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이 어린 커플은 심히 놀랐을 것이고
지들끼리 검색이란 검색은 죄다 해보고 내린 결론이
빨리 응급실로 가서 처치를 받아야 한다는 것
글치만 애들이 무슨 배짱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가서 뭐라고 하게
중3따리들이 세수하다가 음경골절로 왔다고 하면
당장 보호자부터 찾을텐데?
그래서 아빠를 급히 찾은건데(엄마는 무서워니깐)...
나도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이세끼야
마눌이는 난리가 났다
하얗게 질려 있는 여자애한테 당장 호구조사라도 들어갈 기세다
이름이 뭐냐, 집이 어디냐, 니네 부모 전화부모는 머냐
전형적인 아줌마 드립을 날리는 마눌이를 뜯어말리고
여자애를 봤다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나: 니가 00 여자친구구나
여자애: 네. 죄송해요
나: 니가 잘못한 거 없다. 그러니 죄송할 것도 없지
아저씨가 조치할테니까 너는 걱정말고 집에 가라
그리고 둘이 예쁘게 만나렴
여자애: 네
아들 여친을 보내고 나도 검색을 해봤다
진짜 음경골절이란 게 있다
뭐가 찢어진 상태인데, 증상으로는 출혈, 멍, 통증, 붓기, 휘어짐 등등
아, 진짜로 고추도 부러지는구나
뭐라고 해야할까
어린 노무세퀴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여친이랑 세수를 해!
이건 전형적인 꼰대
아들아, 인생 뭐있니. 공부는개뿔. 인생 떡치다 가는거야
이럴 수도 없고...
나도 참 개방적인 놈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이런 일이 닥치니 당황스럽다
일단 아들 고추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검색에 나타난 증상은 보이질 않는다
나: 멀쩡한데?
아들: 잘못되면 발기부전 된데
나: 걱정되냐 세끼야?
아들: 인생 끝나는 거자나...
나: 그래서
아들: 검사해보고 싶어
나도 은근히 걱정이 되어 한대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
코로나 때문에 응급실은 절차가 무척 까다롭다
가드에게 온 이유를 설명하고 또 발열체크, 문진을 통해 들어갈 수 있었다
하필 왜 여자의사가...
여자의사: 무엇때문에 오셨는데요?
나: 음경골절이 의심되어 검사 좀 받으려고요
여자의사: 아버님이요?
나: (아들을 가리키며)아뇨. 이 자식이요
여자의사: 아드님요? (문진표를 보고)이제 16세인데, 어쩌다 그랬죠?
나: 발기된 채로 벽에 부딪혔답니다(이게 말이 되냐 ㅋㅋㅋ)
여자의사:(졸라 한심하다는 표정) 응급실은 비뇨의학과 선생이 없어요. 1분1초를 다투는 곳이라 오래 기다릴 수 있으니 차라리 외래로 오시죠
나: 이 자식도 마음은 응급입니다. 기다리겠습니다
30분을 기다려 응급실로 들어갔다
우리 부자는 저쪽 구탱이 침대를 배정받아 앉아 있었다
분위가 참 뻘쭘했다. 아들이랑 이렇게 서먹서먹한 적이 없었다
나한테 달려오고 뽀뽀해주던 애기가 언제 이렇게 컸지?
이젠 나의 애기가 아닌가
거리감이란 걸 처음으로 느꼈다
나는 저 나이 때 뭐했더라?
나도 중3때, 교회에서 만난 여자애가 있었다
그 여자애의 이름은 애란이
참 예뻤었는데...
-생각보다 길어지네유. 여튼 투비 컨티뉴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