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에세이스트 애덤 고프닉은 음식의 즐거움, 음식이 주는 행복을 풀어낸 책 ‘식탁의 기쁨’에서 나치에 의해 생을 마감한 한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유서를 소개합니다. “실뱅과 17구에서 훌륭한 한 끼를 먹었어요. 피에르, 르네와 함께했던 새해의 정찬도 즐거이 떠올려봅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떠오른 기억이 가족, 친구와 함께한 식사였습니다. 그건 단순한 식사가 아니겠지요. 그 시절, 그 시간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불러내는 상징 같은 것입니다.
중국 작가 마오우의 소설 ‘열여섯 밤의 주방’(욜로욜로)은 생의 마지막 순간, 실뱅과의 17구 식탁을 떠올린 레지스탕스와 같은 이야기입니다.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먹는 마지막 음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티브는 황천길에 오른 사람들이 생전의 기억을 잊기 위해 먹는 옛 신화 속 맹파탕에서 가져왔습니다.
소설에서 생을 마감한 영혼은 망천하(忘川河)의 내하교를 지나 지옥 주방으로 갑니다. 망자는 그곳에서 생전에 먹은 음식 중에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주방장인 맹파가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대접합니다. 맹파의 일이란 음식으로 영혼을 위로해 이들이 미련 없이 길을 떠나게끔 돕는 것입니다. 그는 망자가 먹었던 음식 맛을 재현하기 위해 엄청난 공력을 들입니다. 이 주방엔 사람의 목숨을 거둘 때마다 똑같이 죽어야 하는 고행을 겪는 흑무상이 보조로, 고양이로 변신한 백무상이 재료담당으로 일합니다. 소설은 그런 열여섯 밤의 이야기입니다.
이 지옥 주방에 최고 스타였던 노부인, 아이를 잃은 어머니, 사랑에 실패한 청년, 엄마에 대한 복수로 자~살한 딸, 최선을 다했지만 최고가 될 수 없었던 사람, 동성을 사랑한 노인, 다른 이의 그림을 도용한 화가,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평생 연애 한 번 못해 본 사람 등이 찾아옵니다. 이들이 주문한 음식은 버터맥주, 치즈버거, 딸기 생크림 케이크처럼 소박하고 사소합니다. 이들은 식사와 함께 주마등을 통해 자신의 기억을 영화처럼 지켜 봅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음식 같지만, 어디 간단한 인생이 있겠습니까. 그 안엔 한 편의 영화만큼 드라마틱한 사연들이 숨어 있습니다.
음식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깃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음식은 인생이라고도 합니다. 내 삶에 영원히 간직될 인생 음식은 무엇일까요. 그 음식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그 음식이 그저 음식이 아니라 누군가와 나눈 기억이고 시간이며 오랜 추억이라는 것은 같을 것입니다. 주말, 가족과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아니면 바쁜 한 주 동안 내버려뒀던 자기 자신과 따뜻한 식탁을 함께 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