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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0-23 22:26
세상아 비켜라, 청춘이 간다(3)!
 글쓴이 : 아이유짱
조회 : 424  

애란이 그랬다

책만 펴도, 자려고 누워도 오빠 얼굴만 떠오른다고

참 순수했던 아이...

크리스마스 즈음 이었을 거다

종로 서울극장에 영화를 보러 갔는데, 눈이 너무 내려

집에 가는 155번 버스가 끊겨버렸다

그애와 나는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종로에서 옥수동까지...지금으로 치면 거리가 얼마일까

발이 눈에 푹푹 빠졌지만

우리는 손을 잡고 걸었고, 추운 줄도 몰랐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인생의 한 장면이다

이 부분에서 사실 아들의 공연을 보며 엣여인을 생각하던 알파치노를 떠올렸었다 ㅋㅋ

응급실에서 뭔 개주접

어쨌든 그때의 나와 아들의 나이가 같다

내 마음이 순수했듯이 아들의 마음도 순수하지 않을까?

생각이 이에 미치자 모든 것이 편해졌다

그래. 사랑을 말릴 것은 없어

레지던트(?) 암튼 의사가 왔고,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의사: 헐...흔하지 않네요. 보통 음경골절로 오는 분들은 불륜커플들이거든요

중3은 처음입니다. (아들을 보며) 이 자식 능력있네. 야, 부럽다 ㅋㅋㅋ

나: 어때요?

의사: 수술을 해야할 응급상황은 아니에요. 괜찮으니 내일 외래로 오셔서

교수님 보시고 필요하면 초음파나 찍어보세요

나: 알겠습니다


응급실에 스타가 탄생했다

중3따리가 세수하다가 응급실에 왔다는 소문은 금세 퍼졌고

여러명의 의사 형아들이 와서 아들에게 쌍따봉을 날려주고 갔다

나: 이제 안심되지? 가자

아들: 아빠

나: 또 왜

아들: 나 조루인가봐

나:(ㅋㅋㅋㅋㅋㅋㅋ)억지로 참음

아들: 너무 빨리 끝나

나: 경험부족으로 긴장해서 그래. 많이 하면 조절도 되고

실력도 늘어. 하긴 아빠 친구들도 거기를 칫솔로 문지르고

이태리타올로 갈던 애들도 있었어. 단련 시킨다고

아들: 그럼 좋아져?

나: 아니 피나고 졸라 아프지 ㅋㅋㅋ 걍 미친세끼들이야

글치만 걱정 마라. 세상은 넓고 할 기회는 많다

아빠도 새 여자 만나면 금방...아니다 험험


문제가 있었다

월요일에 병결로 처리하고 외래를 가려고 했는데

수행평가 기간이라고 담임선생님께서 무조건 학교에 나오라는 것이다

진료영수증도 제출해야되고...

담임선생님께는 다리를 삐끗해서 정형외과에 간다고 거짓말을 했었다

우리는 영수증에 비뇨의학과라 인쇄된 부분을 잘라냈다

이렇게까지 해야돼? ㅋㅋㅋ

그리고 외래에서 이상없다는 결과를 들은 후

학교로 향했다

나: 그애가 좋냐?

아들: 응. 이번 생일 같이 하기로 했어

나: 선물은

아들: 커플 팔찌하려고

나: 아빠가 해주랴?

아들: 아냐, 내가 모은 돈으로 할게

나: 얌마. 아빠가 좋은 거 해줄게. 울 아들 여친인데

아들: 사실 걔네 형편이 좀 그래. 내가 좋은거 해주면, 걔도 좋은 거 해줘야 할텐데

그러면 아마 부담이 될거야

나: 그래. 니들 나이에 구리팔찌면 어떠냐


아마 지들은 지들의 사랑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할 것이었다

또 그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 믿을 것이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면 바뀌고, 고등학교 졸업하면 또 바뀌고, 대학 가면 바뀌고

군대가기전, 갔다온 후, 졸업하고, 취직하고 바뀌고

사랑은 그렇게 바뀌는 거라고

영원한 사랑은 없는 거라는

인생의 팁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학교에 도착했다

나: 다친 연기 잘해

아들: 응

아들은 왼발을 절며 정문을 들어갔다

나: 야 세끼야. 선생님한테 오른발 다쳤다고 했어

그러니 오른발 절어!

아들은 발을 바꿔 오른발을 절며 걸어갔다

나는 백팩을 메고 학교 언덕을 오르는 아들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fine-

연재는 힘들어 ㅠㅠ

<에필로그>

난 애란이를 떠났다

고등학교에 갔더니 세련되고 더 예쁜 애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오 아름다운 세상이여 ㅋㅋ

미안...잘살고 있지?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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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가생 20-10-23 22:41
   
아... 감동작이다.
찔끔했어유.
     
아이유짱 20-10-23 23:53
   
무슨 냉정한 프로페셔널께서 ㅋㅋ
진빠 20-10-24 00:00
   
어휴 그나이땐 별거 아닌일에도 세상이 다 무너진듯한 느낌이였는데...

그래도 울조카는 담담하네요 ㅎㅎ

역시 아빠찬스의 위력..

저 나이때 아빠가 꼰데질하면 평생 부자사이가 껄끄러워짐 ㅎㅎ;;
     
아이유짱 20-10-24 00:20
   
어떻게 키워야하나...마음은 혼란한데
겉으로는 쎈 척 하고 있어유
물망초 20-10-24 00:17
   
저랑 비슷한 기억이 있네요
전 첫데이트 할때 여친 집에서 놀다
볼일이 있어 집에서 같이 나왔는데 그때
함박눈이 내렸습니다.
논길을 둘이서 손잡고 눈을 밟으면서 1시간정도
걸었는데 아직도 그 생각이 납니다.
     
아이유짱 20-10-24 00:23
   
그런 추억은 잊지 못하죠 ㅎㅎ
큰솔 20-10-24 08:04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게 잘 이끌어 주시면 좋겠네요~
행위 자체가 서툴렀다는 생각에서만 멈추지 않게요...
글 잘 봤습니다
     
아이유짱 20-10-24 12:20
   
자식 키우는데 무엇이 정답인지
참 어렵습니다
치즈랑 20-10-24 11:23
   
피는 물보다 진하다~~

너무 자연스러운 대화`
부럽~~~
아들 갖고싶쟈나요~~~~
     
진빠 20-10-24 11:28
   
잉 아들하나 미쿡에 있고...

챙기는건 2 여동생밖에 없삼...

뭐 그렇다구요...
          
치즈랑 20-10-24 12:10
   
마자요...
아들네미들 다 소용없죠~

어무이~ 보고싶다.`
               
아이유짱 20-10-24 12:18
   
치즈성님 딸래미만 있었시유?
지두 딸래미 갖고 싶은데...너무 늦었다능 ㅠㅠ
                    
치즈랑 20-10-24 12:33
   
음...

아직 안 늦엇음~.
장어 먹고 민어 먹고 힘 좀 쓰시면...늦둥이...


저는 딸만 둘`
                         
아이유짱 20-10-24 13:11
   
그래서 낳은게 일곱살짜리 꼬맹이 ㅋㅋㅋ
                         
치즈랑 20-10-24 16:03
   
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도 부럽~~~
귀요미지훈 20-10-24 12:47
   
아들: 사실 걔네 형편이 좀 그래. 내가 좋은거 해주면, 걔도 좋은 거 해줘야 할텐데

그러면 아마 부담이 될거야

---------------------------------

지 생각 밖에 못하는 어른들도 많은데 어린 나이에 배려심 있고 생각이 참 깊네유~
     
아이유짱 20-10-24 13:10
   
착한녀석이에요
착하고 건강하면 더 바랄게 없는데
자꾸 제가 욕심을 부리네요
수양이 덜되서 그런가봐유
          
귀요미지훈 20-10-24 13:23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부모 맴이 다 그렇것쥬. 특히 공부..

지는 클 때 방목으로 커서 울 지후니도 그렇게 키울려는디

마나님은 또 생각이 다르네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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