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혈가(孑歌)는 등평도수(登萍渡水)를 써 물찬 제비처럼 물 위를 달려
양곤 포구에 접근한 후 은밀히 적의 기지에 숨어드는데 성공하였다.
범아국(梵亞國)은 물론 습(習)이 파견한 장개국(掌匃國) 병사들까지 합세에
적(適)은 그 수가 셀 수 없이 많았다.
한국(韓國)의 군사들이 불시에 급습을 한다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 보였다.
혈가(孑歌)는 품에 있던 붓과 종이 여러 장을 꺼내 무언가를 적은 방(榜)을 만든 후
범아국(梵亞國) 병사의 옷을 훔쳐 입고 적 진영 곳곳에 방(榜)을 붙였다.
병사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어 방(榜)에 적힌 글을 보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들은 물론이요 장수들까지 진영 내에 있던 모든 장졸(將卒)들이 방(榜) 앞에 몰려들었다.
잠시 후,
무슨 이유에선지 범아국(梵亞國)은 물론이요 장개국(掌匃國) 병사들까지 뒤섞인 채
여러 패거리로 나뉘어 창칼을 들고 서로 싸우기 시작하였다.
방(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 설문(設問) : 부인(婦人) 감을 고르시오 >
1. 쩔현 같이 생긴 스튜어디스
2. 아이유 같이 생긴 공무원
3. 초아 같이 생긴 초등학교선생님
4. 권나라 같이 생긴 카페알바
5. 손나은 같이 생긴 소아과의사
그렇다. 후대 사람들이 혈가설문(孑歌設問)이라고 부르게 되는 이 계략(計略)은
세상에 둘도 없이 친한 사람들도 순식간에 서로 원수지간(怨讎之間)으로 만드는
고도의 심리전술이다.
혈가(孑歌)는 즉시 복귀하여 이 사실을 고(告)하였다.
이에 좌군사(左軍司) 치저랑(治抵郞)은 즉시 상륙부대를 이끌고 적의 진영으로 쳐들어가고
우군사(右軍司) 아이유장(亞二柳將)은 군선(軍船)을 이끌고 적의 수군(水軍)을 공격하기로 하였다.
상륙하기에 앞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혈가(孑歌)에게 상(賞)으로 금일봉(金一封)이 내려졌다.
금일봉 겉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United States Treasury
누욕(樓浴)에 사는 혈가(孑歌)와 그의 식솔(食率)들에게 1인당 1400 $씩 지급하시오.
ECONOMIC IMPACT PAYMENT
미합중국(美合衆國) 국왕 조바이둔(祖婆二鈍)'
좌군사(左軍司) 치저랑(治抵郞)이 이끄는 상륙군이 육지에 당도하였다.
진파(進破)가 한 손에 갈수(褐水) 병을 든 채 돌진하며
다른 손에 든 야구파타(野九破打)를 휘두르자 서로 피터지게 싸우고 있던 적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졌다.
한 식경(食頃)쯤 지나자 적들은 한국군(韓國軍)의 군세에 밀려 숲으로 도망쳐 버렸다.
적들이 달아나자 좌군사(左軍司) 치저랑(治抵郞)은 더 이상 적들을 쫓지 않고
병사들에게 휴식을 주어 진영을 재정비하도록 명(命)하였다.
날이 어두워지자 적들이 도망간 숲쪽 방향에서 이쪽으로 바람이 불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한국군 병사들이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하더니
시간이 갈 수록 그 수가 점점 늘어났다.
쓰러진 병사들은 다들 하나같이 고열에 시달리며 마른기침을 하고 있었다.
"남국(南國)의 풍토병인가본데...이보게 이를 어찌하면 좋겠는가?"
치저랑(治抵郞)이 책사(策士) 부분모달(夫芬模達)에게 물었다.
"이건 이 곳 풍토병이 아니라 고로나(膏老拏)라는 장개국(掌匃國) 풍토병으로
한 번 걸리면 쉬이 낫지 않고 골로 가는 치명적인 병입니다.
제가 시급히 병사들을 치료할 약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부분모달(夫芬模達)은 책략은 물론 의학(醫學)에도 통달한 인물이었다.
부분모달(夫芬模達)은 며칠 밤을 세워가며 치료약을 만드는데 골몰하였다.
그 사이 쓰러져 앓는 병사들은 계속해 늘어만 갔다.
'만약 지금 적들이 쳐들어 온다면 큰 낭패로구나. 이를 어이할꼬'
좌군사(左軍司) 치저랑(治抵郞)의 근심이 깊어만 갔다.
치저랑(治抵郞) 또한 가만히만 있진 않았다.
병사들을 시켜 바닷가에서 조개를 잡아 오게 하고, 소젖을 짜게한 후
삶은 국수에 조개와 소젖을 넣고 기름에 볶아 만든 면(麵)을 아픈 병사들에게 먹였다.
치저랑(治抵郞)은 이 음식을 '근심을 없애고 몸을 이롭게 바꾼다'는 의미로
수파개리(愁破改利)라 칭하였다.
훗날 이 수파개리는 범아국(梵亞國)에 널리 퍼지게 되고 범아국에 머물고 있던
이태리(伊太利) 상인에 의해 멀리 이태리에까지 퍼지게 되었다 전한다.
병사들이 고로나로 쓰러지기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부분모달이 치저랑에게 달려와 드디어 치료약을 만들었다고 고(告)하며
동그란 환약(丸藥)을 내밀었다.
"오...이것이 치료약인가? 그래, 뭘로 어떻게 만들었는가?"
"구기자(枸杞子)와 유자(柚子) 두 가지를 섞은 후 불에 끓여 만들었나이다."
"아...그렇다면 이걸 화이자(火二子)라 부르면 되겠구먼. 그대 공(功)이 크도다.
여봐라. 어서 이 화이자를 병사들에게 먹이거라"
화이자를 먹은 아픈 병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고로나에 대한 공포로 바닥에 떨어졌던 군사들의 사기가 다시금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다.
한편, 수군(水軍)을 이끌고 근처 바다 어딘가에 있을 적(適)을 찾아나선
우군사(右軍司) 아이유장(亞二柳將)이 이끄는 열 두 척의 한국군 함대는
마침내 적의 대규모 함대를 발견하는데...