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사업이 갑자기 실패하고 옥수동 판자촌으로 이사가게 되었습니다
일곱살 때의 일이었죠
초등학교 내내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습니다
안 믿길지는 모르겠는데 처음에는 전기도 없어 호롱불 비슷한 걸 켜고 살았어요
유일한 친구가 트랜지스터 라디오 하나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약수시장을 거쳐오게 되는데
꼭 사고 싶은 게 있었어요
바로 왕자표 운동화요
부의 상징이었죠. 지금으로 말하면 나이키이상?
보통애들은 범표나 말표 운동화를 신었고
저는 그냥 메이커도 없는 시장 운동화
그나마 앞창이 벌어져 비오면 빗물이 줄줄 샜는데
새 운동화 사달라는 말도 못했어요
그 어린나이에도 대충 집안사정을 아니까요
결국 왕자표 운동화는 한번도 못 신어 봤습니다 ㅎㅎ
그 기억때문에 큰 아이 키울때 돈을 아끼지 않았어요
명품까지는 아니지만 꽤 고가 브랜드만 입혔어요
위아래 신발까지 장착 하면 돈 백정도 될거에요
제나름의 분풀이랄까...지금 생각해보면 별 의미 없는데 ㅋ
그랬어요
그러다보니 짜식이 해피한걸 모르더라구요
그제야 에고 내가 잘못 키웠구나 후회했죠
얼마전에 운동화 하나를 사줬는데 그게 신발장에 고스란히 있더군요
깨끗하게
그래서 얌마, 저거 왜 안 신냐? 그랬더니...
아끼려고. 그러네요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습니다
중2를 벗어나며 조금씩 생각이 커지나 봅니다
괜스레 흐믓해져 피식 웃었습니다^^
덧) 검정고무신같은 얘기라 죄송
왕자표 신발 아실분들은 한숨성님, 지훈아빠, 치즈삼촌, 진빠성 당첨되시겠습니당~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