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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2-02 21:20
헬쓰장에서 조폭 만난 썰
 글쓴이 : 귀요미지훈
조회 : 2,178  

자대배치 첫 날 
내무반 앞에 동기들이랑 일렬횡대로 집합
호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상병 짬장 왈,
너 사회에서 뭐하다 왔어?
한전에서 전기 만지다 왔씀돠!!
넌?
목공하다 왔씀돠!!
넌?
페인트칠 했씀돠!!
드디어 내 순서
넌?
대학 다니다 왔씀....
순간 무릎아래 쪼인트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한 쪽 다리에 감각이 없다.
엌..외마디 신음 외에는 목소리도 안 나오는 것이 눈앞이 아찔하다.
대학 다니는것도 죄냐? ㅆㅂㄴㅇ 
알고보니 죄였다. 
대학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죄다 전기, 목공, 용접, 상하수도 자격증 보유자
또는 공사장 일을 생업으로 하다 끌려온 애들로 가득한 우리 대대에서는...
짬장 생각엔 아마도 뭐 이런 쓸모없는 잉여ㅅㄲ가 들어왔나 싶었을 듯.
쪼인트에 피멍이 들고 퉁퉁 부은게 한 달 넘게 갔다. ㅠㅠ
아...내가 드디어 지옥에 떨어졌구나.


12월 추운 어느 날, 
사단본부 옥상에 방수포장을 한단다.
왜 하필 이 추운날 물을 만져야 하는 공사를 한다고 ㅈㄹ이야...속으로 투덜투덜
작업반장 왈,
물탱크에 들어가서 물 퍼올려야 하는데 누가 할래?
......................
침묵이 흐른다.
순간, "제가 하겠씀돠!!!"
헉.....이 추운 날씨에 어떤 미친 놈이 얼어 죽을라고...
그 미친 놈은....
바로 나였다.
살고싶다...기술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우자!
나도 어딘가 쓸모 있는 넘이라는 걸 보여주자!
그렇게 1시간 넘게 홀딱 벗은 알몸으로 
차디 찬 물이 가슴까지 들어차 있는 물탱크 속에서 물을 퍼올렸다.
덕분에 다음 날 난 감기몸살로 앓아누웠지만...
그 일 이후 나를 향한 고참들의 시선은 많이 누그러졌고
여기저기서 나를 찾기 시작했다.
전기배선하던 고참도, 용접하던 고참도, 목공소 군무원 아재도...
심지어 하루만 일해도 허리 나간다는 벽돌공장에서도..
이렇게 생존본능과 몸빵으로 여차저차 군생활을 마쳤다.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돈다..라는 말은 사실이었다.


제대 후
잠시 이쁜 여고딩의 수학 과외 알바를 하다 복학했다.
군대 가기 전에는 수업도 째고 매일 쐬주나 까며 탱자탱자하면서
옛날 어르신들 말대로 '먹고 대학생'의 대표적인 전형이었던 나.
군대에서 개고생한 덕에 몸도 건강해지고 정신도 차렸으니
이제 복학하면 진짜 공부 열쒸미 해야지.....는 개뿔
계속 놀아야쥐~~룰루랄라~하며 학교에 가보니 
과동기 놈들은 대부분이 아직 군대에서 뺑이 치고 있는지라
아는 애들도 없고 처음보는 후배들만 가득하다.
얼라리? 
후배들 중에 이쁜 여학생들도 몇몇 보인다.
왐마...그새 학교가 천지개벽을 했네 그려.
내가 군대에서 뺑이 치는 사이에...
너희들은 여자동기들이랑 밥도 묵고 술도 묵고 꿍꿍따~리 꿍꿍따?
좋겄다. 사랑하는 후배넘들아. 
우리때는 학교에서 여자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는디...쩝;;


아....
같이 술마실 동기넘들도 없고 
여자 후배들은 나같은 복학생들과는 상관없는 얘기고..
하숙집은 어떨까나?
군대 가기 전에 있었던 하숙집에 다시 돌아와 보니 
졸업을 앞둔 선배나 대학원 선배들이 많아서 여전히 쫄따구 신세
아..이런..복학하믄 중간보스 정도는 되겄지..내심 기대를 했건만..
다행히 후배들이 꽤 있어서 컵라면 심부름은 면했다.
학교나 하숙집이나 재미도 없고 낙도 없고
이 넘의 학교다니는거 때려쳐야 돼...라고 생각하며
하숙집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선배 한 분이 말하길 학교 근처에 헬쓰장이 생겼단다. 
아...헬쓰장에라도 다녀볼까?
이렇게 난생 처음 헬쓰장이라는 곳을 가게 되는데...


헬쓰장은 학교정문 길건너 맞은편에 있었다.
그렇다. 
여기가 바로 즈랑 작가님의 소설 <제기동 877>의 배경이 되는 제기동이다.
매년 3월 동문회, 신입생환영회, 동아리모임 시즌이면
술취한 학생들로 넘쳐나는 오래된 대포집들이 차도를 따라 줄지어 있다.
대포집들의 이름은 '고모집' 뭐 이런 대포집다운 세련된 이름들이다.
대포집들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낡은 단층집들 사이로 
좁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펼쳐져 있다.
헬쓰장은 그곳에 있는 낡고 오래된 재래시장 입구에 있는 건물 3층에 있었다.
건물에 불이라도 났었나 왜 이리 칙칙하고 구린겨?
아...올라가봐? 말어?
에라...이왕 온김에 어떻게 생겨 먹었나 한 번 보기라도 하자.


헬쓰장 입구 유리문을 밀고 고개를 넣어 안쪽을 둘러보려는 순간 
"어서오세요~들어오세요!"
누군가해서 쳐다보니 
헬쓰장 한 쪽 편에서
구릿빛 피부에 원피스 수영복 같은 에어로빅복을 입은 언냐가
나를 향해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아...여긴 다녀야 해.
무조건 다녀야 해. 
평생 회원권 끊어서 다녀야 해.



 
- 조폭은 다음 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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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모의 19-12-02 21:49
   
조폭을 기대하고 왔는데 아가씨만 기억에 남네요 ㅎ

저도 본격적인 헬스는 부산에서 조폭하던 아재한테 배우고나서부터 였어요.
     
귀요미지훈 19-12-02 23:07
   
원래 아가씨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 조폭이 나오는 법
          
헬로가생 19-12-02 23:18
   
1. 주인공 등장
2. 아가씨 등장
3. 조폭 등장
4. 조폭이 아가씨를 괴롭힘
5. 주인공이 조폭 퇴치
6. 키스신
               
러키가이 19-12-03 04:01
   
ㅋㅋ 이미 다본거 같은 느낌이 ㅋㅋ
신의한숨 19-12-02 22:19
   
조폭 이야긴 아주 나중에 일단 언냐 이야길 좀더 디테일하게...

근데 사단본부면 완전 세월가는곳인데...
     
귀요미지훈 19-12-02 23:09
   
아...또 장편으로 가야하나 고민이네유~ ㅋㅋ
     
러키가이 19-12-03 04:01
   
2222222222222222222222 ㅋㅋ
아이유짱 19-12-02 22:52
   
어머낫. 지훈성님 고대 나오셨수?
외대나 경희대보다 고대가 더 가까운디?
     
귀요미지훈 19-12-02 23:13
   
군대 나왔어유~ㅋㅋ
     
헬로가생 19-12-02 23:15
   
제가 볼 땐 고대 나와서 NYU STERN 석사임. ㅋㅋㅋ
          
아이유짱 19-12-02 23:21
   
왐마 그 명석한 머리를 여자 꼬시는데만 쓰네용
선괴 19-12-02 22:55
   
저도 조폭이 언제나오는지 두근거리는심정으로 보았었답니다...

제가다니는 헬스장도 문신하신분들이 종종 보이셔서...ㅎㅎㅎㅎ;
     
귀요미지훈 19-12-02 23:14
   
헬쓰장마다 조폭엉아들이 한둘씩은 있는거 같더라구유~
치즈랑 19-12-02 23:24
   
다들 기다려 봐유~~@.@
우리 지훈엉아 깊은 뜨시 있것쥬
     
귀요미지훈 19-12-03 22:59
   
오늘 쓸라했는디 늦게 들어와서리
좀 기둘려 주세유~
신의한숨 19-12-02 23:37
   
알고보니 그 언니가 조폭....반전
그래서 조폭와이프를 얻었다능....
     
귀요미지훈 19-12-03 22:59
   
기가 맥힌 전개네유...ㅎㅎㅎ
역시 신님의 발상은 대단하세유...
진빠 19-12-03 00:20
   
앗사... !

드라마도 잼없고 예능도 잼없고..

요미님썰이 최고예요미~!
     
귀요미지훈 19-12-03 23:00
   
땡큐베리고맙3~ ^^
물망초 19-12-03 03:04
   
설마 반전 있는건 아니겠죠?
내가 조폭이다 !!!  하하하
이렇게 하시는건 아니쥬?
     
귀요미지훈 19-12-03 23:01
   
반전이 살짝있긴 한디...ㅋㅋㅋ
러키가이 19-12-03 04:02
   
조폭마누라 -0- 원래 스토리 인지도 ㄷㄷㄷ;;;
     
귀요미지훈 19-12-03 23:01
   
헠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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