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친목 게시판
 
작성일 : 20-10-14 02:34
헤프닝으로 끝난 추석전의 공포
 글쓴이 : 날으는황웅
조회 : 663  

여름이 시작될 무렵 낙상으로인한 손목뼈 골절을 당하신 노모의 수발겸 송사 문제로인해 
상경하여 한달쯤 머물고있을때였습니다. 
추석연휴 전날 날아든 공포의 소식이 전화기 너머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전해졌습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여동생.

"오빠 잘들어요 우리 어린이집 교사중 아들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어제 열이나서 동네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선별진료소로 가라고 해서 검사받고 대기중이란 이야기에 
우선 어머니께는 잘 알시게끔 이야기하고 혹시라도 코로나에 감염된것이라면 올 추석은 차례모시기 
힘들거라고 전하고 만약에 사태에 대비해 집에는 혹시 감염이 맞다면 차례상은 잘모셔서 제 아들보고 
상주로 지내라고 얘기를 하고는 결과를 기다리는데...

오전에 왔던 연락이 저녁무렵이 다 되어서 답이 왔네요.
" 오빠 그냥 감기고 편도가 부어서 열이 많은거래요, 걱정하지마시라고 어머니께 전해주세요."
순산 등줄기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아 조상님께 차례상을 올릴수있겠구나....'
순간 만약에 중학생인 녀석( 어린이집 선생의 아들)이 양성반응이 나왔다면?
가르치던 어린이집 교사들이며 아이들이며 또 수많은 이들의 추석이 아니 목숨을 담보한 건강이 ....

어머니께 다행이 감기로 판정 났다하고 여쭈니 
"정말 다행이구나 큰일 날뻔했다" 하시며 안도의 긴한숨을 내쉬셨습니다. 
 
그길로 부억으로 향하신 어머님께선 만류하는 저를 밀치고 산적을 하시겠다고 들어가셨고 
잠시 조는 동안 부억에서 갑자기 쿵소리와 더불어 그릇이 떨어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부억으로 달려가보니 어머니께서 엉거주춤한 상태로 압력밥솥을 부여잡고는 
부억바닥은 온통 끓는 국물로 흥건해져있더군요.

전 다급히 압력밥솥에서 손을 떼시게하고는 너머지신 어머님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우고는 
어디 다치신곳은 없으신가 살펴보니 다행이도 크게 데이신곳도 없어 보여 우선 동생방으로 
자리를 옮기시게 한후 찬물수건으로 닦아드리며 살펴보니 겉으로는 이상이 없어보였으나 

분명히 놀라셨을것 같아 그길로 약국으로 뛰어가니 약국도 막 불을 끄고 닫기직전이어서 
청심환과 근육이완제를 사서 돌아와 보니 어느새 옷을 갈아 입으시고는 다시 불앞에 계시길래
너무 화가나고 속상해서 아니지금 뭐하시냐고 냅다 소릴지르니 이거 손자 먹일 장조림인데 
거의 다되어가니 유난떨지 말라시며 되려 혼을 내시는데 어이없고 또 안심이 되어서 웃음밖에 
안나오더군요. 

아니 그까짓 자식이 뭐가 중하다고 이 난리를 벌이시냐고 퉁명스럽게 이야기하니 
우리 종손 자취하는데 먹일꺼라시며 당신손으로 작접한 쇠고기랑 돼지 장조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느냐시며 꾸중을 듣고는 피식 웃는 절보시며 넌 먹지마라고 농을 하시네요. 

그래 마무리는 제가 하겠노라 하고는 안방에 들어가 계시라 하고 어지러진 부억바닥을 정리하고는 
안방으로 건너가 어머니께 청심환과 근육이완제를 드시게 하니  놀라셨는지 얼굴이 화끈거리신다기에
냉장고에서 동생이 쓰는 알로에 마스크팩을 어머니 얼굴에 붙여드리니 이내 잠이드시더군요.

한시간쯤 지나자 여동생이 퇴근을하고 와서 엄마가 지금 얼굴에 뭘쓰고 있냐길래 전후사정을 얘기하고 살펴보더니 마스크는 누가해드렸냐길래 내가했다고하니 박장 대소를 하며 거꾸로 프라스틱을 떼고 붙여야지하더군요.

그리곤 어머니께 어린이집 선생이 아니랄까봐 조곤조곤 어머니께 제발 그러지 마시라고 이야기를 하고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제발 이젠 그러지마시라 여쭙더군요. 

기어이 멸치볶음이며 오징어볶음이며 당신께서 못하시니 여동생을 시켜서 마른반찬을 골고루 만들어서 
명절쇠러 저희집으로 함께 내려왔지요. (제가 종손이라서 저희집에서 차례및 제사를 모십니다.) 

이 모든일이 하루에 벌어진 공포스런 헤프닝이였습니다. 

아, 그리고는 맛나게 먹는 제아들 녀석을 보시며 웃는 어머님의 미소에서 
예전 저를 보시던 할머니가 떠오르더군요 ㅎㅎㅎㅎ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토왜들의 흔적을 지워내자.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진빠 20-10-14 05:10
   
정말 스펙터클한 하루였군요...

그래도 다들 괜찮아서 다행입니당.

저야 뭐 서울시간 맞춰서 화상깨톡으로 부모님, 작은 아버지, 당숙, 사촌동생 등등...

미안하고 아쉬운 하루~!

주로 맥주를 마시는데.. 그날은 괜히 쐬주 한잔... 했삼.
     
날으는황웅 20-10-14 18:41
   
네 정말 뭐에 홀린것 같은 날이였지요.
우선 어머님의 안정과 꽃같은 어린애들의 무탈이 제일 크지요.
해외에 계신분들은 명절엔 그저 그리울뿐임을 알기에 소주 한잔의 맛이 상상이갑니다.
치즈랑 20-10-14 11:42
   
다행입니다.`
어머님이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그나 저나 이 집도 저 집도 어머님들은 못 말려요`,
다만 안전하게 요리 하실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봐 주세요. 누구라도요...
어머님들은 자식들 먹이는 게 그렇게 좋은가봐요.
못하게 하면 더~~~병 날지도요.
     
날으는황웅 20-10-14 18:45
   
네 그게 제일로 관건이지요 어머님의 건강이 ...
그래서 지반번에도 말씀을 드렸듯 이젠 애들도 다컸고 남은 생을 어머님께
받은 사랑과 도움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살려고합니다.
어머니들의 억척스러움이 우리를 길렀듯이 아마도 생존해계시는 동안은 쭈욱
그럴겁니다만 제가 곁에서 잘 모셔야죠 따듯한 말씀 고맙습니다.
아이유짱 20-10-14 17:22
   
어머님의 마음이지요 ㅎㅎ
     
날으는황웅 20-10-14 18:46
   
그 마음이 너무크고 황망해서 감당이 ...ㅎㅎㅎㅎ
그 뜻을 모르는바는 아니나 조금만 자제해 주십사 간청을 드립니다만 ....
큰솔 20-10-14 18:08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공포였을지 모르나
그 근저에 깔린 사랑과 행복이 느껴지는 따뜻한 글이였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날으는황웅 20-10-14 18:50
   
아니요 진짜 공포였구요
바닥에 깔린 사랑과 행복은 평생을 해오신 어머님의 희생이 밑바탕이신지라
좀더 좋은 환경에서 모시지 못함에 죄스러울 따름입니다.
외가에 남자가 없어서 당한 설움이 너무도 깊이 각인되셔서
특히나 종손이자 외아들인 저와 제 아들에게 특히 집착이 심하시네요.
좋게 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큰솔 20-10-14 19:01
   
그 마음 역시 부모에 대한 자식의 마음
자식(손자)에 대한 부모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따뜻하쥬~
               
날으는황웅 20-10-14 21:26
   
네 그렇죠
저희 외조부께선 어머니 9살때 6.25때 완장찬 무식한 소작농들에게 지주라고 끌려가 인민재판으로 돌아가시고
한분 계시던 외삼촌께선 결혼후 한달만에 괴질로 돌아가시고 손위이모님과 외할머니 그렇게 셋이서 어렵고 힘들게 사셔서
남자들이 없어서 무시와 서러움을 많이 당하셔서 그러신듯합니다.
신의한숨 20-10-14 18:10
   
이궁,,,버라이어티한 하루네요
     
날으는황웅 20-10-14 18:51
   
진짜 하루가 십년이란말의 뜻이 깊이 새겨지는 날이였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Total 52,62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친목게시판 유저에게 해당되는 제재 사항 (10) 객님 11-09 96087
공지 회원 간 자극하는 글은 삼가주십시오 (15) 관리A팀 03-05 148103
공지 친목 게시판 이용수칙! (26) 관리A팀 08-22 98004
52595 막둥이 잡게 와 안오노 (1) 주먹이 03-11 31369
52594 잡게 막둥이 저 자식 때리 죽이고 싶네요 (1) 주먹이 03-08 29884
52593 생존 신고합니다. (4) 무수천 03-08 26458
52592 출첵 개근 4,700일 올려봅니다. (8) IceMan 02-27 26926
52591 반성문 (3) 파스토렛 02-24 27000
52590 심심합니다. (2) 돌아온드론 02-11 24542
52589 생존신고 (3) 초롱 02-08 24769
52588 살아있네요 아직 (10) R.A.B 01-19 27211
52587 정말 간만이에요~ (5) 쥬스알리아 01-18 22925
52586 안녕하세요 (5) 바람가람 12-31 22865
52585 친구에게 (2) 오스트리아 12-14 24429
52584 추억한다 오스트리아 12-02 25689
52583 오늘이 출첵 개근 4,600일 되는 날이라 인증 올리고 갑니다. (8) IceMan 11-19 26606
52582 정은지 -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MV + Live Stage) (2) 가비야운 11-15 32496
52581 Eagles - Desperado (2) 가비야운 11-15 23863
52580 아리스 – 하얀바람 (Instrumental) (1) 가비야운 11-15 21617
52579 귀여운 대나무 쥐 사냥 (2) 조지아나 11-05 22308
52578 오랜만이에요~~ (1) 붉은kkk 11-05 17519
52577 k2 (3) 정의기사 09-18 25218
52576 다들 방가워요 ~~ (4) 뽀리링 09-18 21840
52575 넌 눈부시지만 난 눈물겹다 (2) 오스트리아 09-14 22021
52574 정은지 - 소주 한 잔 (Live) (2) 가비야운 08-25 27549
52573 Amadeus Electric Quartet - She's The One (MV Instrumental) (1) 가비야운 08-25 24221
52572 잠비나이 - 소멸의 시간 (MV Instrumental) (1) 가비야운 08-25 18335
52571 Yuhki Kuramoto - La Seine At Dusk (Instrumental) (1) 가비야운 08-25 18296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