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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1-16 15:23
그리워 죽을 것만 같았다.
 글쓴이 : 치즈랑
조회 : 609  

군대 제대하고 충무로 디자인 사무실에서 알바할 때였다.

그 때는 충무로에 사람이 넘쳐 났다.
사랑도 넘쳐 나고...

바쁘게 돌아가는 사람들
정신 차리지 않으면 하루를 도둑 맞는다.
새치기라도 해야 능력을 인정 받는다 믿었다.

충무로를 뛰어 다니면 걸리는 게 거래처 사람들
'안녕하세요'
'안녕'
하루종일 뛰어 다닌다.
6개월차지만 이미 충무로는 나의 집이다. 

찍사들... 사진 찍는 분들
국산 종이 파는 곳
한빛이라고 수입지 파는 곳
인쇄소 사장들
출력소
현상소
기획사무실
실크인쇄집
영화사들...
골뱅이집
과부촌
벌떼클럽...
튀김집 내외분들
그리고 식자집...

형동생 삼촌 이모고모들 
가족들 같다.

다른 이유로 총무로에서 날 모르는 분들이 없었다.
이유는...
내입으로 말하기엔...좀
그냥 넘어가고...


그때는 전단이나 책을 만들 때 
식자라는 걸 출력해서 대지에 일일이 붙이는 작업을 했었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을 칼잡이라고 했었다.
0.01mm를 감지하는 예민한 능력을 키운다.
그런 대지를 출력소에 가서 CMYK 네장 이상의 필름을 떠서 
소부를 하고 인쇄판을 만들어
인쇄를 한다.

수많은 식자집들...
철컹 철컹 다양한 폰트들...
인쇄 가능하게 식자를 만들어 주는 곳이다. 
특히나 여자 아이들 아줌마들이 근무를 했었다.
단골 식자집에 갔는데 일이 너무 많아 다른 곳을 가야 했다.
처음 가는 식자집 
예쁜 아이가 있었네...
그 아이 밖에는 안보였다.
단아한 그녀...
천사가 왜 이곳에..

"니 이름 뭐야?"
"나 소하"

응 뭐야 대뜸 반말을...

둘은 눈으로 말한다.

'반말이네 그런 태도 아주 좋아. 나 알아?'
'응 알아'
'안다고?'
얼굴을 빳빳히 들고 대답하는 그녀의 당돌한 얼굴이 싱그럽다.

"소하라..."
"이름도 이쁘네 배 안고파?" 
"난 무지 고픈데 뭐라도 먹으러 갈까..."

사장 언니는 안중에도 없다.

"하하하 예쁘니까 떡볶기 사줄게 가자."

소하도 싫지 않은 듯 사장 언니를 올려다 본다.
사장 언니는 착하다.

"소하야 갔다와 언니가 해 놓을께"
"네...언니. 금방 다녀 올게요."


'날 안다고?'
'응 알아'
'......난 기억이 없는데...'
'저번에 아식스 모델대회 나왔지?'
'응 뭐 선배가 인원 수 부족하다고...거기 왔었구나'
'티오티 사장님이 티켓 줘서...갓었어...'
'너 몇살?'
'23살'
'응...하하하하 난 27살'
'네 정말요? 내 또랜 줄 알았어요. 죄송합니다.'
'괜찮아~오빠라고 불러~~~`~'
'네 오라버니'


그날부터 우리는 사귀었다.

친구넘들이 성화다.

"야 얼굴 까먹겠다."
"너 이새끼 충무로에 소문 다 났어"
"오늘 보기로 했는데 볼링 치고 언덕위에 하얀집 어때?"
"하하하하~~~ 응 안돼 오늘 소하 봐야 해"

소하랑 만나고 나서부터는 그런 넘들 쯤 보고 싶지도 않다.
일이 무지 많고 힘들어도 소하랑 같은 하늘 아래 있는 충무로가 너무 좋았다.

소하랑 만난지 6개월 쯤 되었을까
이맘 때 쯤 이었던 것 같다.
차가워진 날씨'
금방 뭐라도 쏟아 지려나...
그런날 이었다.
온세상이 차가운 그런날 말이다.

이제 충무로 생활도 다음달이면 끝이다.
가고 싶었던 회사에 덜컥 붙어 버렸네...
넥타이 수출하고 원단 파는 회사
얼마전에는 유공이란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충무로가 아쉽지만 딱히 미련도 없다.

다행인지 입사한 홍보실이 충무로에 있다.

그동안 너무 바빳어...
소하랑 만날 시간도 많아지고 말이야
힘들게 버텼고 열심히 했다고 보상하는 건가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그날...이 우리의 마지막 날이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밥 먹고 영화 보고...
성북동 그녀의 집에 바래다 주었다.
평상시 처럼...
그냥 평범한 날이었을 뿐이었는데...
내 생일이라는 것만 빼면...

아무도 접근을 못하도록 결계를 치 듯... 
버스 맨 뒷자리에 자리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항상 그랬던 것 처럼...

그날 따라 이상했다.
집에 가는 내내 그녀의 손을 타고 느껴지는 떨림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어디 아파?"
"아뇨. 안아파요"
"근데 왜 이렇게 떨어"
"그냥 추워서요"
"응 그래..."

그런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계속 떨고 있는 그녀


버스에서 내려 소하의 집까지는 15분을 걸어 올라가야만 한다.
걷는 내내 울적해 있는 소하
그런 소하를 기다려 주었다.
뭔일이 있는 것은 분명한데...


"소하야 할말이 있어"
"나 말이야"
기쁜 소식을 알려 주려 하는 나를 막아선 소하

"오빠 제가 먼저 말할게요"
뭔가 결심한 듯 단호한 소하

적잖이 놀랐다.
이런 소하는 처음이다.
자신을 표현하는데 힘들어 하던 소하가 아니다.

"오빠 저...다음주에 수녀원에 들어 가요"

청천벽력같은 말
언니 둘이 수녀인 것은 알고 있었다.
소하 또한 독실한 신자임도 알고 있었다.

소하가 수녀가 되는 걸 소원이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다.
"소하야 다시 생각해보는 건..."
"오빠 미안해요 오빠랑 만나는 내내 전 두려웠어요"
"오빠가 너무 좋은데...그러면 그럴수록 수녀가 되는 걸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닌지..."
"......"


그 날 이후로 소하를 보지 못했다.
한동안 패인이 되다 시피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출근하지 못했다.
찾아온 선배가 퇴직금이라고 챙겨 준 돈으로 여행을 떠낫다.
보길도를 찾아 떠났다
아무도 없는 곳
그저 멀리 떠나고 싶었다.
먼 여수의 여관방에서 며칠을 앓았는지 모른다.

오직 드는 생각은

'나는 하느님한테 졌다.'



소하의 파르르 떨리는 손길을 아직 잊을 수가 없다.
따뜻하면서 차가운 그녀의 손목을 타고 전해져오는 전률에
손을 놓은 것은 아닐까
그녀의 손을 끝까지 놓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누군가를 이겨낼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그녀를 밀쳐 낸 것이라 자책한다.

그녀는 잘 있는지...

가까운 동네에서든 
동네 시장에서든
먼 유럽에서든... 

수녀만 보면 그녀의 얼굴을 떠 올린다.
아직도..
생일만 다가오면 그녀가 사무치도록 그립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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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코뉴어 20-11-16 16:35
   
발췌하신건가요 직접쓰신건가요?
     
치즈랑 20-11-16 16:42
   
실화임...
러키가이 20-11-16 16:52
   
제목이;;;

[수녀를 사랑한 치즈랑]

이겠네요;;;

책 내도 좋을 소재
     
치즈랑 20-11-16 17:08
   
수녀에게...
수녀가 될 사람에게 뽀뽀한 죄...를 먼저 받아야 겟죠
아이유짱 20-11-16 17:42
   
울 삼촌 여러모로 심란하신갑다...
     
치즈랑 20-11-16 17:43
   
힝~~~~~
진빠 20-11-16 17:44
   
인생이 소설이삼...

이걸 부러워해야 아닌가 도민듕~~!

어쨌건 생신 축하~~~~!
     
치즈랑 20-11-16 17:55
   
내일

고마워요~
이 정도면 평범한 거 아닌가...
다들 이런 경험 쯤 있쟈나요.
          
진빠 20-11-16 18:03
   
모쏠출신을 두번듁이는 글이삼 ㅋㅋ
               
치즈랑 20-11-16 18:49
   
솔비 아빠가`엄살은~~~
신의한숨 20-11-16 19:17
   
ㅠㅠ 남의 글 같지가 않유~
     
치즈랑 20-11-16 19:32
   
그쥬...

풀어봐유~
물망초 20-11-16 20:45
   
수녀님과 데이트 멋찐성님 ㅎㅎㅎ
전 예전에 사이비 종교에 바져서
몇달 못보다 그냥 제가 포기 해버렸는데...
종교에 빠지니 제 정신이 아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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