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랑 시스템이 똑같다.
새로 누가 들어오면 입방식을 한다. 술과 안주를 사다 놓고 하숙생 전원이 둥그렇게 앉은 후 신입은 일어서서 크게 자기 소개를 하고 노래를 한 곡 뽑는다.
선배들 심부름으로 가게에서 컵라면 10개 사서 뜨거운 물까지 넣은 후 하숙집까지 들고 간다.
다들 수업 받으러 간 낮시간에 방에 있으면 가끔 옆방에서 사랑의 하모니가 들릴 때가 있다.
연초 개강파티, 신입생환영회, 동아리 환영식, 동문회 시즌에는 아침에 하숙집 계단에 쓰러져 자고 있는 하숙생을 본다.
아침에 학교 가려고 하숙집 나와보니 골목 양쪽에 전경들이 일렬로 서서 책가방, 학생증 검사를 한다.
취업시즌에 선배들이 여기가 좋니 저기가 좋니 떠들고 있고 후배들은 옆에서 귀동냥을 한다.
선배누나가 자기 방으로 부르더니 커피 한 잔을 주며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 땐 왜 누나의 마음을 못 헤아렸을까 내가 바보 같다.
군대 갔다 복학할 때 이제 하숙집 짬밥 좀 되겠거니 은근히 기대하고 하숙집 돌아왔으나 여전히 막내 그룹이고 오늘도 컵라면 심부름을 한다.
작은 하숙집으로 옮겼다. 넘버 3다. 이제 더 이상 컵라면 심부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