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친구들과 놀고 싶다해서 피렌체에 데려다주고 왔어요
와이프는 이탈리아 첨 와 정착한 곳이 피렌체 라
그곳에 죽마고우들이 다 모여 있어
자신의 고향인 부산만큼 그리워하는 곳이에요
우울증도 날릴 겸
간 김에 친구들 다 모아서 화끈하게 놀라고 팬트하우스 잡아줌 (담 달 카드 고지서ㄷㄷ)
암튼 덕분에 전 오늘 시간이 남았고, 그래서
오랜만에 동네 친구들과 술 한잔 하고 조금 전 들어왔어요
동네 친구들은 이탈리아 사람들이지만
지형적, 역사적 특성상 대부분 슬라브 민족들
밀라노 친구들과 술 마실 때와
동네 친구들과 술 마실 때의 차이점은
밀라노 친구들은 전형적인 이탈리아 남자
즉 무엇을 이야기하든 긍정적이고 쓸데없이 남자끼리도 낭만적인데 반해
집 동네 친구들인 슬라브계 이탈리아 남자들은
직설적이고 조금은 부정적 이면서 큰소리 뻥뻥 치는 (실제론 그러지 못하면서) 스타일 이죠
어떻게 보면 약간은 우리 스타일과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들어여ㅋㅋ
암튼 마셔라 부어라 하며 이야기하다
서로의 와이프 이야기가 나왔고
첫 만남에 대해 이야기가 진행되게 되었어요
제 이야기 도중도중 친구들에게 공격적? 야유를 받긴 했지만
오래간만에 그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을 코트 삼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주 따듯했답니다ㅎ
2013년 2월
25살의 여성이(이하 예쁜이) 공채광고를 보고 회사 면접을 보러 왔었죠
보통 외국에서 살면 다른 지역으로 자신의 주거지를 옮기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예쁜이는 자신의 주거지 따윈 상관없이
일을 위해선 뭐든 할수 있다는 당찬 아가씨 였어여
서툰 이탈리아어 구사와 채용분야의 미숙함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반짝이는 눈빛과 더불어 열정이 넘쳐
조금 높았던 경쟁률을 이겨내고 우리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죠
입사 후
뭐든 열심히 꾸준히 하는 게 참 보기 좋았었습니다
2013년 6월,
예쁜이와 같이 외근을 갔다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을 탔어요 (실제 엘리와 같은 모습)
타고 올라가는데 예쁜이가 엘리베이터 내 거울을 뚫어지라 보고 있더군여
전 평소 아주 무뚝뚝한 스타일이라
예쁜이뿐 아니라 대부분 직원들과
업무내용 말고는 거의 말을 안 했는데
그 날은 왠지 말을 걸고 싶더군요
나 : 왜?
예쁜이 : .....아뇨, 그냥 오늘따라 못생겨보여서여
나: ....챔묵........침묵.....(엘레베이터 문 열리며 나가면서) 너 예뻐
와이프의 말로는 전부터 저에게 아주 쪼금의 호감은 있었지만
이 날부터 많이 좋아졌다 하더라구여ㅋ
사실 전
이미 그 전부터 예쁜이의 여러 모습들을 보며 좋아하기 시작했죠 (뭐....특히 외모ㅎㅎ)
안 그럼 제가 함부로 남에게 예쁘단 말 못 하거든여...저 같은 무뚝뚝이가
암튼 이 날이 기폭제가 되어
전 일을 핑계로 퇴근 후 예쁜이와 사적인 만남을 자주 가지게 되었어요
그러다 2013년 9월
사무실 앞 카페로 불러내 고백을 했어여
(실제 그 카페, Corso Como,10 Café)
예쁜이 : 왜요? (나와 같이 무뚝뚝이)
나 : 나 너 좋아한다
예쁜이 : .....................
나 : 우리 사귈까?
그 자리에서 예쁜이의 답은 없었고
전 풀이 죽은 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역 의자에 앉아 한숨을 쉬며 지하철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죠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듣고 있는데
맞은편 (반대방향 지하철)에 절 보고 있는 예쁜이를 발견했습니다
예쁜이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절 보곤
의자에 가서 앉더니
오른쪽으로 약간 고개를 기울여 긴 머리를 늘어트리며
절 보고 미소 지었습니다
(이 때의 모습은 너무 예뻐서, 혹시 알츠하이머가 걸려도 기억에 남을겁니다)
그리곤 조금 생각하는 듯하더니 손가락으로 OK를 그리며 제가 조금 전 했던 고백을 받아주었죠
아마 이때의 기분은.....지하철과 부딪혀도 이길 기분?
아무튼 오늘 술자리에서 기분 좋은 추억이 화두 되어
2013년 9월의 행복함을 글로도 적어봅니다
회원님들도 크리스마스 전
저만큼 아니 그 이상 좋은 추억 만드시길 바랄게요
아래 노래는 당시 지하철역에서 OK 사인을 받을 때
이어폰에서 들려오던 노래고 아직도 저에겐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노래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