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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7-21 00:37
바나나와 사과
 글쓴이 : 귀요미지훈
조회 : 663  

오늘 저녁을 먹으며 TV를 틀어보니

아시아헌터라는 프로에서 '캄보디아 오토바이 보부상들' 얘기가 나오데유



여러가지 생활용품을 낡은 오토바이에 가득 싣고 시골마을, 오지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파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인데유.

이 양반들이 주로 시골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댕기다보니 편지 심부름도 해주고 그러나봐유



오토바이 보부상 아저씨가 어느 시골마을에 도착한 후

늙은 아주머니를 찾아가서 편지를 건네주니 

그 아주머니는 본인이 글을 못 읽는다면서 좀 읽어달라고 해서 읽어주는데

아들이 보낸 편지더만유. 엄니 잘 지내시쥬? 보고 싶어유~ 담달에 갈께유~

뭐 이런 내용...

편지를 읽어주고 이제 다시 길을 떠나려는데 그 아주머니가 보부상에게 고맙다며 

바나나 한덩어리를 주더만유



그 동네를 보아하니 전화도 없을거 같고, 전기도 안 들어올거 같은 시골 오지마을이던데

항상 그립고 보고싶은 사랑하는 아들 편지를 가져와서 읽어주기까지 하니 얼마나 고마웠을까유?

동남아 시골에 흔한게 바나나라지만 그 바나나는 아마도 시골 오지마을에서 살고 있는

아주머니가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만유



제가 어릴 때 아버지 고향에서 잠시 (국민)학교를 다닌 적이 있어유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만나는.. 평지라고는 거의 없고 주위 사방팔방이 죄다 산인

경북의 어느 산골마을인데 제가 평생 가 본 곳들 중 사람사는 곳 중에선 제일 산골이에유



그 일대 수십킬로 내에 사는 사람들 대다수의 생업이 

사과, 복숭아 과수원과 인삼인지라 산이고 길가고 간에 죄다 과수원 아니면 인삼밭이에유.

작은 과수원이 아니라 과수원 하나가 거의 산 하나 전체, 이런 과수원을 2개 3개 이상

하는 집들이 많아유

우리집도 사과 과수원, 니네 집도 사과 과수원, 개똥이네 소똥이네 집도 마찬가지

그니까 널린게 사과라는 얘기쥬. 그 일대에선 어디서든 손만 뻗으면 가질 수 있는게 사과에유



어느 날, 같은 반 친구집에 놀러 갔어유. 

그 친구 집은 제 친할아버지 댁보다 더 산골, 진짜 신선이 나올것만 같은 깊은 산속에 있더만유

주위에 다른 집들도 없고 딸랑 그 친구집 하나 밖에 없었어유~

제가 친구집에 도착하자마자 친구 엄니께서 너무 반갑게 맞아 주시며

먹으라고 사과를 갖다 주시던데 표정이 왠지 좀 미안한 얼굴이시더라구유

저도 어린 맘에 좀 당황하긴 했어유....

엇, 우리 할아부지도 사과 과수원 하시는디...매일 질리게 먹는게 사과인디



어쨋든 친구 엄니께서 주신 사과를 먹으며 놀다가 이제 집에 갈 시간이 되서

나서려는데 친구 엄니께서 큰 비닐 봉다리 하나를 주시면서 줄 건 없고 이거라도 가지고 가라고 하시데유

친구집을 나와 걸으면서 비닐 봉다리를 열어보니 큼지막한 사과가 여러개 들어 있는거에유



친구집이 있는 산을 내려와 짧은 신작로를 지나 다시 산길로 한 시간을 넘게 걸어

할아부지댁으로 돌아오는 동안 내내 이런 생각이 들더만유.

우리집도 과수원을 한다는 걸 친구 엄니도 잘 아실텐데 왜 자꾸 사과만 주시는걸까?

돌아오는 내내 생각을 해봐도 당시 어린 저로선 이해가 안되더라구유.



신선이 나올것만 같이 깊은 산속 외딴 집에 아들이 친구를 데려왔는데

안 물어봐도 이 아이도 과수원집 자식이라는 건 뻔히 알지만서두

줄 수 있는게 사과 밖에 없었던 친구 엄니의 마음이 어땠을까?

아들의 편지를 가져와서 읽어준 보부상에게 바나나 한덩이를 준

캄보디아 시골마을 아주머니 마음과 어쩌면 비슷하지 않았을까 



세월이 많이 흘러 지금은 친구 얼굴도, 친구 엄니 얼굴도 생각이 나지 않지만

어릴 적 추억 속 친구 엄니의 따뜻하면서도 안쓰러웠을 그 마음은

여지껏 잊혀지지 않네유~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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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붸붸o 19-07-21 00:45
   
참 울지훈동상님 보믄 대단하신것 같음ㅠ
힘든 환경에서 잘 자라나주셔서 ㅎㅎ
지훈동상님 글보고 올만에 엄마 아빠 생각나네요ㅎ
요즘 집에도 잘 안 찾아갔는데 ㅎ
낼은 엄만테 톡이라도ㅋㅋ
     
귀요미지훈 19-07-21 00:48
   
앗...여신 후아누나닷!!!
톡할때 백화점 상품권도ㅋㅋ 같이 쏴주시면
엄니가 많이 좋아하시겠어유~^^
아...요즘엔 엄니들이 현금을 더 선호하신다는 얘기도..ㅎㅎ
          
후아붸붸o 19-07-21 01:08
   
마자유 ㅎㅎ 울엄마도 현금 좋아하심ㅎ
톡으로 백화점 상품권은 생각 못했는데
역쉬 ㅎ 연륜동상님♡
               
귀요미지훈 19-07-21 01:24
   
절륜에 이어 연륜까정....홍홍홍
                    
러키가이 19-07-21 02:09
   
무척 좋아하신다 ㅋ0ㅋ;;;;;;;
     
헬로가생 19-07-21 01:12
   
엄마집에 가면 뭐든 하나라도 주시려고 하죠.
별 필요 없는데도.
그게 별 감흥 없다가 아들이 생기고
나중에 이놈이 날 찾아왔을 때를 생각해보면
나도 그럴것같아 눈물이 나더군요.
          
귀요미지훈 19-07-21 01:21
   
근데 아들이 와서 하는 말 :  "아빠, 주짓수 제대로 한판 붙자!"
리루 19-07-21 01:02
   
낮에 사과 받고 바나나 주면 안되냐는 댓글 적었었는데... 묘한 제목 발견
     
헬로가생 19-07-21 01:11
   
낮엔 사과지만 밤엔 역시 바나나죠.
          
리루 19-07-21 01:17
   
역사는 주로 밤에 쓰니까 역사를 잊으면 바나나가 없는 거겠군요.
헬로가생 19-07-21 01:10
   
귀요미학생 오늘 에세이는 100점~
     
귀요미지훈 19-07-21 01:13
   
헬로쌤 땡큐~ㅋㅋ
moonshine3 19-07-21 01:10
   
거기 친구여동생은 없던거쥬??
     
귀요미지훈 19-07-21 01:16
   
그 친구 집에 놀러간 기억이 딱 한 번 뿐인걸로 봐선

아마 없었겠쥬? ㅋ
치즈랑 19-07-21 01:36
   
저랑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네요...ㅇ.ㅇ
     
귀요미지훈 19-07-21 01:44
   
궁금하네유~
궁금하믄 오백원...하지 말구 올만에 썰 한 번 풀어주세유~
하늘나무 19-07-21 01:59
   
글이 참 다네용^^

항상 글을 잼나게 잘 적으셔서 단숨에 읽힌다는 ㅎㅎ

오늘은 이슬이랑 칭구 안하신거?~조금씩만 드세요^^

굿나잇~
     
귀요미지훈 19-07-21 02:03
   
요즘 이슬이랑 좀 소원하게 지내고 있어유~~

가끔씩만 만나는...ㅋㅋ

낭구님도 굿밤 되세유~ ^^
          
하늘나무 19-07-21 02:07
   
오~~~굿뉴스네요^^ 일본땜에 더 드시지 않을까 했더니~ㅎㅎ
진빠 19-07-21 02:02
   
엇 "신작로" 라뉘 근대 소설에 등장하는.. ㅎㅎ

드뎌 귀지님의 썰~~ 올만이네욥~~
     
귀요미지훈 19-07-21 02:05
   
근대소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때도 시골에선 신작로라고ㅋㅋㅋ
러키가이 19-07-21 02:11
   
자자 -0- 이제 다이어트 글 (식물성) 읽었으니~~~

담편 -0- 바로 포만감굿 글 (동물성) 올려주생~~~

===> 그 왜 연재했던 스타일 비스무리 ~~~ 우헤헤 ㅋ
아이유짱 19-07-21 11:51
   
글이 따뜻해서 드립치기 힘들다...
담엔 제가 좋아하는 썰 풀어줘유
뭔지 알쥬? 누나들 많이 등장하는 ㅋㅋㅋ
신의한숨 19-07-22 18:06
   
귀지님 글은 한호흡으로 다 읽어 내려가게 됨..마법같음
매니툴박스 19-07-23 09:42
   
뭔가 울컥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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