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스타트.
정확히 말해 에콰도르에서 온 게 아니고 에콰도르 이민 2세다.
이름은 미오소티스.
우리말로 물망초다.
꽃말인 forget me not 처럼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속의 아이다.
그녀를 처음 본 건 대학교 1학년 미술역사 시간이였다.
클래스는 아침 9시.
밤에 항상 공연이 있던 내게는 일어나서 가기 진짜 괴로운 시간이었다.
(미녀, 아니 미남은 잠이 많다고 하더라.)
지각 하기는 밥 먹듯이 했고 가더라도 책상 위에 머리를 파묻고 잠들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 가기 싫은 수업을 매일 아침 일어나 가게 한 건 옆자리의 그녀.
키는 150정도에 몸무게는 한 40도 안 되어 보이는 그녀.
항상 젖은 듣한 새까만 곱슬머리에 조금 검은듯한 피부.
내 주먹보다 작은것 같은 얼굴에 붙힌 것보다 더 긴 속눈썹의 왕방울 눈.
진짜 모든 게 조막조막 작았던 그녀.
인형 같았다.
수업시간에 자리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그녀는 항상 내 옆에 앉았다.
별로 말은 없었지만 항상 내 옆에 와 앉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난 그녀에게 학교에서 단 하나뿐인 기댈만한 사람이었다 한다.
1 학년생은 학교에서 봉사활동이 의무였던 이유로 난 저소득학생을 도와주는 오피스에서 일을 했다.
브루클린의 빈민가에 살던 그녀는 저소득장학금으로 우리학교에 오게됐다는 사실을
난 오피스 일을 하면서 알게 됐다.
우리학교는 뉴욕에서 학비가 높기로 유명했지만
의무적으로 저소득층의 학생들을 몇십명 정도 장학금으로 입학 시키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미오(그녀의 애칭)처럼 착하고 능력있는 아이들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문제아들 또한 들어온다.
그 오피스에서 서류작업을 봉사활동으로 하던 나였고
학생들의 이런저런 소득증명등의 서류작업을 도와주던 난 자연스럽게 그녀와 가까와지게 되었다.
그녀는 항상 치마만 입었다.
절대로 바지를 입는 일이 없었다.
첨엔 그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했지만 같은 동네에서 온 문제아들이 그녀를 놀리는 걸 듣고 알게 되었다.
치마만 입는 게 뭐 그리 놀일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녀석들과 같이 놀지 않고 “고귀한척” 하는 게 미웠을 수도 있다.
그녀는 빈민가에서 살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부자였다.
졸업후엔 교수가 되는 게 꿈인 아이.
공부는 안하고 마약만 하고 나쁜짓만 하는 아이들과는 같은 나라출신이라도 절대 어울리지 않았다.
어느날 수업 후.
그녀가 말했다.
“점심 먹으러 갈래?”
“점심? 그럴까?”
“ㅇㅇ. 내가 살께.
그녀는 서류작성을 도와준 내가 고맙다며 밥을 사준다 했다.
“근데 비싼 건 못 사줘. 미안하지만 돈이 없다 ㅋㅋㅋ”
같이 1불에 2개짜리 핫도그를 하나씩 나누어 먹었다.
좋은거 사주고 싶은데 돈이 없다고 말하며 ㅋㅋ거리는 솔직한 그녀.
너무 사랑스러웠다.
아마 이 때 난 그런 소박하고 솔직한 모습에 그녀에게 끌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니가 밥 샀으니 내가 커피 살께”.
“야, 커피가 더 비싸”.
“괜찮아. 나 어제 공연하고 돈 받았음”.
주위에 카페가 많았지만 일부러 한 10블럭 넘게 있는 곳에 가자고 했다.
인테리어가 멋있어서란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좀 더 같이 걷고 싶었던 것 같다.
그녀는 말이 없다.
20분 가까이 걸은 듯 한데 별 말이 없다.
나랑 있는 게 싫은 건가?
괜히 너무 먼 곳을 가자고 한 것 같아 미안해진다.
카페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커피를 주문했다.
야파라는 이름의 보히미안한 카페.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한 때 24시간 열려있어서
술먹고 가기도 하고 할일 없을 때 앉아 멍때리기도 하던 곳이다.
좁은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조용히 커피를 마셨다.
불편한 조용함…
멋적었다.
그녀가 날 처다본다.
뚫어지게 보더니 피식 하고 웃는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너무 말이 없지?”
“아… ㅇㅇ. 괜히 멀리 댈고 왔나 걱정하고 있었어”.
“아니야. 여기 좋아. 내가 그냥 말이 없어. 미안해”.
“아니 뭐 미안할 건 없고. 그냥 나랑 있는 게 싫은 건가 해서”.
“아냐. 좋아”.
좋다니…
무슨 뜻일까.
나랑 있는 게 좋다는 건가 아님 내가 좋다는 건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음…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까” 그녀가 말을하기 시작한다.
“음....
내가 왜 치마만 입는줄 알아?”
뜬금 없는 질문이다.
진짜 말주변이 없는 듯 하다.
커~슈마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