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어머니 집에 와서 저녁 먹고 가만히 앉아서 새벽까지 티비 보는데
어머니가 왜 그렇게 표정이 어둡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사실대로 전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전 여자 친구를 딸 같이 아끼고 좋아하셨던 어머니도 그 소리를 듣더니 엄청 놀라고 당황하시더군요..
사실 저보다 전 여자 친구를 더 좋아하실 만큼 진짜 신경 많이 써주시고 사랑해주셨습니다.
어머니가 엄청 당황하신 이유는.. 일단 그렇게 아끼던 제 전 여자친구가 떠나갔다는 것도 있지만
저랑 헤어지기 고작 3일 전에 저랑 제 전 여자친구가 어머니 가게에 들러서 같이 웃고 떠들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얘기도 많이 나누고 그랬거든요.
제가 옆에 있으면 전 여자 친구는 혼자 무슨 재밌는 얘기를 어머니에게 들려주면서
둘이 막 웃고 얘기하고 그랬습니다.
전 여자친구가 온다고 손수 백숙까지 만들어 주실 정도로 전 여자 친구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셨습니다.
그래서 처음의 저처럼 어머니도 헤어졌다는 소리를 들으시고는 도저히 이해를 못 하시더군요.
아니 3일 전에 그렇게 손 꼭 잡고 날 만나러 오더니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하고요.
제가 말했습니다. 딱히 무슨 일 없었고 저도 확실히 뭐 때문에 차인 지 모르겠다고.
어머니는 도대체 걔한테 어떻게 했길래 헤어진 거냐, 너가 평소에 잘못한 게 있는 거 아니냐 물으셨어요.
그래서 말했습니다. 딱히 큰 잘못한 것도 없고 싸운 적도 거의 없는데 아마 사소한 거 하나하나 쌓여서
나한테서 마음이 떠나갔던 것 같고 어떠한 계기 하나로 이별을 결심한 것 같다고요.
어머니는 엄청 안타까워하시면서 제가 울음이 터지니까 같이 눈물 흘리시더라고요.
참.... 전 여자 친구는 저에게는 물론 제 어머니에게도 정말 소중한 존재이자 가족이었습니다.
전 여자 친구의 외모, 성격, 그리고 말투까지 좋아하실 정도로 전 여자 친구를 맘에 들어 하셨어요.
저도 어머니가 전 여자 친구를 많이 좋아하니 행복했고요.
정말 다 잘 되어가다가 이렇게 되니 많이 슬프네요.
그래도 엄마랑 같이 이런 저런 얘기 나누고 같이 울다 보니까 기분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밑에 보니 저를 위해 댓글 추가로 달아주신 분들과 글 써주신 분들 다 읽어봤습니다.
근데 도저히 힘이 없고 의욕이 없어서 답변을 못 달았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전 여자 친구에게 차이고 우울증 와서 병원 가셨다는 분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모두들 본인 일도 아닌데 걱정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