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를 대여섯 병쯤 마셨을 즈음....
"오빠....저 남친이랑 헤어졌어요~"
"네???? 남친이 계셨쎄요?"
"오빠 출장간 사이...오빠랑 연락도 안되고...오빠생각 많이 났어요"
"(흠칫;;;) 아유~ 고맙습니다. 자~한 잔 받으시죠. 그나저나 남친이랑은 왜...?"
"오빠..............때문에...."
"눼? 저때문이라니 무슨...?"
남친이랑 자주 티격태격
그러던 차에 우연히 알게 된 한 남자
업무적인 것도 이해할 수 있고 조언도 해주는 이 남자
술 잘 마시고 같이 술 마시는 재미가 있는 이 남자
대화를 하면 뭔가 통하는 느낌이 드는 이 남자
여자인 자기한테 먼저 들이댈 기색을 안 보이는 이 남자
연락 안되니까 자꾸 생각나는 이 남자
그래서 결심 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
당시 업무파악과 오랜만의 한국생활에 좀 정신이 없던 나
무엇보다 한국여자는 너무 오랜만이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건지 감도 없던 때
우연히 나타나서
내가 좋아하는 술, 자꾸 같이 마시자며 술친구가 되어주는 그녀
내가 솔직담백한 스타일 무지 좋아하는 거는 어케 알고
쭉쭉빵빵한 몸매로 당당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그녀
순식간에 내 마음을 자동문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녀
그날 밤
'장 루이'와 '안'이 도빌해변에서 재회하자마자 그랬던 것처럼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 후 연인이 된 그녀와 나
그렇게 몇 달이 흐르고
그녀의 말에서 등장하기 시작하는 '결혼'이란 단어
하지만 그 때까지도 결혼이란 건 상상조차 해 본적이 없던 나
그래서 그녀의 속마음은 알았지만 반응을 할 수 없었던 나
만남이 계속될 수록 더 자주 등장하는 '결혼'이란 단어
여전히 어리둥절한 나
이윽고 본인의 솔직담백한 성격대로 당당하게 얘기하는 그녀
그 자리에서 그녀가 원하는 답을 줄 수 없던 나
생각할 시간 일주일 줄테니 생각이 정리되면
결혼하든지 아님 헤어지든지 전화대신 문자로 알려달라는 그녀
내 목소리로 직접 들으면 너무 떨릴것 같다며...
그 동안 아무런 문제도 없던 우리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우리
하지만 결혼은......잘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혼하고 싶다, 결혼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나
그렇게 고심의 일주일이 지나고
마침내 그녀에게 보낸 짧은 문자 한 통
'미안하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