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선배가 부사장으로 있던 모 화장품 회사
쬐그만 사무실 하나에 직원 3명으로 출발한 회사인데
당시 흔치 않던 제품 컨셉과 온라인전용이라는 전략으로
매출을 몇 백억대로 키움.
근데 사장님이 몸이 안 좋아서 회사 매각하고 사업에서 손 떼려고 하는 상황.
(선배는 그동안 수고 많았다며 이미 사장님한테 몇 억 받음)
선배가 전화를 걸어와 매각하려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봄
그래서
화장품 회사인만큼 회사 매각 전에 단기간에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각종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과
희망 인수처들에 제시할 인수처별 맞춤 회사소개서, 향후 3~5년간의 사업계획서,
인수 제안서 등이 필요하다고 하니...와서 해달라고 함.
갔더니 사장님이 무지 반겨줌. 선배한테 우선 회식자리 만들어서 맛있는거부터 먹으라고 함.
회식에 갔는데 선배가 따로 불러 하는 말..
"이사들, 팀장들은 사장님과 같은 고향 출신들이고 다들 구멍가게 시절 힘들 때부터
같이 일해 온 사람들이라 다들 회사매각에 반대하니
널 좋게 안 볼 수 있다. 전에 중간에 들어온 팀장, 실장도 텃세때문에 금방 그만두고 나갔어.
그래도 니가 좀 참아라"
????? 아닌 난 직원도 아닌데 왜?? 설마 나한테까정???
아니나 다를까,
회식자리인 고기집에 앉기가 무섭게 겉으론 잘 부탁한다 어쩐다 말하면서
이사들, 팀장들 이놈저놈 다들 나한테 술을 먹이기 시작함.
주문한 고기가 나와서 채 익기도 전에 받아 마신 술이 소주 3병 정도 되는 듯....
고기를 먹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이눔저눔 계속 따라주며 번갈아 가며 원샷 하자고
술을 권한는데 어디 한 번 죽어봐라..라는 의도가 확연히 보임.
그렇게 나오니 그래 누가 죽나 한 번 해보자...나도 오기가 생겨 다 받아 마심.
그렇게 2~3시간 정도 마시다보니 도대체 얼마나 마셨는지조차 가늠이 안됨.
나름 술은 좀 마시는 편인데 너무 힘듬.
화장실 간다고 일어나서 담배 한 대 피우고 화장실 가서 잠시 피해있는데
선배한테 전화가 옴.
"너 어디냐?"
"선배 저 힘들어서 화장실에서 잠시 쉬고 있어요."
"빨리와! 죽을거 같아도 회식 끝날 때까정 끝까지 참어. 안 그럼 우리가 지는거야, 알았지?"
맘 같아서는 집에 가버리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세수하고 볼따구 몇 대 때리고 다시 가서 또 마시기 시작.
근데 죽을 것 같은 고비를 넘기고 나니 슬슬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함.
그렇게 1차가 끝나고 나오니 안 취한 놈이 하나도 없음.
지들도 나한테 맥이느라 다들 취함. 선배가 2차 가자고 하니 몇 놈이 도망감.
결국 2차엔 나랑 선배포함 꼴랑 4명만 남음.
2차에서 마시는데 이상하게 정신이 오히려 말똥말똥해짐.
한참 마시는데 나머지 두 놈도 중간에 가야겠다며 집에 가버리고
결국 나랑 선배 둘만 남고 어느덧 새벽 3시가 다됐음.
선배 왈,
"이제 끝났다. 우리도 집에 가자~ 오늘 수고 많았엉 ㅋㅋ"
집에 오는 택시안에서 눈이 감기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눈이 안 떠짐.
어쨋든 다행히 잠들진 않고 집에 도착함.
뒷얘기....
어쨋든 회사매각은 무사히 잘되서
후한 값에 국내 3대 대기업 중 하나에 매각되어 지금도 잘 나가고 있음.
부사장이었던 선배는 사장님 지원하에 따로 화장품 회사 차려서 나갔고
텃세 패거리 중 우두머리였던 모 이사는 현재 그 회사 사장으로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