방식 입니다
비록 간단하지만
흰송로를 올리느냐 안올리느냐에 따라 향과 맛의 차이는 날수 밖에 없겠죠
일반 가정에선 이런거 먹기 힘들죠
특별한 날이라면 흰송로가공식품(스코르초네 scorzone)을 이용해
메인요리에 흰송로의 향을 느끼는 정도인데
부잣집은....이 비싼 흰송로를 이렇게 먹더군요
우선 은으로 된 냄비에 송로조각을 따듯하게 데운다음
살짝 구운 빵위에 얇게 썰어 올린 후
향이 강하지 않은 로마와 시에나 사이에 위치한
움브리아 지역에서 나오는 엑스트라 베르지네 올리오를
위에 몇방울 떨어뜨려 줍니다
(토스카나 나 베네토지역 올리오는 향이 강해 송로향을 죽입니다)
[움브리아산 올리오 엑스트라 베르지네 디 올리바]
그리고 마지막으로 굵은 소금을 아주 약간만 뿌려주게 되면
완성입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렇게 먹는게 본재료의 맛을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 하더군요
하도 주변에서 극찬을 해,
저도 제작년 지인을 통해 어렵게 아주 극소량을 구해
이런 방식으로 해서 먹어봤습니다
amore는 너무 맛있다, 혀가 호강한다 등등 미의 찬양이 계속 되어졌지만
전 그냥 기름에 적은 축축한 빵위에 올려진 소금이 섞인 흙맛나는 향이 너무 쎈 버섯 정도.....
삼겹살과 같이 구워 먹는 버섯은 맛있던데 이건 제 입맛과는 하나도 안맞았습니다
저에겐 오히려 싼 송로로 만든 가공품 이나 송로가 들어간 소스는 더 좋았습니다
하지만 전 입맛이 많이 저질이니 신경쓰지 마시길.
다른 분들에게는 흰송로버섯이 미각을 위한 좋은 경험이 되실거라 생각합니다
피에몬테에 가실 기회가 있으시다면
10월,11월에 흰송로를 이용하여 요리를 만드는 리스또랑떼가 적지 않게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흰송로버섯 파스타가 약 100~130유로 정도 하며,
사진처럼 저리 크게 썰어주지 않고 아주 작게 썰어 조금 올려줍니다)
이탈리아에선 이런 말이 있습니다
"좋은 흰송로버섯과 좋은 비노(와인)는 같은 식탁에 올라올수 없다"
이유는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송로가 좋은 대신 비노가 안좋고
여름에 비가 적게 오면 비노가 좋고 송로가 별로 입니다
올해는 아마도 좋은 품질의 비노가 각 지역에서 나올거 같습니다
다음편에는 피에몬테의 쵸콜릿, 와인(비노), 치즈 써보겠습니다
남은 휴일 편안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